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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의손 Dec 15. 2023

2023년 공부는 이제 안녕.

글 쓰는 나로 돌아간다.

 사람의 일생동안 해야 하는 것들은 정량이 있다고 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정말 이래도 되나 싶게 막살았던 2023년이다. 막살았다 말하지만 열심히 살았다는 게 바른 표현일 것이다. 너무나도 계획적인 나는 1년에 1개는 꼭 자격증을 따려고 노력한다. 뜻대로 될 때도 있고 그렇지 못할 때도 있다. 해냈다는 합격의 성취감은 사실 한 시간을 못 간다. 기쁨의 유효기간은 그렇게 속도 없이 짧아져 가고 낙방의 아픔은 쓰다. 합격되기 전까지 계속해서 나의 마음을 찌른다.

 오늘은 2023년 계획했던 마시막 시험을 본 날이다. 사실 어제 회사에서 뷔페를 빌려 개열사 식구들 400명을 초대해 성대한 송년회를 했다. 나는 시험을 핑계로 불참했다. 오늘 저녁이면 나도 거기 가서 허리띠를 풀고 맛나게 먹고 술도 한잔씩 하면서 즐기다 왔겠지만 시험을 앞둔 나에게 신은 나에게 뷔페는 허락하지 않았다.

시험을 보러 가도 나는 소리 소문 없이 반차를 내고 오후에는 출근을 했었다. 그래서 나의 이 이상한 취미 같지 않은 취미를 회사에서는 몰랐다. 자격증을 따는 게 취미라니.... 어떤 사람은 자기계발한다고 생각하고 응원을 하지만 어떤 사람은 한마디로 '꼴값'이라며 색안경을 끼고 나를 위아래로 훑어 보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그런 하찮은 시선 따위는 신경 쓰지 않은지 오래다. 다만 그 400명 중 정말 알지 말았어야 하는 한 사람이 알았다는 게 좀 찜찜하다. 작년부터 운동으로 10Kg 이상 감량하고 슬림해진 나를 마주칠 때면 꼭 '살 빼서 몰라봤다' '딴 사람인줄 알겠다' 이런 말을 했다. 옆에 누가 있건 없건 상관없이 구내식당이나 사람들이 많은 로비에서나 타인의 시선이나 타인의 마음은 헤아릴 생각조차 없는 그런 사람이다. 하여간 엎어진 물을 주워 담을 수도 없고 이제는 살 빠진 내가 자격증을 따는 이상한 취미까지 있다고 볼 때마다 말을 할 텐데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다. 인생이 심심하면 재미가 없다고 일부러 이렇게 일을 만드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일생동안 해야 하는 공부는 거의 다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것 같다. 오늘 시험을 보러 가는데 열심히 공부도 했고 연습도 했지만 막상 머릿속이 하얗게 되고 생각했던 것도 조리 있게 말하지 못했다. 참. 나의 오늘 시험은 구술형 면접시험이었다. 사실 작년에 불합격을 해서 올해 합격하지 못하며 내년에 다시 필기부터 쳐야 한다. 공부야 뭐 재미로, 취미로 한다지만 어떤 것이든 불합격은 싫고 나이 들어가 작은 글씨를 보며 졸음을 참고 책상에 앉아 있는 게 너무 힘들다. 그래서 정말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열심히 준비했는데 결과는 아직 잘 모르겠다. 답변을 못한 것은 없지만 덜 한 것들이 자꾸만 생각나 오늘 밤은 이불킥을 할 것 같다.

 시험결과는 아직 않나 왔으니 희망을 걸어보려 한다. 그리고 올해 생각한 모든 공부가 끝이 나서 기분도 홀가분하다. 수필강좌도 다음 주에 종강이라 정말 한 두 달은 글만 쓰며 내 시간을 즐기려 한다. 글 쓰는 삶이 이렇게 재미있다니 정말 나도 언젠가 등단을 하고 정식 작가가 되어 내 이름으로 된 책을 출판하고 강연도 다니고 받아주지 않아 못 간 박사도 갈 것인지 조금 기대를 해 본다. 나는 내 생각보다 정말 큰사람이었던 것일까? 내 글은 재미난 맛이 있다고 한다. 나도 모르는 내가 글 쓰는 재주가 있는 것 같다.


오늘 밤은 이불킥은 날리더라도 홀가분하게 잠들 수 있을 것 같다. 내일부터는 노트북을 펴고 나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며 글을 쓸 생각에 가슴이 뛴다. 고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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