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극 <존재의 꽃>이 건네는 위로, 평범함이라는 위대한 역사에 대하여'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했다. 가죽은 타인을 위해 남겨지는 것이나, 이름은 그 존재가 사람답게 살았음을 증명하는 흔적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지금 당장은 물론 후세에까지 이름을 남기고 싶어 한다. 거창한 야망이 아니더라도, 끝없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싶어 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시극 '존재의 꽃'은 사실 누구나 겪어오는 그저 그런 삶을 그린다.
평범한 일상이지만 그 속에서도 자신이 살아있음을 증명하고 싶은 마음, 풀꽃처럼 시들어 가면서도 여전히 나는 꽃임을 믿고 싶어 하는 이들의 이야기다.
서막은 "나의 청춘은 불안과 설렘이 저울질했고, 늘 안개 낀 길을 걷는 것처럼 막막했어"라는 고백으로 시작된다.
황혼을 앞두고 겪을 만큼 다 겪은, 시들어가는 풀꽃 '오늘'의 목소리다.
세포들이 돋아나 온몸이 꿈틀댄다'고 외치는 청춘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오직 하나뿐이다.
되돌아보니 '오늘'의 모든 날은 외롭고 힘들었다. 에펠탑과 모네의 정원, 잠든 시간 속의 역사를 만나러 날아갈 것 같던 청춘은 어느새 사라졌다.
밤낮없이 일해도 언제나 아등바등, 잔액은 부족한 현실. 눈떠보면 회사고 정신 차려보면 집이다.
쏟아지는 정보의 늪에서 버둥거리다 문득 발견한다.
뫼비우스의 띠에 걸린 것도 아닌데, 창살 없는 감옥에 갇힌 무한 종신계약자가 되어버린 자신을.
분명 나도 꽃이었는데, 이제 짙은 안개에 가려 형체조차 알 수 없다. 내 이름이 무엇이었는지 정체성마저 헷갈리지만, 목에 걸린 짙은 스카프는 나를 옥죄기만 한다. 풀려고 애쓸수록 더 단단하게 나를 조여오는 현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추억, 희미하게 남은 희망과 꿈. 천국과 지옥을 오가던 그 모진 날들, 외로운 순간들, 기다림과 견딤. 가슴 깊은 상처마저 언젠가는 반짝이는 보석이 될 거라 스스로에게 속삭여 보는 날.
그런 나에게 세상은 비아냥거린다.
"꽃이라고? 시들어도 꽃인가? 당신은 그저 시든 풀꽃일 뿐이예요."
하지만 나는 나에게 되묻고 세상을 향해 말한다.
거친 정글 속을 헤매느라 잠시 잊었을 뿐, 나는 여전히 존재하며 시들어도 곱게 피어 있고 싶은 꽃이라고.
그렇게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은은한 잔향처럼 남은 시극 '존재의 꽃'.
오늘, 내 안의 풀꽃 사이로 멋진 바람이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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