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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의손 Oct 18. 2024

[오늘의 명언] 음식은 힘을 빼야 성공한다.

아들의 주먹밥 주문

 퇴근하고 집으로 다시 출근한 나에게 아들이 말했다. 

 “밥은 먹기 싫으니 간단히 주먹밥 해줘요”

엥? 주먹밥은 밥이 아니더냐? 아들이 먹고 싶다고 하니 또 손이 바쁘게 움직인다.

새로 장만한 에어후라이기에 지단과 스팸을 구웠다. 스팸은 정말 위급할 때나 쓰는데 아들 얼굴을 보니 오늘 쓰지 않고는 안 되는 날 같았다.



스팸은 오일을 두르지 않지만 지단은 약간의 예열을 하고 종이호일위에 오일을 뿌려 계란물을 부으면 된다. 밥을 데워 고춧물과 참기름을 넣고 비벼 손으로 뭉쳐놓고 지단과 스팸을 꺼냈다. 아들에게 예쁘고 맛있는 걸 해주고 싶어서 마음이 급해져서인지 처음부터 스팸을 잘못 잘랐다. 지단도 잘못 잘랐다. 그냥 지난번처럼 달걀 물에 굴렸으면 더 맛있었을 텐데 이미 늦었다. 




소파에 앉아 대기하는 아들이 힐끔거렸다. 스팸을 얹고 김 띠를 둘렀다. 

이런.. 어쩌다 보니 김 띠까지 짧다. 오늘은 총체적 난국이다. 그냥 하던 대로 할걸.

상추라도 깔아서 쌈밥 흉내라도 내 볼 심산이었지만 상추를 손으로 뜯다가 너무 많이 찢어져 버렸다. 어쩔 수 없이 아들에게 상추는 장식이니 먹어주라, 부탁했다. 배가 많이 고팠는지 아들은 순식간에 빈 그릇을 싱크대로 가져왔다.     




 언제나 너무 잘하려고 하면 마음만 먼저 가서 기다리게 된다. 음식이든 사람이든 적당히 힘을 빼고 평소대로 하면 실수가 적은데 자식이 먹고 싶다니 마음이 먼저 뛰어나갔다. 남은 지단과 스팸은 내일로 넘어가고 김 띠 풀린 주먹밥은 둘째 방에 가 있다. 독서실을 다녀온 둘째가 알고 먹을지 모르고 먹을지 긴장이 된다.      

대충 하자 음식.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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