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입 좀 다물었으면

by 숨비소리

"부모가 힘을 내야 아이가 버티지."

"아이들을 위해 잘 견뎌봐요."

우울증을 앓고 있는 부모에겐 참 어려운 말이다.

"아이들은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게 아닙니다. 하지만 부모는 낳고 싶어서 낳았죠. 그러니 부모가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는 건 당연한 겁니다."

라는 말은 또 얼마나 잔인한지.
그 어디에서도 '부모 또한 부족한 인간이다.'라는 배려를 찾아볼 수 없다.

부모는 슈퍼맨이 되어야 하는 걸까.
부모는 쓰러지면 안 되는 걸까.
부모는 늘 참고 견뎌야 하는 걸까.

결국에는 흔들리다가 제자리로 돌아올 거고,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서서 아이 곁에 있을 테지만, 저 말들은 흔들리고 넘어지는 순간조차 허용하지 않는 것 같아 숨이 막힌다.
만약 이렇게 무거운 짐을 짊어져야 하는 게 부모라는 걸 안다면, 과연 부모가 되기를 선택하는 사람이 있을까.

아이가 자신의 탄생 여부나 자신의 부모를 선택할 수 없는 것처럼 부모 또한 아이의 기질을 고를 수 없다.
수월한 아이를 낳아 아이와 함께 웃으며 하루를 보내고 싶지 않은 부모가 어디 있을까.
부모 또한, 예민하고 우울한 성향에 자기주장 강하고 권위에 굴복하지 않는 다루기 어려운 기질을 지닌 아이를 낳고 싶어서 낳은 게 아니지 않은가.
키우기 까다로운 아이를 가진 부모는 하루를 보내기 위해 다른 부모보다 몇 배의 에너지를 더 소비한다.
그런데 그 모든 부모를 하나로 묶어서

"최선을 다하세요. 버티세요."

라니.
나처럼 본인의 에너지 수준은 낮은 데다가 굉장히 키우기 까다로운 아이를 가진 부모는 어쩌라고.

예쁘게 말하는 건 쉽다.
요즘 들어 그 사실이 선명하게 와닿는다.
그래서 요새는 예쁜 말을 보면 화가 난다.
그 입 좀 다물라고 하고 싶다.
SNS에 올린 그 아름다운 글귀들.

'그래, 그런데 너는 어떤 고통 속에 살면서 그걸 실천해 봤니?'

라고 묻고 싶다.
휴양지에서 웃는 건 쉽다.
하지만 인생의 막장에서 웃는 건 차라리 고통스러울 지경이다.
그걸 알고는 떠드는 걸까.

요즘의 나는, 가시를 세운 고슴도치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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