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받지 않았는데 경비실이었던가보다.
내가 전화를 받지 않으니 남편에게로 전화가 간 모양이다.
상담실에서의 일로 어색한 와중에도 남편이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아랫집에서 자꾸 진동 울린다고 경비실에 전화한 거 같은데."
복도 쪽이라는데 짐작 가는 바가 있었다.
어항 기포발생기.
설마 그 진동이 아랫집까지 전해질 거라곤 생각도 하지 못했다.
당장 처리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남편이 말했다.
"안 되겠다. 금붕어 다 처리해야겠네. 못 키우겠다."
아. 늘 저런 식이었지.
전에 캠핑 가던 날, 딸아이가 학원에 갔다가 캠핑 가고 싶다고 했을 때도
"텐트 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서 너무 늦게 가고 싶지 않다. 그러니 안 된다."
라고 말하면 될 것을, 잔뜩 인상을 찌푸린 채로
"그래. 가라. 그럴 거면 아예 내일 가자."
라고 말했었지.
조금이라도 자기가 불편하거나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없애자, 하지 말자...
저러니 내가 무슨 의논을 할 수 있을까.
말없이 그냥 조용히 혼자서 일을 처리하기 시작한 게 바로 저런 모습 때문이었지.
이제 생각나네.
나라고 혼자서 이 모든 짐을 짊어지고 싶었겠습니까.
그저 함께 짊어질 사람이 없었을 뿐인 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