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그리고 아들
현관이 이삿짐들로 가득찼다. 무슨일인지 아는거처럼 우리집 상전 고양이 겨울이가 비닐을 씹고 있다가 내가 돌아보자 놀라 도망을 간다. 남자들만 사는 이 집에서 고양이 까지 수컷이다. 한숨을 쉬어 봤자 도와줄 사람은 없다. 이사를 하지 못한채 둘째가 입학식을 다녀왔다. 이제는 정말 서울로 올라가야 할때가 왔다. 전주인이 주중에 이사를 나간다고 해서 연차를 냈다. 남편은 내가 간다고 하니 자신은 일이 있어 가지 못한다고 하면서 차를 빌려 짐은 옮기고 청소만 해주고 내려오라고 했다. 새아파트로 입주하면서 각자의 방이 생긴 두아들을 위해 공방에서 책상을 맞춤했다. 의자 몇개를 부수고 고등학생이 되어 육중한 몸무게를 버티기 위해 다소 값이 나가는 사무용 브랜드 의자를 구입했었다. 그 의자는 인서울에 성공하며 결국 돈값을 해 냈다. 그렇게 긴시간 함께한 책상과 의자도 함께 서울로 간다.
집에 있는 물건들중에서 한가지씩 짐을 싸고 모자라는것들은 새벽배송으로 주문을 했다. 짙은 회색 20장을 세탁기에 넣었다. 마음같아서는 밝은 색으로 주문하려고 했지만 남자아이가 쓰기에는 어두운색 수건이 맞춤이다. 주말내내 세탁기와 건조기가 쉬지 못했다. 짐은 분명 싸고 있는데 짐을 싼만큼 또 짐이 거실로 나왔다. 갑작스럽게 아들과 둘만 기차로 이동하게 되어 기차표도 급하게 예매했다. 너무 오랜만에 하는 예매라 같은날 같은 시간에 예매가 3건이나 되어 있어 취소를 해야 했다. 출근 후 퇴근을 기차역으로 해야 한다. 아들은 청소만 간단하게 하고 내려가라는데 짐정리가 생각보다 많이 걸린다. 그리고 아들은 이사 다음날 2박3일로 새터 행사가 있어서 결국은 다 내차지다.
둘째 아들과 둘이서만 다닌기억이 거의 없다. 어릴때 늘 두 아들과 함께 움직였고 아들이 혼자서 다닐만큼 컷을때는 함께 가자고 해도 거절했다. 아들은 자취를 하며 혼자 지낼 생각으로 기쁜것 같아 약간은 서운하디. 늦잠을 자고 일어난 주말 아침에도 눈을 제대로 뜨지도 못하면서 고양이 물그릇이 비었다며 툴툴거리며 고양이를 못본다는것을 아쉬워하고 혼자 남은 고양이에게 내가 소홀할까봐 잔소리부터 하니 자식 키워봐야 소용없다는 말을 절감하게 된다. 어쨌건 내일이면 네식구가 살던 집이 더 조용해 질것 같다. 남자들만 살다보니 웃음소리도 없고 먹고 나면 각자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생존확인 정도로만 가끔 원하는것이 있을때 나에게 손을 내밀 뿐이었다. 큰아들이 군입대하고 한달 넘게 주인없는 방문을 열어보며 눈물을 닦았다. 둘째 아들 방문도 매일 출퇴근 하면서 열어볼것 같아 벌써부터 코끝이 찡하다. 군입대한 큰아들은 오늘부터 3일간 동계훈련에 들어간다. 첫 동계훈련이 긴장되는지 한숨만 쉬는 아들에게 자기 몫을 하라고 말을 하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에 함께 한숨만 쉬다가 전화를 끊었다. 옆에 있으나 멀리 있으나 자식은 늘 걱정이다. 둘째아들은 아마 학교를 졸업하고서도 계속 서울에 머물것같다. 눈뜨고 코베이는 서울 생활을 잘 해내기를 바랄뿐이다. 그리고 아들과 웃으며 인사하고 제발 울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동안 꼭 해보고 싶던 마라톤도 도전해보고 싶고 밥걱정으로 미뤄 두었던 친정식구들과의 해외여행도 간다. 어쩌면 둘째의 독립이 나에게는 작은 숨구멍이 될것같아 아들만큼이나 남은 2026년이 기대된다. 12월 31일 전역하는 큰아들이 오기전까지 자유인으로 그 시간을 후회없이 누비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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