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은 떨어졌지만 출근은 합니다.

세상이 나를 이곳으로 보냈다.

by 신의손

지하철 노선도를 몇 번이나 확인하고 약속했던 시간에 약속한 장소에 도착을 했다. 내 연배의 젊은 대표가 있는 방으로 안내되었고 1:1 면접이 시작되었다. 나는 그 젊은 대표를 보는 순간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사람 밑에서 일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고생은 하겠지만 이 사람이라면 일을 배우고 다른 곳에 가서 충분히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았다. 무엇을 하며 경력단절기간을 보냈냐는 질문을 시작으로 가정사로 이어지는 질문들을 나는 떨지 않고 모두 답변해야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나에게 그 대표는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나이가 너무 많아 아쉽지만 채용은 안될 것 같습니다.



30분 넘게 내 면접을 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지만 나는 이유를 물을 수가 없었다. 사실 나이도 많고 경력도 없는 나를 뽑는 건 누가 봐도 이상했고 나는 날씨도 추운데 정장을 입고 면접을 보러 온 나 자신을 원망했다. 구두를 신은 발이 저려왔다. 예상은 했지만 마음이 쓰렸다. 인사를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나를 잠시 기다리라 하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그러더니 나를 데리고 근처 다른 건물로 향했다. 얼음 마녀 같은 여자분이 감정이라고는 아무리 찾아도 없는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나를 올려다봤다. 저 사람한테 걸리면 뼈도 못 추리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갔으니 입도 떼지 못하고 질문에만 답할 뿐이었다. 어차피 채용도 안될 텐데 여기저기 나를 인사를 시키는지 몰라 기분이 이상했다.

나이 먹은 게 죄도 아니고 재단의 이사장이라면 모를까 자신도 월급 받는 직원이면서 처음 보는 나를 위아래로 훑어대는 얼음마녀의 시선에 나는 얼어붙고 말았다. 나를 데리고 갔던 대표는 먼저 인사를 하고 방을 나갔고 나는 얼음 마녀와 독대를 했다. 몇 가지 질문들이 오갔지만 일방적이었고 그냥 이런 상황이 싫었다. 누가 설명이라도 해 주었으면 했지만 아무도 없었다. 서류목록을 적은 쪽지와 명함을 내밀었다. 나는 그렇게 얼음마녀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 왜 내가 있어야 하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고 나는 빨리 집에 가고 싶을 뿐이었다.


다음날 아침 출근 하라는 전화가 왔다. 수습기간 없는 정규직이었다. 나는 지원한 곳에는 떨어졌고 그 덕에 다른 곳에 타의로 지원자가 되어 앉아 있었다. 세상은 아이러니다. 내가 여기서 일할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심지어 내가 근무하고 싶어 했던 직군으로 다른 곳에 지원서를 냈었지만 서류탈락했던 직군이었다. 나는 이곳에서 일할 운명이었다. 그때는 생각하면 세상이 온 우주가 나를 그곳으로 보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내가 지금 이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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