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폐업 이야기3

사연 없는 사람은 없다

by 늘날생각해

퇴사와 폐업을 동시에 진행하며 나는

아주 많이 무척 매우 들떠 있었다.

세상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였고 사랑스러웠으며

잔병이 사르르 나아버렸다. 그래서일까?

'나의 폐업 이야기'를 대차게 기록하다가 멈칫하고 말았다.

잠시 쉬어간다는 것이 석 달이란 시간이 지나고 말았다.

깜짝 놀라 다시 기록을 남긴다.

조금만 더 지나면 기억이 가물해질 것을 알기에.




남편과 내가 애정으로 가꾸고 키우고 꾸미고 꾸린 9년 된 우리의 카페는

그렇게 새 주인 차차에게 넘겨주기로 했다.


차차는 의욕이 넘쳤다. 배움의 의지가 강했고 습득 또한 빨랐다.

손도 빠르고 상냥하고 친절했으며 겸손함까지 갖추었으나

자신감이 부족했다.


카페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었고

옷가게, 인테리어업 등 몇몇 서비스업에서 일한 적도 있었지만

직원, 아르바이트생이 아닌 사장은 처음이었기에

떨리고 설레는 가운데 우려가 컸다.


제가 잘할 수 있을까요.

괜히 일만 크게 벌였나 싶어요.


차차는 자주 자신감 없는 소리를 했다.

자신감이 떨어지자 자존감도 떨어져

어느 날엔가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생긴다는 이석증 얘기도 꺼냈다.


차차의 첫 난관은 카페 이름이었다.

그녀는 '차차'라고 이름 붙이고 싶었지만

우리 카페를 소개해준 부동산 사장님 겸 시아버지는

우리 카페 이름을 그대로 쓰길 원했다.

사람들은 가게 이름 바뀌는 걸 싫어한댔다.

그걸 조금 고급스럽게 포장하자면

우리 카페의 브랜드 프리미엄을 가져가고 싶다는 뜻 아니었을까.

시아버지와의 마찰로 심난한 차차에겐 미안하지만 잠시,

난 좀 뿌듯했다.




차차는 남편에게 아메리카노부터 차근차근 배워갔다.

음료의 이름과 머신의 이름과 원두의 이름과 도구, 재료 등

다양한 이름들을 익혔고

남편이 공유한 레시피와 사이트를 저장했다.

한 번 듣고 기억하기엔 기억할 게 너무 많은 것이 카페의 일.

차차는 남편의 조언을 받아들여 사진과 영상으로 과정을 남겼다.


그렇게 순조롭게 인수인계가 이어지던 어느 날.

차차는 시간 약속을 어기고 조금 늦게 카페에 왔다.

상냥하고 밝은 차차가 웬일인지 쥐어짠 오이지처럼 흐늘한 모습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정한 카페 이름으로 사업자 등록까지 마쳤으나

카페 이름을 알게 된 부동산 사장님 겸 시아버지의 충고 같은 명령에 의해

다시 카페 이름을 바꾸어 재등록하고 오는 길이란다.

왠지 말이 좀 느릿하고 눈동자는 황망한 듯하더니

밤새 울었다는 고백도 덤덤하게 털어놓았다.

우는 엄마를 초등학교 6학년 큰딸이 달래주었다는 얘기도 덧붙이는 바람에

나는 잠시 울컥했다.


카페를 인수인계하는 그림을 미리 상상해 본 적은 없지만

후임 사장님의 집안 사정까지 알게 될 줄은 몰랐다.

인수인계든 창업이든 폐업이든

사람이 하는 모든 일엔

그 사람의 사연이 깃들여 있다.

그걸 감안하지 않고 헤아리지 않는다면

세상은 참 삭막하겠다, 싶어 그날은

이석증 도지기 직전인 차차를 위로하는 걸로 인수인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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