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실직 이야기7.

나의 실직 소식, 아는 사람 없게 해주세요

by 늘날생각해

어렸을 때부터 '관심'과 거리가 먼 사람이었던 나는

어딜 가도 관심 받는 걸 싫어했다.


어느 한가한 날.

나의 관심 거부증은 왜 생긴 걸까.

샅샅이 고민한 결과,

이름이 특이해서 어딜 가도 관심이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라는 결론을 내렸다.


요즘 같아선 그리 특이한 축에 끼지도 못하는 이름이지만

내가 학생이었던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만 해도

미영, 소영, 은영, 은희처럼

부드럽고 단아하고 평온한 이름이 많았던 터라

내 이름은 유별나게 튀었던 모양이다.


특히 선생님들에게 있어 나의 이름은

의미는 헷갈려도 외우기 쉬운 가속도의 법칙 F=ma와 같아서

-000! 몇 페이지 읽어보세요.

-누가 나와서 문제를 좀 풀어볼... 아! 000 앞으로.

-어디까지 배웠더라? 000?

소리를 꽤 자주 들으며 학창시절을 보냈다.


내향인 중에서 가장 외향적이지만

외향인 사이에 갖다 놓으면 최고로 내향적인 인간이 되는 나는,

그런 식의 관심이 부담스러웠다.


세상의 모든 관심은 그때, 충분히 받았다고 여기며

어떻게 하면 관심 받지 않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어른이 되었다.




웬만한 관심은 거절하고 거부하며 살았던 나는

이제 '위로의 대상'이 되어

관심이 집중될 위기에 처했다.


실직 소식을 나와 동시에 알게 된 동료들의 관심,까지는 괜찮았다.

뭐라 드릴 말씀이 없어 나를 피해 다니며

작별 인사를 하지 않은 몇몇에게 감사하기까지 했다.


문제는 가족들.

실시간으로 실직 과정을 전달받은 남편만 빼고

아무도 몰랐음 했다.


위로에 서툰 누군가는

얼떨떨하고 어색한 목소리로

잘됐다, 좀 쉬어라.

라고 할 것이고

발벗고 나서 몇 번이고 위로를 해야 그것이 진정한 위로다,

여기는 누군가는

어유. 어쩜 좋아. 인생 힘든 거다.

너무 걱정하지 말고, 힐링 좀 해. 어유, 안쓰러워 어째.

어유, 밥 사줄게 한번 오너라. 어유. 어유.

연거푸 어유, 소리를 낼 것이다.


어설프고

적극적이고를 떠나서

나는 어떤 위로도 받고 싶지 않았기에

그들에게 나의 실직 소식이 전해지는 게 두려웠다.



사실 나는, 실직 사실에 신이 나 있는 상태였고

실업급여를 신청할 것이며

그동한 막연하게 하고 싶었던 일을

차근차근 할 예정이었기에

위로를 받고 싶지 않았다.

축하까진 아니더라도

수고했다- 이 정도면 괜찮을 듯하다.


가족들에게 걱정을 끼치는 내 자신이 싫어요- 가 아니라

걱정할 일도 아닌데

마치 내가 큰 걱정을 선사한 듯 대할 몇몇 가족들의 반응이 싫어요- 라는 얘기다.


그래도 한번은 겪어야 할 관심 집중의 시간.

부디, 길지 않게

짧고 가늘고 미미하게 넘어가길 기도하는 수밖에.

...라고 체념해보지만

단념과 포기를 짓누르며 기세 좋게 떨리는 내 심장은

어쩔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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