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서 너무너무 부끄러운 것 중 하나는 연애와 결혼을 마치 인생의 필수과정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나는 내가 20살이 되면 당연히 연애를 할 것이고 28살이면 결혼을 할 줄 알았다. 결혼을 하고 나면 남편의 직장 근처에 집을 구할 것이고 그럼 나의 직장도 그 근처에 옮겨야 할 거라고 생각했다. 남편이 애기를 갖고 싶다고 하면 출산을 할 것이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육아를 하게 될 것이라고. 모든 미래계획이 이런 식이었다. 그 안에 나라는 주어가 없었다.
스스로 깨달은 것은 아니었다. 어느 날 아이들에게 미래계획을 세워보라고 한 날, 한 아이가 "그럼 선생님 미래 계획은 무엇이냐"라고 물었다. 나는 평소 습관처럼 생각해 둔 대로 미래계획을 읊었고, 아이는 갸우뚱하며 나에게 다시 물었다.
"선생님 인생에 왜 선생님이 없어요?"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내 인생인데, 왜 나는 20대 후반 이후의 인생을 스스로 결정할 생각을 전혀 안 했을까? 이제까지 나는 결혼 이후에 그저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엄마로 살 생각만 했던 것이다.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모두 결혼이라는 제도에 미뤄둔 채로. 덕분에 20대 후반 이후의 내 인생계획은 백지에 가까웠다. 직장에 다니는 것도 휴직하는 것도 집을 구하는 것도 모두 내가 결정하는 게 아니었다.
앞으로는 내가 내 인생의 주어가 되어...
문제의 수업 이후 나는 스스로에게 꽤 많은 질문을 주고받았다. 내가 좋아하는 것부터 앞으로 되고 싶은 것까지.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내 미래계획에 포함시켰다. 계획은 너무 멀리 잡지 않았다. 최대 5년 안으로 내가 꼭 이루고 싶은 것을 정리해두었다. 그리고 실현할 수 있는 세부계획을 첨언해두었다.
그런데 계획을 세우다 보니 내가 결혼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사람이 당연히 결혼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으니... 이 나라의 교육이라는 게 참 무섭다. 거의 세뇌에 가까운 수준 아닌가
돈을 모으지 못했던 이유
인생계획을 세우다 보면 당연히 자금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집을 구하는 것도 여유 있는 생활을 하는 것도 모두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신 차리고 지출 수입을 따져보니 이제까지 아무 생각 없이 돈을 생각 없이 펑펑 썼다는 것을 발견했다. 유독 미용실, 화장품, 다이어트, 옷, 피부과에 지출되는 돈이 많았고 합쳐보니 어마어마하게 큰돈이었다.
왜 그랬을까. 되돌아보니 20대도 충분히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항상 내가 늙는 것이 두려웠다. 그리고 언제나 아름다운 상태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여드름이 조금만 생겨도 피부과에 가서 이만 원씩 내고 염증 주사를 맞았고 10-20만 원씩 주고 화장품을 사들였다. 왜? 못생기고 늙은 여자는 그 누구에게도 선택받지 못한 채 혼자 살게 될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 두려움이 있었으니까.
나는 아름답지 않아도 된다
앞으로 나는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나는 아름답지 않아도 된다. 나는 건강해야 하고 여유가 있어야 하고 행복해야 한다. 이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지름길 내버려두고 멀리 돌아온 기분이다.
앞으로는 화장품, 미용실, 다이어트, 옷, 피부과 등 꾸밈 비용을 줄이고 월급을 차곡차곡 잘 모아 볼 계획이다. 재테크도 더 공부해서 자금을 불릴 생각도 해야겠지. 이제 나는 늙은 내가 두렵지 않다. 40대, 50대에는 지금보다 더 여유롭고 성장한 내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선택받는 입장에서 조마조마한 미래가 아닌 내가 선택한 모든 것들과 함께할 미래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