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의손 Nov 19. 2024

[오늘의 명언]곧 지나간다.

fact_자식 그리고 수능

  지난 11월 14일 수능시험이 끝났다. 아들 둘이 수능시험을 치렀다. 퇴근해 집에 들어가니 두 아이의 얼굴이 심상치 않다. 

 "다 쉽다는데 왜 나는 어려웠을까요?"

가슴이 철렁했다. 특히 재수를 선택한 큰 아이에게는 무어라 답을 할 수 없었다. 대학입학과 상관없이 군입대문제가 코앞에 닥쳐와 있는 상태라 더 예민했다. 작은아들도 상황이 좋지 못했다. 아픈 허리로 장시간 의자에 앉아 실기준비를 해왔고 이제 슬슬 한계점에 다다르고 있었다. 미술실기시험이 입학 전까지 진행예정이라 오히려 큰아들보다 부담감은 더 클듯하다.

시험만 끝나면 까치발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는데 지금도 방문을 닫을 때 소리 나지 않게 닫으려고 시간이 걸린다. 조용하고 온화한 성격이 아닌데 2년을 묵언수행을 하다 보니 얻은 것도 있다. 최대한 마주치지 않아야 싸우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서로 바쁘다 보니 마주칠 일이 적지만 밥상을 차리다 보면 몇 마디 말이 오가게 된다. 반찬을 권한다거나 물컵의 물을 따르는 사소한 대화에서 감정이 섞이게 되면 따뜻해야 할 밥상은 살얼음판이 된다. 그래서 밥을 차려놓고 방으로 들어와 휴대폰으로 알렸다. 그럼 아들은 거실에서 밥을 먹고 나는 방에서 운동을  했다. 밥을 먹고 방으로 돌아가는 아들은 노크를 하고 식사인사를 했다. 그렇게 1년을 보냈다. 다시 또 1년을 그렇게 보내게 될 것 같아 긴장을 했지만 두 아들은 이제 자신들 인생에 수능은 끝이라고 했다.

 청소년상담사 면접 때 감독관이 현입시제도가 청소년문제를 일으키는 이유에 대해 물었다. 나는 수험자가 아닌 부모로서 열변을 토했다. 결국 중간에 감독관이 내 말을 잘랐다. 매년 바뀌는 입시는 학생들도 부모들도 괴롭다. 수능은 끝났지만 당분간 묵언수행이 계속될 것 같다. 어쩔 없다면 받아들이자. 가끔은 묵언수행이 심리적 안정감을 때도 있다. 즐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혼자만의 시간을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남자들만 사는 집에서 가족들의 우렁각시가 된 나. 지나간다! 마음을 다잡아 본다. 

 가을이 한창인 지금 알록달록 가을이 즐겁다. 추운 겨울이 올 것도 알고 도 그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올 것이다. 그러면 언제 그랬냐는 듯 평온한 일상을 보내겠지.......  곧 지나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