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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의손 Nov 14. 2023

첫 수능이지만 삼수합니다.

아들의 첫 수능

 2023년 11월 16일 목요일. 나의 첫 아이의 수능날이다. 나는 지난달에 보온도시락을 사고 수능도시락 메뉴도 고민을 하고 있었다. 아마 모든 수능을 앞둔 부모의 마음이 나와 다르진 않을 것이다.

아들에게 물었다. 무슨 반찬이 좋으냐고.  아들은 밥은 안 먹을 테니 샌드위치를 사 간다고 했다. 직장에 다며 새벽에 도시락을 싸고 식사를 챙기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내 자식의 첫 번째 수능날 도시락이 아닌 시판 샌드위치를 들려 시험장에 보낼 수는 없었다. 그러나 아들은 단호했다. 오늘까지도 설득이 안되었다. 정말 샌드위치 한 개와 생수 한 병을 들고 시험장에 갈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 나는 빵집 모바일상품권을 아들에게 보내 주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래도 수능 당일 도시락은 준비할 생각이다. 혹시 마음이 변해 가지고 갈 수도 있으니.

 아들은 사실 공부에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작년부터 공부란걸 시작했다. 무언가 목표를 정해 자신의 의사를 부모 앞에서 말한다는 게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요즘 아이들은 무섭다. 내 아들 둘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부모 자식이지만 수요와 공급에 따른 철저한 경제적인 관계이기도 하다. 어쩌면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부모와 자식의 관계라서 무언가 하나를 얻으려면 자신의 무언가 하나를 내놓아야 한다. 정말 작은 사회인 것이다. 각자의 최선을 찾기 위해 머리를 굴리고 또 필살기를 쓴다. 공부를 하지 않고 밖으로만 돌던 아들의 눈빛이 일순간에 변했다. 반항으로 가득 찼던 아들의 눈빛은 차분했고 독기가 빠져 있었다. 아들의 말을 듣고 있던 나 조차도 다른 아이 같아 처음엔 아들의 말을 신뢰하지 않았다. 시간은 모터를 단듯 아들에게 세 번의 모의고사가 지나갔다. 생각보다 후 폭풍은 컸다. 공부에 취미가 있는 아이도 아니었고 철저한 문과인데 이과 과목들을 선택해 공부를 하려니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된 것 같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하루에 한 끼라도 집밥을 먹이고 과일 한쪽이라도 먹이는 것이었다. 잠시라도 웃을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아들의 마음을 헤아려 주는 것뿐이었다. 이럴 때는 심리학을 공부한 것이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자식일이라 사실 중간이 없다. 극과 극을 달린다고 해야 할까? 묵묵히 응원만 할 뿐 이래라저래라 할 수도 없다. 사실 교육과정이 해마다 바뀌고 내가 공부하던 시대와는 결이 완전히 달라서 설명을 들어도 이해를 할 수가 없다. 대학을 가는 길이 천 갈래 만 갈래라 나보다 아들이 더 자신의 진로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고 자료를 더 많이 가지고 있었다.

 9월 모이고사가 끝나고 아들이 급격히 말 수가 줄었다. 말이 많은 아이는 아니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자신이 생각한 등급이 나오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때였다. 첫 수능도 보기 전에 아들은 삼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수는 지원을 해 주겠지만 삼수는 지원을 끊겠다는 남편의 말에 안도하는 것 같았다. 군대도 다녀와야 하니 면제가 되지 않는 이상 시간이 없다는 것을 본인도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대학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고 행복하게 사는 것에 목표를 두라 말했지만 아들은 본인이 원하는 대학이 인생의 목표라고 했다. 대화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아들은 수능을 보기 전이지만 이미 삼수생이 되었다.

 수능날이 다가오면 갑자기 추워진다. 이번주부터 온도차로 베란다 창문에 결로가 생겼다. 수능 당일에는 좀 따뜻했으면 좋겠다. 스트레스로 얼굴은 노랗게 변해가고 밥도 잘 먹지 않는 아들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 자신의 인생을 결정하는 시험을 앞둔 마음을 아무리 이해한다 해도 본인만 할까? 며칠간 아들과 최대한 마주치지 않으려 한다. 걱정되어 던진 말 한마디가 핵폭탄이 되기 딱 좋은 시기다. 무사히 수능을 마치기 만을 바랄 뿐이다. 점수나 등급 따위는 초월했다. 목표를 가지고 노력하는 아들이 대견하고 고맙다.



 

아들아! 재수를 하고 삼수를 해서 네가 행복하다면 그렇게 하자. 사실 50되고 보면 대학 그거 아무 소용없다. 물론 시작점이 다를 수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냥 자기만족이다. 인생의 목표가 돈이 되면 몸도 마음도 돈값을 해야 한다. 다른 목표도 마찬가지일 테지만 세상이 원래 그렇다. 내가 뭘 얻으려면 꼭 다른 것을 내어 주어야 한다. 다만 나는 내 아들이 후회 없는 청춘을 보냈으면 한다. 내 아들이 좌절은 하더라도 포기하지 않는 신념이 있었으면 한다. 아들이 노력한 그 시간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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