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살면서 누구나 자기만의 버킷리스트가 있다.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는 바로 내 이름으로 낸 책을 출간하는 것이었다. 그게 문제집이든 에세이든 뭐든. 내 이름이 적힌 책이 교보문고, 알라딘, 예스 24에 올라가 판매되는 상상. 인세는 많이 벌지 못하더라도 나라는 사람이 이 시대에 살고 있었다는 것을 나만의 흔적으로 남길 수 있다는 것이 꽤 근사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2025년 교사성장학교의 에피소드 글쓰기 모임에 들어갔다. 2024년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수업혁신 연구대회에 도전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글쓰기에 도전해보기로 한 것이다.
이번에 내가 첫 미션으로 읽어볼 책은 “초역 부처의 말”로 정했다. 개인적으로 철학을 좋아하기도 하고, 내 생각과 마음을 정돈하기에도 좋을 것 같아서다. 초역 부처의 말은 학문적인 의의나 심오함보다는 마음속 깊은 곳까지 부처의 말에 귀 기울이는 데 초점을 맞춘 책이다. 이번 연도가 토끼띠인 나에게 들삼재로 인간관계에 있어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했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시간과 장소를 초월하여 부처의 말에 위로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제목에 들어있는 단어인 초역이란, 원문의 의미와 의도를 손상시 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직역 대신 더 효과적으로 의역하는 작업을 뜻한다. 부처의 이야기를 저자의 목소리를 통해 함께 읽고 내 마음의 어지러움을 잠시나마 해소할 수 있으면 좋겠다.
초역 부처의 말 오늘의 구절
누군가를 화나게 했다면
‘쳇, 그렇게까지 화낼 필요 없잖아….’
화를 내는 미운 상대를 보고 울컥 화가 치민다면
그 화로 인해 스스로 악인이 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화를 내는 사람에게 분노를 느끼지 않고
태연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어려운 상대를 만나도 승리할 수 있습니다.
타인의 화를 마주했을 때 빨리 알아차려야 하는 것은, 지금 당신의 마음이 화로 물들려 한다는 사실입니다. 그 찰나를 알아차리고 마음을 가라앉히세요.
그럴 때 비로소 당신도 상대방도
마음의 치유를 얻을 수 있습니다.
당신이 상대방의 화를 부드럽게 받아줄 때,
두 마음속의 화는 잦아들고 상처는 치유됩니다.
-상응부경전 - <초역 부처의 말>, 코이케 류노스케 - 밀리의 서재
https://www.millie.co.kr/v3/bookDetail/d859fc5b6b014467
나의 마음의 주인은 나이다.
그리고 그 마음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것 또한 나이다. 내 마음의 어지러움을 알고 다스릴 수 있는 것 또한 나이다. 초역 부처의 말 2장에서는 화를 내는 미운 상대를 향해 울컥 화가 치밀어 오르는 순간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최근 내 마음을 분노로 어지럽게 했던 일이 무엇인지 떠올려 보았다. 바로 몇 주 전, 외부강의에 관해 안 좋게 생각하는 교장선생님과의 전화통화가 떠올랐다. 교장 선생님께서는 외부강의와 집필을 하겠다고 구두보고를 하는 나에게 ”ㅇㅇㅇ선생님. 그러면 곤란한데요? 왜 학교 일을 제대로 안 하고 외부 활동을 하려고 하지? 그걸 하시려면 새 학기 진도운영계획과 평가계획 제대로 내고 가. 셔. 야. 할. 겁. 니. 다!!!! “하고 엄포를 두셨다.
그리고 “선생님 학교에서 매번 쉬운 업무만 하려고 하시잖아요? 쉬운 업무만 달라고 해놓고 외부 활동을 하겠다고 하면 그걸 내가 어떻게 봐야 합니까?”라고 큰 소리로 역정을 내셨다. 다른 말은 그냥 넘길 수 있었는데 “쉬운 업무만 하려고 했다.”는 말에 나는 순간 내 화를 참지 못했다.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부들부들 떨며 “제가 언제 쉬운 업무만 하겠다고 했나요? 그런 적 없습니다. “라고 해버렸다. 최대한 침착하게 말하려고 했지만 내 마음의 어지러움만큼이나 목소리가 떨리고 있음을 스스로 느낄 수 있었다. 그러자 교장 선생님은 ”그러면 어려운 업무 줘도 된다는 말씀이시죠? “라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고 나는 ”네! 주세요! “ 해버렸다.
전화를 끊고 조금은 후회했다.
“진짜 어려운 업무를 주시면 어쩌지?” 그리고 지금까지 4년 간 본교무실에서 가장 늦게 퇴근한 나날을 떠올리며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 누가 돈 주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열심히 하냐고 걱정 어린 핀잔을 주던 친구들의 말도 떠올랐다.
그리고 지금 부처의 말을 읽으며 다시금 마음을 정돈해 보았다. 나는 그 당시 내 마음을 화로 물들이고 있었구나. 그래서 스스로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구나. 하지만 나는 다시 같은 상황에 처하면 내 마음을 잘 다독일 수 있을까?
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악인은 없듯이 교장 선생님께서도 여러 이유로 마음의 통제를 순간 잃어버린 것이겠지. 세상에 완벽한 인간은 없다. 완벽하다면 그것은 인간이 아니라 신이라 불러야 할 것이다. 누구나 분노로 마음의 통제권을 잃을 수 있다. 그리고 내가 내 마음을 평안하게 하려면 순간의 분노에 물들면 안 될 것이다. 내가 만일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일단 심호흡을 깊게 하고 말을 골라야겠다. 이 날은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고 분노 섞인 말을 해버렸지만, 다음부터는 깊게 날숨을 내쉬며 분노도 함께 배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음이 모두 분노에 잠식되지 않도록. 왜냐 내 마음의 주인은 나이고 내가 곧 내 마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