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엔 주인이 따로 있다
어른들이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하시는 말씀 가운데 하나인
모든 것엔 주인이 따로 있다
이 말을 나도 이제야 믿게 되었으니 난 이제 어른이 된 걸까.
부동산 사장님의 며느리는 우리 카페를 마음에 들어 했다.
문을 열고 들어와 해사한 미소를 짓더니
소녀처럼 카페 곳곳을 둘러보고는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았던가, 만세를 했던가,
아무튼, 나 굉장히 기뻐요 하는 모션을 취하며
이 카페를 받고 싶다고 강력하게 어필했다.
그것도 털 끝 하나 건드리지 않고 그대로- 받고 싶다는 거다.
남편과 나는 뿌듯하면서도 어리둥절했다.
9년이나 된 카페를 철거도 아닌 집기 모두 그대로 두고 나가세요
할 사람이 있을까 싶어
진작부터 철거 업체를 알아보고 있던 우리였다.
그저 카페 하겠다는 사람만 나타나라, 하는 마음이 컸던 게 사실이다.
한때는 동네에서
사람 좀 붐비네? 자리가 없네? 하던 카페였지만
코로나와 경제 불황을 겪으며
우리의 자존감은 매출과 함께 바닥을 쳤다.
그렇기에 추운 겨울이 오기 전 제발 누구라도 이곳에 들어와 주세요,
겸손하다 못해 비굴한 저자세가 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집기가 낡았다며 막무가내로
무례하게 금액을 깎으려는 파렴치한(적어도 나에게는)이 나타나자
잠자고 있던 나의 자존감이 깨어나
놉! 이라고 단호하게 말해주긴 했으나
어쨌든 우리는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어서 새 주인이 나타나길 기다리는 순한 양이었기에
카페와 사랑에 빠진 듯 황홀하게 계약을 제안한 부동산 사장님의 며느리님에게
무한한 호감과 신뢰를 보내게 되었다.
무엇보다 우리의 피와 땀과 눈물과 정성이 담긴
카페 곳곳을 알아봐 주었다는 게 가장 큰 감동 포인트였다.
이걸 알아봐 주다니. 역시 당신은 멋진 사람.
카페 운영을 맡아서 할 부동산 사장님의 며느리는 나와 동갑이었다.
별명이 '차차'라고 하니 이하 '차차'라고 명명하겠다.
차차는 카페 운영이 처음이라고 했다.
남편과 인테리어업을 함께 운영하다가
일하는 스타일이 맞지 않아 자꾸 싸우는 바람에
시아버지의 제안으로 따로 카페를 운영하겠다는 결심을 했단다.
커피를 엄청나게 좋아하진 않지만 카페를 많이 다녀본 듯했고
초등학생 딸이 둘 있어 스콘 정도는 집에서 만든 경험도 있다고 했다.
부동산 사장님이자 차차의 시아버지는
남편이 나흘 동안
차차에게 카페 운영과 커피 제조 전반에 관한 교육을 하는 조건으로
우리의 조건을 맞추어주겠다고 했다.
이것은 무조건 교육을 해야 하는 남편의 의견이 중요한 법.
남편은 고민을 했는지 고민하는 척했는지
아주 잠시만 뜸을 들이는 척하더니 이렇게 외쳤다.
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