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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기열 KI YULL YU Feb 10. 2020

예전에 몰랐던 덜 익은 바나나 특성

덜 익은 바나나는 나무처럼 단단하고, 껍질이 잘 안 벗겨졌다. 속은 딱딱하고 끈적이며, 떫고 독(毒)했다. 때문에 해충이 기생하기 어려워 보였다. 

The unripe bananas were hard like trees and were not peeled well. Their insides were hard and sticky, bitter and poisonous. As a result, pests seemed difficult to parasitize.


덜 익은 바나나가 궁금하여 칼로 잘라가며 힘들여 껍질을 벗겨 보았다. 예상과 달리 살과 껍질이 완전하게 분리되지 않았다. 대신 칼과 손이 몹시 끈적거렸다. 비누칠을 해가며 수세미와 사포(沙布)로 닦고 씻기를 되풀이 했다. 덜 익은 바나나에서 묻은 분비물이 껌보다 몇 십 배 접착력과 끈적임이 강했다.


바나나 꽃(왼쪽),  덜 익은 바나나 껍질과 속살(오른쪽)

이뿐만 아니라 꽃과 달리 덜 익은 바나나는 강도(强度/剛度)가 나무 못지않았다. 속살(果肉)과 껍질이 한 몸으로 단단하여 칼로 자르기도 힘들었다. 속살은 푸석하며 떨떠름하고 톡 쏘는 듯 했다. 미숙(未熟) 바나나는 익은 바나나와 특성이 180도 달랐다. 


2019년 3월 28일 이었다. 퇴근하여 집에 오는 길에 새로 문을 연지 얼마 안 되는 빈 마트(VinMart)에 들려 바나나를 사왔다. 저녁식사를 하고 비닐봉지에서 바나나를 꺼내놓고 보니 영수증과 바나나에 붙은 가격이 같지 않았다. 영수증 가격이 비쌌다. 바나나와 영수증을 가지고 빈 마트에 갔다. 마트 점원이 확인하더니 잘 못 되었다며 미안하다고 했다. 그리고 6,000동을 환불해주었다.

재래시장 판매 대 위 바나나,

사온 바나나는 푸른색이었다. 한국에서는 노란 바나나만 시장에 유통되지만 베트남에서는 푸른 바나나도 많이 유통된다. 종류에 따라 잘 익어도 바나나 색이 푸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때 사온 바나나는 잘 익지 않은 바나나였다. 사온 바나나를 먹으려고 껍질을 벗기니 벗겨지지 않았다. 손톱으로 쪼개고 뜯다시피 했다. 그것이 잘 안 되어 할 수 없이 칼로 껍질을 깎으려 했지만 역시 잘 안 벗겨졌다. 


바나나 가운데를 칼로 잘랐다. 속살을 조금 떼어서 먹으려 입에 넣었다가 바로 뱉었다. 떫고 톡 쏘고 딱딱했기 때문이다. 


바나나를 자르고 껍질을 깎고 나니 칼과 손은 즙이 묻어 끈적이고 찐득찐득했다. 물로 씻으니 전혀 씻기지 않았다. 비누로 씻어도 소용이 없었다. 주방용 세정제(洗淨劑)를 묻혀 사포와 때밀이수건 등으로 문지르고 닦기를 되풀이 했다. 그랬더니 조금 끈적임이 가셨다. 


약8년 동안 식물검역업무를 담당했고, ‘식물검역학’ 대학교재를 출간하고, 대학에서 20여년 식물검역을 강의한 나에게는 이런 사실은 참 흥미로운 발견이었다. 왜냐면 열대과실파리가 덜 익은 바나나에서는 서식하기 어렵다는 것을 가장 현실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익은 바나나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Ceratitis, Bactrocera 및 Anastrepha 속(Genus)인 열대과실파리의 국내침입을 막기 위하여 식물방역법규에 따라 덜 익은 바나나만 수입을 허용하고 있다. 익은 바나나와 달리 덜 익은 바나나에는 이들 수입금지해충이 기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에서 거래되는 대부분의 노란 바나나는 덜 익은 바나나를 필리핀 등에서 수입하여 후숙(後熟)한 것이다. 수입한 바나나의 숙성(熟成)은 밀폐된 공간에 에틸렌가스를 주입(注入)하여 18℃에서 5일정도 놓아두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 바나나의 유통기한이 짧은 이유이다.


살다보면 우연히 배우는 게 많다. 덜 익은 바나나 즙액은 손과 칼에 껌보다 더 강하게 달라붙고 끈적거렸다. 나무처럼 딱딱하였다. 속살은 떫고 역겨워서 먹을 수 없었다. 해충이 생활하기 힘들어보였다. 이러한 덜 익은 바나나의 특성도 정말 우연히 알게 된 셈이다. 이런 때는 관심과 호기심이 큰 몫을 한다. 배우고 익히는 즐거움을 높이기 위해서는 일상의 일에 좀 더 관심과 호기심을 가져볼 일이다.

In life, there are many things to learn by chance. The unripe banana sap clung to the hand and the knife more strongly than gum and was very sticky. The unripe banana was hard like a tree. The flesh was too bitter and venomous to eat. The pests seemed to be hard to live on. Such characteristics of these unmatured bananas have also been found by accident. At this time, interest and curiosity play a big part. To raise the pleasure of learning and understanding, you may need to pay more attention and curiosity to your daily 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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