여동생님 명언
"우쭈쭈쭈 해줘라"
"야! 우쭈쭈쭈는 나이랑 아무 상관없다. 유치원생이라고 생각하고 엉덩이 통통통 해준다 생각하고 해 줘라. 어쩌겠노 핏줄인데."
그렇다. 어제 여동생과 짧은 통화를 하면서 나는 또 작은 통찰을 한다. 제일 쉬운 게 우쭈쭈쭈인 것을 잠시 잊었다.
남동생은 서울에서 나름 유명한 칵테일바를 운영한다. 잡지와 TV, 라디오에도 간혹 나와 찾아보는 재미를 준다. 그런 동생이 외국에 컨설팅업무로 출장을 간다고 몇 달 전에 말했었다. 사실 우리 형제들은 각자 알아서 살고 힘들다는 내색도 잘하지 않는다. 서로 부담을 주지 않고 손 벌리지 않는 게 암묵적으로 협의된 것처럼 정말 협의가 필요한 일 이외에는 안부만 가끔 묻고 명절 때나 얼굴을 본다. 각자 가족에게 신경 쓰기도 힘든데 형제라고 뭐가 그리 특별해야 할 것도 없다는 마음이다.
나에게 자랑처럼 말했을 때 나는 너무 얇고 가늘게 한마디 했을 뿐이었다. 너무 섭섭해하길래 조금 더 말을 길게 하고 선물은 필요 없다고 보탰을 뿐이었다. 그런 동생의 출장 일정이 지금쯤 진행되고 있을 것 같아 동생에게 물었더니 모른다고 했다. 역시 핏줄이다. 다음에 만나면 좀 더 길게 우쭈쭈쭈를 해 줘야겠다. 직원들이나 지인들에게는 자랑을 잘하지 않는 동생이라도 어쩌면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해 듣는 칭찬 같은 자랑이 듣고 싶을 것 같다. 몇 년 전 보내준 위스키는 따지도 않았다. 혼자서 먹을 엄두도 나지 않고 시간도 없다. 늘 고마운 마음은 크고 대견하지만 대놓고 칭찬해 본 적이 드물다. 칭찬은 나이와 상관이 없다는 걸 다시 기억해 냈다.
다음엔 좀 더 길고 두껍게 너에게 우쭈쭈쭈를 보내마! 기대해라! 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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