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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기열 KI YULL YU Nov 20. 2017

호박꽃, 베트남에선 채소로 애용

베트남인은 호박꽃을 채소로 애용한다. 코스요리와 비슷한 음식을 먹을 때 식탁에서 끓여 먹는 탕에 넣어서 먹는다. 


식탁에 탕이 올라오면 채소와 함께 호박꽃이 나온다. 녹색의 채소와 호박꽃의 노란 색이 잘 어울린다. 탕에는 미리 요리한 생선 또는 닭, 소고기 등이 들어 있다. 불을 붙여 탕을 끓이면서 채소와 함께 호박꽃을 넣는다. 풍성한 호박꽃은 다른 채소와 달리 뜨거운 물에 넣으면 쉬 데쳐져 숨이 죽는다. 안쓰러워 먹기가 그렇다. 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고기와 다른 채소, 혹은 호박꽃만 건져서 양념장에 찍어 먹으면 눈과 입이 즐겁다. 


탕에 넣은 호박꽃

‘샤브샤브’ 먹을 때 버섯, 채소, 얇게 썬 고기 등을 넣어서 먹는 거나 마찬가지다. 호박꽃만 건져서 먹었더니 촉감도 좋고 씹는 질감도 좋았다. 약간의 향도 있었다. 다른 채소와 같이 먹는 것보다 호박꽃만, 아니면 호박꽃과 고기와 같이 먹는 게 더 좋았다. 


꽃채소로 식탁에 올라오는 호박꽃은 수꽃이다. 암꽃은 열매를 위해 따지 않는다. 수술은 제거한다. 대체로 꽃술에 알레르기성이나 독성이 있기 때문이다. 삶에서 터득한 베트남인의 지혜로움이 엿보인다. 

호박을 좀 깊게 생각해보았는가? 호박은 어찌 보면 예사(例事)로 운 식물이 아니다. 호박은 뿌리, 줄기, 덩굴손, 잎, 열매, 씨 다 먹거나 약용으로 쓰인다. 이처럼 전체가 식용. 약용으로 이용되는 식물이 많지 않다.


꽃만 보자. 호박꽃도 꽃이냐고 업신여기지만, 사실 호박꽃만한 꽃도 드물다. 완전 갖춘꽃인 동시에 꽃이 가질 수 있는 것을 거의 다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암꽃과 수꽃이 따로 피지만 한 그루에 같이 있다. 꽃피는 기간은 열대지역에서는 년 중이겠지만 4계절이 있는 한국에서도 6월부터 서리가 내릴 때가지 오래 핀다.  


외모는 어떤가? 노란 색 꽃잎 겉 중앙에 녹색의 세로 꽃 맥이 돋보인다. 꽃잎 위가 5갈래로 갈라져 땅에 떨어진 별 같기도 하다. 화려하지 않으나 정겹고 그런대로 아름다움도 있다. 꽃잎 아래에 콩알처럼 씨방이 달린 암꽃은 귀엽기도 하다.

거기다 향도 있다. 향은 멀리 번진다. 화려하지 않은 점을 보완하여 멀리에서까지 벌과 나비 등을 유혹하기 위해서다. 뿐만 아니다. 꿀도 있다. 호박꽃 속에 개미가 많은 이유다.


이렇게 호박꽃처럼 웬만한 미와 귀여움, 향기, 꿀을 다 가진 꽃은 흔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꽃은 아름다우면 향과 꿀이 없고, 향과 꿀이 있으면 꽃은 작거나 볼품이 없다. 호박꽃은 사람으로 치면 지혜와 미, 덕과 부를 갖춘 여인인 셈이다.


그뿐이랴! 먹을 수까지 있다니 호박꽃보다 더 귀한 꽃이 어디 있는가? 게다가 꽃은 소종독(消腫毒)의 약효가 있어 남과화(南瓜花)라는 한약재로 사용되고, ‘쿠쿠(쿨)비타신(Cucurbitacins)’이란 성분이 있어 이뇨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무엇을 더 바라랴!


다른 채소와 함께 나온 호박꽃

베트남에 와서 호박꽃을 먹으니 어린 시절 어머니가 끓여준 호박잎 국이 그립다. 


가을 추수가 끝날 무렵이다. 어머니는 마른 호박 덩굴 끝에 달린 어린 호박잎과 덩굴손, 알밤만한 호박을 따서 깨끗이 씻어 섞고 손으로 문질러 으깼다. 그것을 쌀 뜬 물에 넣었다. 다음 간장이나 소금 좀 넣고 끓였다. 더러는 된장을 좀 풀기도 했다. 어찌나 맛있었는지, 그 맛은 먹어보지 않고는 알지 못한다. 


어린 시절로 돌아가 나 스스로가 호박잎 국을 베트남에서 끓여 먹으려 한다. 재료가 다 있으니 어려울 것도 없을 성 싶다. 그때는 꼭 호박꽃도 함께 넣겠다. 맛과 영양도 더 좋고, 과거의 추억까지 달랠 수 있으니 벌써부터 기대된다. 이러고 보니 내겐 호박꽃은 그냥 단순한 꽃, 단순한 채소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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