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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기열 KI YULL YU Jun 02. 2020

야생의 삶터, 움직이는 대평원 세렝게티

야생동물들의 고향을 사람들이 다녀갔다. 나도 다녀왔다.


차를 타고 몇 시간을 가도 끝이 없다. 2일을 차로 돌아다니면서 세렝게티 국립공원은 보았지만 그 끝은 보지 못했다. 차가 가면 평원의 끝은 더 멀리 있었다. 그래서 차가 가는 것이 아니라 평원이 움직이는 착각에 빠졌다. 거기가 야생동물들의 고향이자 그들의 오랜 삶의 터전이었다. 


왼쪽부터: 세렝게티 일출, 마사이족 사람들, 세렝게티 캠핑장


세렝게티는 마사이어( In Maasai)로 "끝없는 평원(Endless plain)이나 땅이 영원히 움직이는 곳(The place where the land moves on forever)”을 뜻하는 Siringitu에서 유래되었다. 그곳에서 마사이족은 수천 년 동안 그렇게 믿고 가축을 기르며 살아왔고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다. 


세렝게티는 1951년에 지정된 탄자니아 1호 국립공원이며 규모가 제일 크다. 면적은 남한면적의 약 15%에 달하는 14,763㎢이며, 해발 900~1800m에 있는 내륙고원지대다. 아루샤 시로부터 335km 떨어져 있다.(차로 7~8시간 정도 걸린다.) 북쪽은 케냐국경, 서쪽은 빅토리아 호수와 이어져 있다. 유네스코는 이곳의 보존가치를 인정하고 1981년에 세렝게티국립공원을 세계유산(A world heritage site)과 생물권보전지역(A biosphere reserve)으로 지정하였다.


세렝게티 하면 으레 사파리를 연상한다. 사파리(Safari)는 스와힐리어로 여행(Journey)를 뜻한다. 그러나 사파리가 영어로 사용되면서 아프리카의 초원에서 야생동물을 탐험하는 말로 쓰이고 있다. 사파리는 차를 타고 가면서 하는 사파리(Game drive), 걸으면서 하는 사파리(Walking safaris), 열기구를 타고 하는 사파리(Balloon safaris)가 있다. 이밖에 새 탐험(Bird watching), 숲속 만찬(Bush meals), 영화 및 사진촬영(Filming and photographic)을 즐길 수 있다. 이들 관광을 하기 위해서는 각기 정해진 요금을 내야한다. 


나는 이중에서 캠핑을 하면서 2일 간 게임드라이브를 즐겼다. 게임드라이브는 사파리용 특수 차량을 타고 공원을 돌아다니면서 야생동물을 본다. 옆은 유리창으로 되어 있고 차의 위에 덮개가 있다. 뚜껑을 열고 덤불과 나무가 있는 초원에서 살아가는 야생동물을 구경한다. 


게임드라이브의 빅5-가장 관심이 큰 동물은 사자, 표범(Leopard), 코끼리, 코뿔소(Rhinos, 무소), wildebeest(누영양, 아프리카산 큰영양)라고 한다. 코끼리나 Wildebeest 대신에 하마(Hippo)를 넣기도 한다. 아무튼 운 좋게도 이들을 다 보았다. 단지 건기라 그런지 낮에는 먼지가 많이 나는 것이 흠이었다.


사자 10여 마리가 제멋대로다. 먹이를 물고 덤불속으로 사라지는 놈이 있는가 하면 쭉 뻗고 누워 있기도 했다. 어슬렁거리다가 뛰어가는가 하면 자기들끼리 장난을 하기도 했다.

표범은 나무 위에 앉아서 무엇인가를 먹었다. 나무 색깔과 비슷하고 멀어서 사진을 찍었더니 잘 나오지 않았다. 쌍안경으로 보니 뚜렷했다.


코끼리는 개체 수가 적은데 비하여 초원이 너무 넓은 탓인지 타란기리 공원에서처럼 가까이서 보지 못했다. 

히포 풀(Hippo pool)에 갔더니 하마들이 검은 등만 물 위로 내놓고 물속에 잠겨 있었다. 그 수가 100마리는 넘어 보였다. 무섭기보다는 조금 징그러웠다.


건기라 다른 곳으로 이동해서 그런지 wildebeest는 많지 않았다. 이 동물은 철새처럼 건기에는 물이 있는 곳을 찾아 이동한단다. 세렝게티는 wildebeest, 얼룩말 등의 육상동물들 수십 수백만 마리가 철따라 옮겨 다니는 곳으로 유명하다.


코뿔소도 보았다. 거리가 너무 멀어서 눈으로 보아서는 실감이 나지 않았으나 쌍안경으로 보니 뿔이 하나인 것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뿔이 있는 대부분의 동물은 2개의 뿔을 가지고 있지만 코뿔소는 어인 일인지 뿔이 하나였다. 

왼쪽부터: 하마 무리, 영양 떼(수놈 1에 암컷  수십마리), 아카시아 잎을 먹는 기린


하늘 높은 줄을 아는지 기린은 하늘 높이 목을 길게 뽑아 올리고 느릿느릿 걸어 다녔다. 타조, 얼룩말, 영양, 원숭이, 하이에나와 이름 모르는 새들도 많았다. 


야영하는 날 세렝게티 밤하늘은 수많은 별들과 은하수(미국인이 영어로 milky way라 한다며 한국말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은하수-Silver stream이라고 했더니 milky way 보다 더 좋다며 계속 Silver stream이라 말했다.)로 아름다웠다. 눈으로 볼 수 있는 천막주변을 하이네가 어슬렁거렸다.


그런 하늘아래 깊은 밤, 캠파이어를 둘러앉아 마시는 맥주 맛은 그만이었다. 약간의 취기에 젖은 그날 밤은 야생동물들의 울음소리와 함께 깊어갔다. 


끝없는 평원, 야생동물의 삶터인 세렝게티, 거기서 나 역시 사람(Homo sapiens)이라는 한 종의 동물이 되어 그들과 가까운 생활을 하고, 그들과 더불어 밤을 보냈다. 그런 나를 수  많은 야생동물들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그곳을 떠난 지 오래되었어도 아직 궁금증은 풀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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