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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의손 Dec 24. 2023

워킹맘의 연휴준비

살림놀이

주경야독 워킹맘에게는 주마다 찾아오는 주말은 주중보다 마음가짐이 좀 더 필요하다. 일어나는 시간도 다르고 입맛도달라서 해야 할 거도 많고 신경도 써야 한다. 그리고 이번주처럼 쉬는 날이 주말의 앞뒤로 하루라도 더 붙으면 조금 더 기운을 내야 한다.

일은 순서에 맞춰 빨리빨리 이어진다. 먼저 세탁기를 돌리고, 청소부터 한다. 그래야 그 뒷순서가 해결이 빠르다. 식재료를 준비하고 원팬이나 냄비 하나로 조리를 시작한다. 냉장고에 있는 재료부터 소진한다.


미역국
LA 갈비


고구마
고구마 말랭이
삶은 달걀
떡갈비
소시지전
두부부침
콩나물무침
묶은지 볶음


이 정도면 연휴 동안 반찬 걱정은 없다. 그리고 빨래 후 건조기 통살균, 세탁기 통살균도 해준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쉬는 시간이 없고 돌아서면 밥때라 지치기도 하지만 차려주는 대로 잘 먹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기도 하다. 남자들만 키우다 보니 집안일은 다 내 차지이고 또 부탁을 해도 소 귀에 경 읽기 이기도 하다. 사실 자식만 아니면 저렇게 반찬을 만들지도 않을 것이다. 나는 먹는 것에 대한 집착이 거의 없고 있는 것만으로도 끼니만 때우 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다. 집에서도 거의 밥을 잘 먹지 않고 주말에도 1일 1식을 하는 경우가 많다. 먹는 것으로 싸울 때도 있고 화가 날 때도 있지만 이 모든 것에 대한 총대를 메는 것은 결국 나다.  바삐 움직인 덕분에 오늘 저녁부터 내일 오후까지는 비교적 여유가 있을 것 같다. 누구는 집안일도 하청의 하청을 한다는데 나는 하청을 시킬 사람이 없다. 그 하청은 내가 나에게 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

 오늘도 편안하게 아무 일도 없이 밥 잘 먹고 웃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사는 거 별거 없다는 생각이 살아갈수록 든다. 메슬로우가 말한 욕구는 단계가 있으나 점프가 가능하다. 나는 다른 건 무시해도 자아실현의 욕구는 필요한 사람이고 남편은 생리적 욕구가 1번이다. 두 아들도 생리적 욕구와 안전의 욕구, 애정의 욕구가 필수인 것 같다. 나이가 들고 철이들 수록 자아실현도 생각하게 되겠지만 나이가 나이인지라 아직은 먹는 게 1번이다. 하고 싶은 거 하고 밥 굶지 않고 평온하고 따뜻하게 지내면 된다. 지금 내가 이 집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이다. 특히 주말이나 연휴에는 이 1단계를 완수하기가 너무 힘들다. 그렇기에 오늘은 나름 뿌듯하기도 하다. 나의 준비성 칭찬한다. 오늘도 무사히. 그러니 제발 아들들아 밥을 좀 먹어다오. 쉬는 날이라 배가 안 고프다며 한 끼를 안 먹는 큰아들과 배부르면 잠 온다고 공부해야 하니 밥은 나중에 먹는다는 작은아들에게 뭐라고 해야 하나?


니들이 먹어야 내가 퇴근을 한다. 엄마도 퇴근 좀 하자.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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