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를 심하게 앓고 있는 딸아이는 뭐에 심통이 났는지
"학교에 가서 만나면 입을 찢어버릴 거야."
라고 분노를 표현했다.
요즘의 심리학적 트렌드는 감정의 수용이 우선이라는데, 도대체 저기서 어떤 감정을 수용할 수 있는 걸까.
입을 찢어버리겠다고 하는데도
"응, 그래. 네가 화가 많이 났구나. 그 마음 잘 알겠어."
라고 해야하는 걸까.
나는 아무 대꾸도 못했다.
그저
'너, 요즘 학교 못 가고 있잖아. 그리고 그 아이가 너한테 그 어떤 잘못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런 표현은 쓰면 안 되지.'
라는 잔소리가 입 밖으로 새어나오는 걸 막기 위해 조용히 애를 쓸 뿐이었다.
저 아이는 어째서 저렇게 과격한 표현을 쓸까.
집에서 그런 말을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나는 조용히 창 밖을 보며 내 기억의 다락방을 뒤진다.
'내 사춘기 때... 내 사춘기 때... 찾았다.'
아. 그랬구나.
그 시절의 나도 그랬었네.
입에 욕을 달고 살았었지.
이름대신 이 년, 저 년 하며 불러댔었고, 그게 어떤 상스러운 느낌을 풍기는지 의식도 하지 못한 채 그저 친구들과 깔깔대며 웃었지.
그래, '입을 찢겠다'는 너나 친구에게 '년, 년' 거린 나나 거기서 거기지.
좋아. 이해한다.
그렇게 밖으로 쏟아내야만 견딜 수 있는 마음이 있다는 걸, 나도 한때는 알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