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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기열 KI YULL YU Jun 02. 2020

열대우림 초록속의 하얀 길, 누로폭포

열대우림 초록 속에 하늘과 땅을 잇는 하얀 길이 있다.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탓일까? 사람 때가 묻지 않은 원시그대로 모습이어서 더욱 좋다. 색깔, 소리, 향기가 일상의 세상과 전혀 다르다.


누로폭포(Nooro waterfall)는 킬리만자로 산자락에 꼭꼭 숨어 있다. 거기서 2년을 살다온 사람도 보지 못했다고 한다. 킬리만자로 산에서 흘러내려오는 3개의 계곡물이 합류하여 만들어낸다.



폭포로 내려가는 길(왼쪽),  폭포 입구(오른쪽)


입구는 환영한다는 글과 폭포이름이 적힌 높은 기둥 문이 있을 뿐이다. 문이라고 하지만 기둥만 있어 열어져 있는 셈이다. 문을 들어가면 그린바나나 숲이 나오고, 그 오솔길을 지나면 원두막 같은 집이 하나 있다. 거기서 접수를 한다. 


폭포로 가는 사람에게는 모두 나무지팡이를 하나씩 준다. 오르내리는 길이 경사지고 위험하기 때문에 짚고 다니라고 그런다. 폭포로 이어진 길은 겨우 한사람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좁다. 추락방지를 위해 길옆에 목책을 설치하였는데 부서지기도 하고 흔들거리기도 한다.


20분쯤 걸어 내려가면 폭포가 나온다. 주변사방은 울울창창한 숲으로 둘러 싸여있다. 숲속에 풍덩 빠진 기분이 든다. 그곳에 있으니 백색의 물줄기, 푸른 숲, 높은 하늘 그리고 물 밖에 보이지 않았다. 폭포는 높이가 30~50m쯤 되어 보였다. 물줄기는 빽빽이 우거진 푸른 숲 사이를 굉음을 내며 쉼 없이 떨어졌다. 숲은 푸르고 사람 때가 묻지 않은 원시림이었다. 하늘은 높고 좁아 보였다. 물은 맑고 시원하였다. 시간이 넉넉하고 관광객이 없으면 물속에 풍덩 뛰어들어 놀다가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누루 폭포 앞에서

폭포에 내려가니 10여명의 관광객들이 와서 구경을 하고 있었다. 그들도 한 결 같이 좋다며 잘 왔다며 탄성을 연발했다. 


오염되지 않은 자연은 그대로 아름다움이다. 누루폭포 앞에서 자연자체가 미(美)라는 생각이 들었다. 

색깔은 푸른 듯 해 보면 초록이고, 초록 같아 보면 연노랑이었다. 단색보다는 여러 색이 빛을 벗 삼아 서로 어울려 무수한 색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런 색들은 눈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주기에 충분했다. 폭포를 비롯하여 그곳에 있는 것들 모두가 합심하여 그런 색을 칠하여 한 폭의 그림을 그려내고 있었다.


소리는 있으되 없는 듯 고요해 보이다가, 그 적막함이 또 다른 소리에 부서졌다. 위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는 굉음을 내지만 주변의 숲과 산들이 빨아들여 시끄럽지 않고, 바닥을 흐르는 물소리는 구슬방울 굴러가는 소리 같았다. 여기에 바람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풀과 나무들의 소리, 새들의 노래가 더해 유명한 오케스트라 연주를 듣는 기분이었다.


향기는 어떤가? 사람의 체취가 이러하면 얼마나 좋을까? 고급 향수가 이런 향기를 따를 수가 없다. 아무 향기도 없는 냥 하나 마냥 사람을 홀리는 무슨 향이 느껴진다. 


싫지가 않다. 싫고 귀찮게 하는 것이 없다. 머무르고 싶다. 열대우림 초록 속의 하얀 길을 걷고 싶었다. 그러나 일정에 따라 떠나자니 아쉬움이 많았다.


역시 자연이 좋다. 폭포가 있는 숲이 좋다. 이런 좋은 곳에 어이하여 고추잠자리와 호랑나비는 안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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