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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의손 Dec 24. 2023

아들이 물었다.

아멘.

저녁밥을 기다리며  아들이 나에게 물었다. 얼굴도 보지 못하고 뒤통수로 아들의 말을 듣고 있었다. 손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엄마는 지잡대 다니는 아들이 부끄럽지 않겠어요?"

이건 무슨 소리인지 감을 잡지 못하고 아들을 보는데 저런 순진한 얼굴을 하고 저런 애매한 말을 나에게 던지다니 고단수인가? 아니면 단순한 건가?

 나는 흔히 말하는 SKY나 인서울 대학을 바란 적이 없었다. 자식이 내 마음대로 되지도 않고 내가 원한다고  내가 짜놓은 판에서 살지도 않을 것 당연했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의 의지로 결정하고 선택하고 또 그것에 대한 책임을 지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어릴 때야 투사적 성향으로 모든 불리한 사건들이 모두 엄마 탓이 되지만 이제 내년 6월이면 완전한 성인이 되는 고집 있고 나보다 커져 마주 서면 올려다보는 산만한 아들이 저런 말을 하니 그 숨은 의도가 궁금했다.

 50이 되어도 나는 내 진로에 대해 매일매일 고민을 한다. 이 한 몸 어떻게 건사하며 죽을 때까지 주위에 민폐 끼치지 않고 살 것인가?  자식들에게 손 안 벌리고 살궁리를 머릿속에 넣고 다닌다.  그 과정에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다행이지만 어디 세상일이 그리 말캉한가? 싫어도 더 싫어도 해야 하는 게 돈 버는 일이다. 그런데 아들은 간판이 있어야 하고 사무직에 그것도 좀 더 편하게 돈을 번다는 편협한 사고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아들의 목적 끝에는 돈이 있고 오직 그 돈을 편하게 버는 최단거리만 중요한 듯하다.  남편의 삐뚤어진 경제관념과 가치관이 아들에게 전수된 것 같아 남편이 미워진다. 많은 정보를 받아들여 자신의 사정에 맞게 흡수해 지식의 양분을 만드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아직도 프로이트에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남편을 보면 참.. 뭐라고 할 말이 없다. 처음이 프로이트였다면 이제는 좀 더 발전해야 하는데 신봉하고 맹신한다. 프로이트가 살던 세상과 지금의 세상은 너무 달라졌고 변했지만 자신의 신념을 너무 믿는 모양이다.  그래서 아들에게 까지 비뚤어진 가치관을 세뇌시킨 것인가 싶어 속상하다. 내 남편만, 내 아들만 이럴까? 나도 그런 적이 있었다. 너무 없고 너무 목마르다 보니 오직 물질적인 것이 전부였던 때가 있었다. 법의 테두리에서만 벗어나지 않는다면 괜찮다 생각했다. 뭐 법의 테두리를 살짝 벗어나는 편법도 능력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때가 있었다. 내가 그런 쪽으로 나아갔다면 내 아들을 '의전'이라도 보냈을지 모른다. 나는 한 가지에 집요하게 파고드는 능력도 탁월하니 말이다. 그런데 내 아들은 공부는 사실 고만 고만하다. 그래서 공부하나로 인서울이나 SKY를 가는 것은 사실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걸 아들도 알고 나도 알고 남편도 안다. 이런 현실을 받아들이는 게 힘든 것이라 회피를 해 보지만 첫 수능을 치고 난 아들은 온몸으로 온마음으로 느꼈을 것이다. 드러내서 말을 하지 않지만 생각한 1번이 틀어지니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것도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도 현실을 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시점인데 본인은 얼마나 미래가 걱정이 될까 싶어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 대신할 수 있다면 그러겠지만 본인의 인생은 본인이 책임지고 어깨에 짊어져야 하니 옆에서 응원하며 지켜보는 게 부모의 역할을 하는 거라 생각하는데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늘 말하지만 자식일에는 중간이 없어 브레이크 없이 급발진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 늘 조심하고 있지만 그 조심이 나의 기준이지 아들의 기준에는 늘 못 미친다. 대학원서도 안 쓰고 재수를 하겠다는 아들의 결심이 대단하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기회를 한번 없애는 것 같아서 아쉽기도 하다. 엄마가 아무리 말해도 듣지 않은 게 자식들의 국룰이라 당분간 진로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으려 한다.      


 내일은 크리스마스 이브이다. 교회도 다니지 않고 피 끓는 청춘은 이미 끝나서 크리스마스는 주말이나 연휴같이 그냥 쉬는 날일 뿐이다. 그래도 내일은 아파트 옆 교회에 가서 신도들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느껴볼까? 고민도 해본다. 하느님은 다 알고 계신다는데 알고만 계시면 어쩌나요? 알려줘야지.  제발 우리 아들에게도 세상이 대학이 전부가 아니란 걸 알려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예수님 메리크리스마스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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