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실직+폐업이야기

실직과 폐업 :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by 늘날생각해

내가 실직하게 될 줄 전혀 몰랐던 지난 1월.

남편과 내가 7:3의 비율로 시간과 노동과 애정을 쏟아부었던 카페를

부동산에 내놓았다.


카페 영업한 지 올해로 9년 차.

세월이 제법 흐르기도 했고

트렌드와 주변 상권도 많이 변한 탓에

우리는 가게를 내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같은 자리에서 리모델링으로 새 출발을 할 것이냐,

아예 다른 곳에서 새 출발을 할 것이냐.

아주 잠시 고민한 다음 우리는 폐업을 결정했다.

이 자리에서는 더 이상 희망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9년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30대였던 우리는 모두 40대가 되었고

건물 주인인 아주머니는 아들 둘을 결혼 시켰다.

그 집 막내 딸은 고등학생 때 처음 봤는데

어느덧 대학교를 졸업했고

마찬가지로 고등학생 꼬꼬마 손님이었던 친구들은

대학교를 졸업해 직장인 또는 취준생이 되었다.

다섯 살이었던 부끄럼쟁이 여자아이는

키가 훌쩍 커 스케이트보드 선수가 되었고

첫째 임신했을 때 처음 왔던 손님은

셋째를 데리고 오랜만에 인사를 오기도 했다.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했다.

꾸준히 가게를 찾아준 손님들의 얼굴에서도

문득문득 세월이 느껴졌다.


열정!열정!열정! 넘치는 한사랑 산악회 스타일의 손님들도

이제는 기력이 다하셨는지 열정적인 간섭과 잔소리 없이

조용하게 커피 마시며 대화를 나눴고

입장과 동시에


뭐 먹을래.

내가 살게.

어디 앉을까?

안으로 들어가, 안으로 안으로.

여기 화장실이 어디에요?

휴지 있어요?

아니다, 주문부터 하고 가야지.

뭐가 맛있어요?

단 거 싫은데.

배부른데.

커피 못 마시는데.

과일 주스 뭐 있어요?

생과일이에요?

와플 맛있겠다.

아이스크림도 얹어줘요?

무슨 맛 있어요? 아이스크림?

아. 그럼 난 아메리카노. 따뜻한 거.


외워온 것처럼 줄줄이 쉼 없이 얘기하던 텐션 좋은 손님들도

이제는 텐션이 떨어지셨는지 얌전하고 느릿한 말투로

따아주세요.

간단명료하게 주문을 하곤 했다.


이렇게 손님들과 함께 나이를 먹은 우리의 가게가

오늘, 새로운 주인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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