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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의손 Oct 07. 2024

[오늘의 명언] 빵은 사서 먹자.

파는 맛은 못 따라간다.

 나는 가전은 무조건 L사 것으로만 사는 사람이다. 그러나 S사의 이 오븐은 보자마자 마음을 뺏겨 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나의 제빵실력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시켜 준 이 아이는 빌트인 오븐에 밀리고 또 내가 직장을 다니게 되면서 사용이 뜸해졌다. 결국 팬트리로 좌천되었 시어머니 아들_남편_이 독단적으로 시댁에 가지고  가는 불상사가 생겼다. 나는 이 아이를 되찾기 위해 거의 1년 동안 잔소리와 회유와 협박을 했다. 그래서 큰아들을 딸려 보낸 지난주 일요일  겨집으로 데려올 수 있었다.

 먼지를 뒤집어쓰고 오븐 속은 무엇을 했는지 검댕이로 칠갑이 되어 있었다. 3M 초록 수세미로 아무리 문질러도 계속 때가 나왔다. 청소를 마치고 콘센트를 꽂자 전원 들어왔다. 기억을 더듬어  반죽을 하고 발효까지 시켜놓고 느긋하게 기다리는데 아들이 어린 시절 먹었던 깨찰빵 이야기를 했다. 마침 사놓은 깨찰빵 믹스가 하나 있어 그것도 반죽을 했다.



저녁 설거지만 끝나면 안방으로 퇴근할 줄 알았지만 빵 만들어지려면 거의 4시간은 걸린다.

재료준비- 반죽-1차 발효-휴지-성형-2차 발효-굽기의 과정이 있어야 밀가루가 빵으로 만들어진다. 무엇이든 공으로 입에 들어가는 쉬운 일은 없다. 그렇게 늦은 밤 베이킹이 시작되었다.


반죽기와 빵틀 모두 동생네로 보내버려 겨우 찾아낸 것이 오븐용 그라탕 용기였다. 이게 없었으면 그냥 팬닝을 했을 것이다. 유리바닥이 두꺼워서 바닥은 색이 나지 않았지만 빵속은 잘 익었다. 오랜만에 빵냄새를 맡으며 새벽 1시가 넘어  오븐 회수 기념 베이킹 끝이 났다. 잠시 남의 집 살이한 오븐은 잘 돌아갔고 옆구리 터진 깨찰빵 12개는 밤새 큰아들이 다 먹고 다음날 아침에는 4개만 남아있었다.







빵은 사서 먹자. 집에서 만들면 그 맛이 안 난다. 전문가가 정성으로 만든 빵 제값 주고 사 먹자.

자격증 있어도 파는 맛은 못 따라간다. 그러니 사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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