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생각나서
‘그냥 생각나서’....
이 말을 자주 하는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랜만에 목소리를 들려준 친구의 첫 마디는
‘그냥... 너 생각나서...’였다.
왜 내 생각이 났냐고 물었더니,
문득 떠오르는 순간이 종종 있단다.
추위를 유독 못 견뎌하던 너였는데,
봄이 와서 이제 좀 살만해졌겠네...
하며 나를 생각했다고 한다.
책 고르는 취향이 비슷해
같은 책을 사서 서로에게 선물했던...
그 책을 보며 나를 생각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나를 가장 뭉클하게 한 건...
퇴근길에... 그냥... 생각났다는 말이었다.
뭉클하고 낯간지러운 말들을 지나
우리는 서로의 안부를 묻고,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근래 있었던 최고로 재미나고 웃긴 얘기들만
하염 없이 털어놓았다.
사소하다 못해, 이 얘길 왜 꺼냈지? 싶어지는
엉뚱한 소리까지 둑 터지듯 터놓고 나면,
조금 전, 일할 때까지만 해도
얼어붙은 것만 같던 분침과 시침이
그새 해빙의 시기를 맞았는지
윤활제를 바른 듯 스스럼 없이 몇 바퀴 째 돌고 있다.
대화를 주고받으며
무수히 많은 단어와 문장이 오고갔지만,
친구와의 대화를 끝엔
항상 이 말이, 유별나게 새겨진다.
그냥 생각나서...
이유도 연유도 없이 그냥... 문득...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오늘 하루도 괜히 열심히 산 게 아니구나,
열심히 살길 잘했다,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