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앞에서

by 숨비소리

아침 8시 50분.

수업을 알리는 종소리가 학교 밖으로 퍼져나온다.

아이를 바라보았다.

심드렁한 표정으로 학교를 노려보고 있다.


"짜증나."


아이가 차를 걷어찬다.

나는 인상을 찌푸리지만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도대체 내가 학교를 왜 가야해?"


수십번, 수백번 대답했던 질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답하지 않는다.

이유를 묻는 질문이 아니라는 걸 아니까.


그건 학교가 무서워서 가지 못하겠다는 말이다.

그냥 무섭다고 하면 될텐데.

못 가겠다고 하면 될텐데.

아이는 저런 말들로 나를 긁는다.


"...그래도 언제까지 학교에 안 갈 수는 없잖아."


한참의 침묵 끝에 내가 말했다.


"아, 알겠어. 가면 되잖아."


아이가 짜증을 낸다.

내 마음을 감싸고 있던 무언가에 조금씩 금이 간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아이는 여전히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짜증나."


"그렇게 힘들면 가지마."


"갈 거라고. 엄마가 가라고, 가야된다고 했잖아."


아이가 차문을 연다.

쾅-하고 문이 닫힌다.

아이를 바라본다.

몇 걸음 걷던 아이는, 결국 교문을 들어서지 못하고 그 앞을 서성인다.


갑자기 아이가 차 안으로 뛰어든다.

지각을 한 학생 한 명이 학교로 다가오고 있다.

아이는, 같은 학교 학생을 보면 겁을 먹는다.

저런 아이를 학교에 보내도 될까.

하지만 평생 이럴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아, 짜증나."


아이가 또 다시 차를 걷어차며 내게 짜증을 낸다.

내 마음을 감싸고 있던 무언가가 조금 깨졌다.


"...내가 너한테 못할 일 시키니?"


"아니."


"그런데 왜 엄마한테 짜증을 내? 내가 너한테 못할 일 시켜?"


나도 모르게 눈에서 눈물이 후두둑 흘러내렸다.


"아, 갈게. 가면 되잖아."


아이가 소리를 지르고 차 밖으로 나서며 문을 쾅 닫는다.

그러더니 교문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간다.


내 눈물이 아이를 학교로 밀어넣었다.

그렇게 밀려들어간 아이는 무슨 마음일까.

아이를 이해하다가도 이해하지 못하게 되는 이런 순간들이 나는 괴롭다.


아이는 1시간 만에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그 사이 마음을 추스린 나는 아이에게 혼자서 위클래스에 간 것만 해도 큰 일 한 거라고 말해주었다.

하지만 아이가 학교에 가 있던 1시간 동안,


이해하려고 애쓰는 것도, 참으려고 노력하는 것도 이제는 다 지긋지긋하다하다고, 그냥 다 그만둬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는 사실은 말해주지 않았다.


그저 나는, 속으로 삼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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