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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의손 Oct 18. 2023

아싸 인 줄 알았던 아들은 인싸였다.

엄마말은 쌈 싸.

 둘째 아들은 먹는 것에 관심이 많고 진심인 아이다. 유튜브를 보고 손으로 머랭을 치고 오븐에 구워 머랭쿠키도 만들어 먹고 신제품이 나오면 꼭 사서 먹어본다. 자식이 먹는 것만 봐도 좋았던 아들의 체중증가에 큰 역할을 했다. 그렇게 둘째 아들의 체중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급기야 한 달에 10kg의 체중이 늘어 80kg을 넘겼다. 그런 아들이 갑자기 운동을 한다며 아령을 사고 역기를 사고 아파트 헬스장에 나가기 시작했다. 조금씩 체중감량을 하면서 탄수화물을 줄이기 시작했다. 드라마틱한 반전은 아니지만 배가 들어가고 약간은 슬림해진 몸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여기에 내가 체중감량 후 1개월 유지를 할 경우 1kg 감량에 15,000원을 준다는 제안을 했고 체중감량 계약서를 작성하고 한 달 뒤 15만 원을 받아갔다. 살을 빼고 돈을 받아가는 그 계약서가 조금은 동기부여도 된 것 같았다.  미술을 진로로 정하고 미대 진학을 목표로 몇 년 동안 늘 구부정한 자세로 많게는 10시간 넘게 앉아 있으니 허리에 무리가 오고 다리까지 저려왔기 때문에 체중감량과 운동을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내년 수능까지는 몸이 멀쩡해야 했다.


 출근을 해서 정신없이 일을 하고 있는데 휴대전화가 울렸다. 둘째였다. 목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허리가 아파서 독서실 계단에 주저앉았다는 것이었다. 며칠 전 정형외과를 방문해 검사를 하니 척추측만증으로 수술을 해야 하고 물리치료나 도수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는데 수술을 받는 것은 싫고 미술학원과 공부도 해야 해서 운동을 하며 참았던 것인데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는지 나에게 전화를 한 것이었다. 엄마는 해결사가 아닌데 일이 터지고 급하면 전화하는 게 엄마다. 다행히도 지인분께서 허리가 좋지 않았는데 혈치료를 받고 호전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혈치료가 뭔지도 모르겠지만 효과를 보았다는 사람이 있으니 일단 거기라도 연락을 했다. 다음날 예약을 잡고 집에서 1시간 거리의 혈치료사에게 보냈다. 지인에게 들은 혈치료시 주의점을 알려주고 일반적인 마사지와 비슷하지만 아들은 관광지에 가서 마사지를 받아본 적도 없으니 당황할 것 같아 옷을 벗고 맨살을 만지니 이해해야 하고 지인의 소개로 어렵게 예약을 잡은 것이니 들어갈 때와 나올 때 인사를 잘해야 한다고 당부를 했다. 그 또래 청소년들과 마찬가지로 내 아들도 수줍음이 많고 인사도 잘하지 않으며 집에 손님이라도 오면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내심 걱정이 되었지만 아픈 허리의 치료가 먼저였다.


보통은 혈치료를 하는 시간이 1시간가량인데 첫날이고 남자아이다 보니 체격이 있어 시간이 좀 더 걸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다음 예약 날짜도 잡아야 하고 자세교정이나 주의사항도 있을 테니 걱정은  되어도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2시간이 넘게 지나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나는 다시는 가지 않겠다고 할까 봐 걱정이 되었지만 목소리가 밝은 것으로 봐서 괜찮은 것도 같았다. 첫마디가 '이제는 좀 살 것 같다'였다. 어찌나 안심이 되는지 긴장이 풀렸다. 집에 가서 밥을 먹고 오늘은 공부도 하지 말고 쉬라고 하고 10회를 결했다. 퇴근해서 집에 가니 아들이 혈치료받은 썰을 풀었다. 내가 시킨 대로 인사도 잘했고 대답도 잘했다고 안심을 시키는데 어디서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몰랐다. 그렇게 몇 차례 더 혈치료를 받고 일주일에 2번 예약이 10일에 한번 예약으로 바뀌었다. 한 번에 자세가 교정되지는 않아도 허리통증은 거의 없어져 아들의 만족도 높았다. 그러던 어느 날 소개를 시켜준 지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혈치료 선생님께서 전화가 왔는데 내 아들이 바르게 커서 인사도 잘하고 대답도 조리 있게 잘하고 신념도 있어서 어디 내놔도 잘 살 것 같다고 하면서 칭찬을 하더라고 이 기쁜 소식을 나에게 전하려 잊지 않고 전화를 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 내 아들은 내가 생각한 아싸가 아니었다. 오직 나에게만 아싸였던 것이고 타인에게는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인싸였다. 밖에 나가면 너를 향한 화살이 부모에게까지 오는 것이니 인성이 된 사람이어야 한다고 잔소리를 했는데 늘 아들은 알아서 한다며 내 말을 쌈 싸 먹어 버렸다. 다 이유가 있었다. 아직은 미숙한 면도 있지만 나름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지인과의 전화통화를 끝내고 눈물이 났다. 걱정과 불안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 같다. 부모는 자식일에는 중간이 없어 늘 극과 극을 달린다. 자식에게 문제가 생기거나 아프면 엄마는 죄를 짓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이제 둘째 아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밖에서는 인싸라고 하니 고맙기도 하고 안심이 된다.


이제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첫째 아들은 어쩌나? 오늘도 자식걱정에 머리가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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