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에 대하여

by 숨비소리

"나중에 씻어."


"싫어."


"...그럼 알아서 해."


딸아이 방을 나서며 인상을 찌푸린다.

내 표정을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딸아이는 이미 알고 있을 테지.


도대체 왜 씻으려 하지 않는 걸까.

사춘기라 피지 분비가 왕성해서 하루만 안 씻어도 머리에 기름기가 흐르고 비듬이 생기고 냄새가 나는데.

이제 땀도 나는 계절인데 찝찝하지도 않을까.


그렇게 우리는 매일 저녁, 샤워 문제로 서로에게 날을 세운다.


나에게 샤워는 강박의 표현이고

딸에게 샤워는 우울증의 표현임을 이해하지 못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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