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지인들과 장미공원에 가기로 한 날이다.
그리고 아침부터 비가 왔다.
하늘은 온통 흐렸고 바람은 거세게 불어댔으며 닭살이 돋을만큼 추웠다.
밥을 먹고 나면 비가 그칠까 싶어 먼저 점심을 먹었다.
날은 여전히 흐렸고 비는 계속 내렸다.
우리는 장미공원을 포기했다.
대신에 커피숍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
마주 보고 웃기도 하고 말없이 앉아있기도 하는 시간도 나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충동적으로 길가에 차를 세우고 꽃집으로 들어갔다.
얼마 전에 산 쓸데없는 꽃병을 채워주고 싶었다.
나는 연한 살구빛의 장미 한 송이와 연보라빛의 이름 모를 꽃 한송이를 골랐다.
조금 허전해 보여서 안개꽃도 두어개 추가했다.
"만원입니다."
집에 오자마자 꽃병에 물을 채우고 꽃을 꽂았다.
겨우 만원치를 샀을 뿐인데, 꽃병이 꽉 찼다.
책상에 앉아 있으려니 장미의 은은한 향기가 코 끝으로 밀려들어온다.
장미향은 의외로 화려하지 않다.
물끄러미 꽃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비때문에 보지 못했던 장미정원이 어느샌가 마음 속에서 사라졌다.
사람들은 꽃값이 비싸다는데, 나는 잘 모르겠다.
돈 만원으로 이렇게 행복해질 수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