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리를 자주 한다.
아무리 피곤해도 요리를 한다.
손이 커서 한 번 만들면 양도 많다.
게다가 매끼 새 반찬을 하는 편이다.
당연히 4인 가족이 다 먹어내지 못한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곤 한다.
주변 사람들은 즐겁다.
상담사가 왜 그렇게 요리를 하냐고 했다.
"취미생활이에요."
사실 그렇기는 하다.
나는 요리를 싫어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피곤해 쓰러질 것 같을 때는 대체 왜?
나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한 마디 덧붙인다.
"...그리고 요리할 때는 아무도 곁에 안 오니까. 혼자 있을 수 있어요."
상담사는, 자기가 들어본 가장 슬픈 이유라고 했다.
나는 그저 무덤덤했다.
상담사가 혹시 아이가 잘못될까 봐 걱정하고 있지 않냐고 물었다.
나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원래 예민하고 걱정이 많은 편이지만 이상하게 그 걱정은 안 한다고.
그저 아침이 되면 아이가 학교 안 간다고 하면 어쩌지, 밤이 되면 또 가기 싫다고 칭얼대면 어떻게 참지 하는 정도만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상담사가 말했다.
"정신적 해리 현상하고 비슷한 상태입니다."
감정을 꾹꾹 눌러 담은 다음, 모른 척 해 버리는 것.
내가 의도한 건 아니다.
뇌가 너무 힘드니까, 스스로 닫아버린 거라고 했다.
느끼고는 있었다.
요즘 유달리 무덤덤하다는 거.
그런 거였구나.
내가 힘든 거였구나.
몰랐다, 이 정도라는 건.
adhd약으로 기운을 쥐어짜내서 생활하는 것도 한계에 봉착한 것 같다.
짧은 사이에 약을 두 배로 늘렸지만 여전히 정신이 산란하다.
더 이상 기운도 꺼내지지 않는다.
미래의 기운을 당겨서 생활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당겨 쓸 기운마저도 없나 보다.
이제 어째야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