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사람들도 세상에 존재해야 하는 이유
9년 동안 금이야옥이야 정성으로 꾸려간 우리 카페는
이제 새 주인을 맞이할 것이다.
그리고 새 주인을 결정하게 된 데는
어제 가게를 보러 온 한 부부의 공이 크다.
'몰래 온 손님'으로 카페를 둘러보러 온 적이 있다는 사실을
비밀에 부쳐달라고
그들은 부동산 사장님에게 부탁을 했다지만
세상에 비밀은 없는 법.
부동산 사장님은 그걸 또 비밀로 해달라며 우리에게 발설해주셨다.
부동산 사장님과 함께 찾아온 그 부부는
격식있는 사람들이었다.
위아래 검정색의 하객용 복장으로 가게를 보러왔으니
분명히 격식이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하지만 격식을 오랜만에 차려보았는지
남자는 정장 구두를 오랜만에 신었는지
구두코가 테이블, 책상다리, 휴지통에 자꾸만 걸려
움직일 때마다 팅팅, 쿵쾅, 쨍, 소리를 냈다.
두 사람의 인상이 별로 좋지 않았다.
어디 못 들어올 데라도 들어온 것처럼 미간에 주름을 잡은 채
강한 경계심과 적대감을 드러내며 가게로 들어오더니
다짜고짜 천고가 낮다고 했다.
그렇다.
천고가 스타벅스처럼 높진 않아서
그렇다고 말했다.
못마땅한 얼굴로 여자가 머신을 좀 보자고 했다.
"음... 이태리 꺼라 좋긴 할 것 같은데, 9년이면.... 음... 곧 고장나겠는데.
아니 제 친구들이 카페를 많이 하거든요. 그래서 제가 좀 알아요.
이봐. 냉장고랑 제빙기도 너무 구형이다.
냉장고 고장 안 났어요?
머신도 이거 곧 고장나. 안 돼 안 돼.
그라인더는... 새 거네. 요건 그냥 써도 되겠고.
근데 머신이랑 냉장고랑 제빙기가 너무 낡았어.
금방 고장나.
사람 부르면 돈만 더 들어.
영업도 못하고.
안 돼 안 돼."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여자가 남편에게 말했다.
남자도 아내의 말에 동의한다는 뜻으로
"그러엄. 안 돼 안 돼. 기계 고장나면 영업도 못해."
여자와 같은 말을 반복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냥 갔으면 좋겠다,
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마음에 드는 가게를 찾으러 왔으면
가게에 대한 느낌을 속으로만 생각했으면 좋겠다,
라고 덧붙여 생각했다.
부부의 일방적이고 적나라한 '우리 카페 품평회'가 몇 분 이어진 뒤.
그냥 돌아가려나 보다, 했는데 자리를 잡고 앉아서는
머신, 냉장고, 제빙기의 낡음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다.
아무래도 가게가 마음에 드는 것 같다.
메인 집기의 노후를 빌미로 권리금을 깎으려는 속셈인 듯하다.
이미 우리가 제시한 최저 금액에서
자기들 마음대로 20%나 깎았으면서.
원하는 바가 달라 계약이 성사될 수 없겠군요,
라는 말이 혀끝에 매달려 대롱거렸다.
여전히 인상을 찌푸린 채 부부는 가게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기어코 매출이 얼마 나오는지까지 물어보더니
이 자리에서 장사가 될지 모르겠다는 회의론까지 들먹였다.
그러게 말입니다, 이런 외진 자리에서 우리가 어떻게 9년을 있었나 몰라요. 대단하지요?,
라는 농담을 하고 싶었으나 유머 코드가 맞지 않을 것 같아 참았다.
그들은 그렇게 찝찝함을 남기고 떠났다.
잠시 후. 부동산 사장님에게 전화가 왔다.
20% 깎은 금액에서 20% 깎으면 어떻겠냐고 했다는 거다.
부동산 사장님이,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했다며
알고만 계시라고 전화를 주신 거였다.
잠시 후. 또 전화가 왔다.
10% 더 올리면 어떻겠냐고 했다며
부동산 사장님은 한숨을 쉬었다.
부부의 통 큰 선심에 지친 부동산 사장님과 남편은
힘 없고 뜻 없는 목소리로 짧게 통화를 마쳤다.
그러고 보니 그 부부는 커피에 대한 질문을 하나도 하질 않았다.
가게 세를 깎고 보증금과 권리금을 낮추려는 데만 의지를 불태웠다.
살얼음 같은 곳을 살살 건드려 본인들이 우위를 점하려고 했다.
너네 급하지? 빨리 빼고 싶지? 그러면 우리가 원하는 대로 돈 좀 깎아. 그럼 내가 쿨거래해줄게.
혼자만의 쿨함에 빠져 세상물정 모르는 눈빛을 감추지 못했다.
내가 이 자리에서 리모델링해서 천년만년 하면 했지
당신들에게 이 자리를 줄 순 없소- 하는 마음으로
거래를 쿨종료했다.
더 이상의 협의는 없다.
그리고 나서 식당을 하겠다고 아침부터 보러온 사람은
가게를 마음에 들어 했으나 건물 주인의 반대로 거래는 무산되었고,
그 다음 차례에 만난 사람과 거래를 체결했다.
그들은 부동산 사장님의 아들, 며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