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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의손 Sep 01. 2023

무소유지만 유소유를 꿈꾸며

다 가진 사람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은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법정스님-   




 며칠 전 자주 방문하는 이웃블로그님이 나더러 '다 가졌다'며 내 글에 답글을 남겨 놓았는데 그 짧은 답글이 많은 생각을 가지게 했다. 개인적 친분이 없고 오로지 글로만 만나는 분이라 이분은 진심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언제나 모자라는 사람이고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허기가 있는 사람이라 아무리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해 내 몸과 마음을 던져도 항상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는 좋게 말하면 성취욕이 강한 사람이고 나쁘게 말하면 '도른 자!', '미친 자!'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지금의 사회는 어쩌면 미치지 않고서는 살아 낼 수 없는 이상한 세상인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 이 이상한 세상에서 한발 한발 꾸역꾸역 힘든 걸음을 옮겨 하루하루 살아내고 있고 나 또한 마찬가지이다.


하루가 힘들다. 

둘째로 태어나 눈칫밥 먹고 자란 탓에 경제적 자립도 일찍 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돈 무서운 줄 일찍 깨우쳤다. 

결혼 후 인생이 바뀌었고 지금의 나와는 비교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세상을 몰랐었고 사람을 믿었었다.

내가 선택한 사람이니 내 동태눈이 동태 같은 사람을 선택했어도 얼마나 빛나보였을지 지금생각해도 아찔하다. 



현실주의 학자 글래서는 스스로의 삶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그 결과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지는 존재라고 했다. 정말 아름다운 이론이 아닐 수 없다. 나 또한 내 선택에 대한 결과에 대한 책임으로 21년을 나 자신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 순간의 선택이 한 사람의 인생을 이렇게 속죄하며 만들었지만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내가 선택했고 내가 책임지며 살아내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속죄하며 나름 열심히 살아온 결과로 지금에 와서 타인에게 비친 나는 다 가진 사람인 것이다. 사실 가진 게 아무것도 없어 늘 빈껍데기에 없는 데 있는 척을 해야 하나? 없는데 없는 그대로를 내 비춰야 하나? 늘 고민을 하며 살아왔기에 그런 말을 들으면 기분이 이상하다. 




십수 년을 가스라이팅을 당하는지도 모르게 가스라이팅을 당하며 살아와서 그런지 나를 칭찬하거나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일단은 색안경을 끼고 본다. 

칭찬에 익숙하지 않은 삶을 살아왔고 남자들 틈에서 어떻게든 살아내려 용을 써서인지

타인에 대한 믿음이 1차적으로 적다. 그래서 칭찬을 욕으로, 욕을 칭찬으로 뒤집어서 듣기도 한다. 진실을 진실로 받아들이기에는 아직도 살아온 시간의 가스라이팅을 다 씻어내지 못한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늘 나의 내면아이가 잘 자라고 있나 챙기지만 아직은 대학생이다. 처음 나의 내면 아이를 발견했을 때는

비 오는 흙마당에 던져진 책가방과 책을 바라보는 작은 어깨를 가진 소녀였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세상을 살아내야 하는지도 모르고 어른들의 보살핌은 부러움으로 대신하던 작은 아이였다.


내가 아닌 자식을 위해 공부한다는 핑계로 대학원 공부를 하면서 

나의 내면아이의 어깨도 토닥여주고

헝클어진 머리도 빗겨주고

잘했다, 잘하고 있다 응원도 해주었더니 어느새 고등학생이 되었고

열심히 최선을 다해 앞으로 나아가다 보니 대학생 새내기가 되었다.

이제 대학생, 아름다운 대학교 3학년 여름방학이 끝났다.

이제 마지막 대학생활을 아름답게 불태우고 성인이 되어 곧 사회로 나오길 고대해 본다.  





어쩌면 내면아이의 성장이 나에게 긍정적 시너지를 일으켜 그동안 나를 감싸고 있던 가스라이팅의 흔적이나 불안, 우울감이 조금씩 사라져 본래 내가 가진 장점들이 드러났으리라 짐작을 해본다. 열등감과 모자람, 가스라이팅을 벗어나 참다운 나로 거듭날 수 있다는 희망도 조금은 보이는 것 같다. 내가 보는 나와 타인이 보는 나는 전혀 다른 존재일 수 있어서 가식적으로 인간관계를 만들지 않으려고 매일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역사를 만들어내는 것이 인생이니 매시간이 어쩌면 나의 모자람을 채우는 행위일 것이다. 그래도 나의 모자람 보다는 내가 가진 아주 작은 것들을 크게 봐주는 혜안을 가진 사람들이 있어 과분한 칭찬인걸 알면서도 어깨가 으쓱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무소유의 삶보다는 유소유의 삶을 살고 있는 나지만 조금씩 무소유를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반백년 안된 것이 금방 될 수는 없겠지만 노력하고 있으니 반백년 또 지나면 어쩌면 무소유로 살고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 






가진 게 없어 늘 허둥대고 부족함만 생각한 내가, 정말 이런 내가 다 가진 사람일 수 있을까?

그분은 나에게서 무엇을 본 것일까? 

오늘도 나는 고민에 잠긴다.

내가 다 가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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