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오늘의 명언] 음식은 힘을 빼야 성공한다.

아들의 주먹밥 주문

by 신의손

퇴근하고 집으로 다시 출근한 나에게 아들이 말했다.

“밥은 먹기 싫으니 간단히 주먹밥 해줘요”

엥? 주먹밥은 밥이 아니더냐? 아들이 먹고 싶다고 하니 또 손이 바쁘게 움직인다.

새로 장만한 에어후라이기에 지단과 스팸을 구웠다. 스팸은 정말 위급할 때나 쓰는데 아들 얼굴을 보니 오늘 쓰지 않고는 안 되는 날 같았다.


KakaoTalk_20241017_223831080_15.jpg
KakaoTalk_20241017_223831080_11.jpg


스팸은 오일을 두르지 않지만 지단은 약간의 예열을 하고 종이호일위에 오일을 뿌려 계란물을 부으면 된다. 밥을 데워 고춧물과 참기름을 넣고 비벼 손으로 뭉쳐놓고 지단과 스팸을 꺼냈다. 아들에게 예쁘고 맛있는 걸 해주고 싶어서 마음이 급해져서인지 처음부터 스팸을 잘못 잘랐다. 지단도 잘못 잘랐다. 그냥 지난번처럼 달걀 물에 굴렸으면 더 맛있었을 텐데 이미 늦었다.


KakaoTalk_20241017_223831080_07.jpg
KakaoTalk_20241017_223831080_06.jpg



소파에 앉아 대기하는 아들이 힐끔거렸다. 스팸을 얹고 김 띠를 둘렀다.

이런.. 어쩌다 보니 김 띠까지 짧다. 오늘은 총체적 난국이다. 그냥 하던 대로 할걸.

상추라도 깔아서 쌈밥 흉내라도 내 볼 심산이었지만 상추를 손으로 뜯다가 너무 많이 찢어져 버렸다. 어쩔 수 없이 아들에게 상추는 장식이니 먹어주라, 부탁했다. 배가 많이 고팠는지 아들은 순식간에 빈 그릇을 싱크대로 가져왔다.


KakaoTalk_20241017_223831080_04.jpg



언제나 너무 잘하려고 하면 마음만 먼저 가서 기다리게 된다. 음식이든 사람이든 적당히 힘을 빼고 평소대로 하면 실수가 적은데 자식이 먹고 싶다니 마음이 먼저 뛰어나갔다. 남은 지단과 스팸은 내일로 넘어가고 김 띠 풀린 주먹밥은 둘째 방에 가 있다. 독서실을 다녀온 둘째가 알고 먹을지 모르고 먹을지 긴장이 된다.

대충 하자 음식. 제발.

keyword
작가의 이전글[오늘의 명언] 빵은 사서 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