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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기열 KI YULL YU Jun 02. 2020

인기 만점인 빅토리아 나일강 래프팅

래프팅은 삶에 활력과 자신감을 준다

우간다 진자(Jinja)에 위치한 빅토리아나일 강 래프팅은 서양인에게는 아주 친숙하고 유명한 래프팅 코스다. 그러나 아직 아시아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모양이다. 내가 래프팅을 한 날, 아시아인은 내가 유일했고 모두 유럽, 미국과 남미에서 온 관광객들이었다. 그들은 이구동성으로 세계어디에 이만한 래프팅 코스가 있느냐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실제로 해보니 그럴 만도 했다.


래프팅은 나에게 꿈으로만 존재했다. TV속에서 보는 스포츠일 뿐이었다. 나이나 여건으로 보아 래프팅은 너무나 멀리 있었다. 막상 그런 래프팅 기회가 눈앞에 닥치니 하기가 두려웠다. 왜냐면 래프팅은 강인한 체력과 모험이 요구되는 젊은이들의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물으나 마나였지만 허실 삼아 물어보았다. 대부분 안 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 나이에 무슨 래프팅이냐고 했다. 래프팅을 접수하는 Nile River Explorers에서도 협심증이나 고혈압 등 특별한 병은 없는지 물었다. 아무튼 도전해보기로 하고 그레이드5(전문가이드 양성과정을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등급임)에 접수하였다. 요금은 125U$이었다. 이런 결정에는 군복무 중 육군1하사관학교(당시 원주시 소재)의 혹독한 24주 훈련경험이 큰 힘이 되었다. 


9시가 조금 넘어 버스를 타고 래프팅을 떠났다. 약 1시간쯤 가니까 출발지에 도착했다. 가방이나 소지품은 모두 차에 맡겼다. 몸에 지닌 것은 걸친 옷, 헬멧과 구명조끼, 그리고 노(row)뿐이었다. 신발도, 안경도(안경은 떨어지지 않게 안전하게 착용가능), 긴 바지(나는 긴바지를 벗어 맡기고 반바지를 빌려서 입음)도 허용이 안 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경험이 있는지 대부분 수영복을 입고, 남자들은 웃옷은 입지 않았다. 나만 아무 것도 모르고 일상의 겉옷, 러닝셔츠와 팬티를 입어, 강물에 빠지니 몸이 무거웠다. 


10시 30분쯤 조별로 각각의 고무보트에 올라타고 강으로 들어갔다. 배에 탄 전문 가이드가 주의사항, 래프팅요령 등을 설명했다. 연습은 실전이었다. 배가 뒤집히면 어떻게 하라고 말하더니 그만 배를 일부러 뒤집어엎었다. 배에 탄 사람 모두 물속에 빠졌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모두들 배아래 물속에서 허우적거렸다. 가이드 지시대로 보트아래서 옆으로 나와 옆에 달린 줄을 잡고 배로 올라왔다. 재미있었다.


그 뒤부터는 두려움보다 신이 나서 노를 저어 앞으로 나갔다. 노 젓기는 앞으로 가기, 뒤로 가기, 오른쪽 왼쪽으로 방향틀기, 급류에서의 강한 노 젓기 등이 주였다. 군데군데 급류와 절벽, 회오리 소 등 난코스가 있었다. 낮은 폭포 같은 곳에서 떨어질 때는 정말 아찔했다. 어떻게 떨어졌는지 아무 정신이 없었다. 


래프팅 장면


급류를 타다가 배가 뒤집히니 연습 때와는 달랐다. 왜냐면 연습 때는 잔잔한 물이었지만 급류에서는 물살이 빠르고 파도가 높아 배와 사람이 따로 분리되어 떠내려가기도 했다. 이때 구명조끼의 위력을 실감했다. 


시작할 때 한번 배에 오르면  딱 한번 땅에 내렸다. 급류가 너무 세서 래프팅을 하기 힘든 지점에서였다. 거기서 사람은 내리고 배는 전문 인력이 들어서 옮겼다. 그러나 다시 배를 탄 곳도 파도는 높고 물살은 세찼다. 


12시는 지났을 것이다. 허기가 느껴질 무렵에 강물이 잔잔한 곳에 이르자 파인애플 반 조각씩을 먹기 좋게 잘라서 주었다. 먹어본 파인애플 중에서 맛이 가장 좋았다. 높고 푸른 하늘, 끝이 안 보이는 맑은 강과 호수, 강 양쪽 들판의 열대풍경이 아름답고 매력적이었다.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비가 왔다. 강물 위 배 위에서 비를 맞는 것도 이색적이고 흥미로웠다. 가이드가 모두 배에서 내리라고 했다. 비 내리는 강물 속에 뛰어 들어 수영을 했다. 강은 움직이는 수영장이었다. 배 위보다 물속이 따뜻했다. 편안했다. 


거의 오후 4시가 다 되어 래프팅은 끝나고 모두들 강 언덕으로 올라왔다. 이렇게 래프팅을 한 거리는 30km쯤 된다고 했다. 밖으로 나오니 추웠다. 식당에 가서 옷을 갈아입었다. 갈아입을 옷이 없는 나는 물기만 짜서 다시 입었다. 그래도 즐겁고 흐뭇했다.


나일 맥주를 곁들여 뷔페 식사를 했다. 밥맛은 일러 무엇 하며 반주로 마신 맥주 맛이 잊혀 지지 않음을 어찌 하리오.


아침에 타고 갔던 버스를 타고 아침 출발지점으로 돌아왔다. 시간을 보니 5시 40분이었다. 래프팅을 한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헤어져 나는 숙소로 돌아왔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나니 몸은 나른했지만 마음은 젊어져 있었다.


환희와 감동은 모험에서 비롯된다. 우간다 진자의 나일 강 상류와 빅토리아 호수하류가 만나는 곳(그래서 빅토리아나일 강 이라함)에서 왼 종일하는 래프팅은 나에겐 하나의 모험이었다. 래프팅을 하는 동안에는 환희와 스릴을 느꼈고, 마치고 나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도전하고 모험하면 일상의 생활도 이처럼 감동적일 수 있다. 


삶이 무기력해지면 래프팅을 하라. 래프팅은 삶의 무기력을 날려버린다. 살다보면 다람쥐 채 바퀴 도는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다. 삶에 대한 의욕이 사라지고 삶이 무기력해지기 쉽다. 그럴 땐 모험을 하라. 래프팅만한 모험도 없다. 모험이 다 그러하듯 래프팅은 재미와 스릴은 물론 자신감과 삶에 대한 의욕을 북돋운다.


필자 주(2013. 08. 09 기준)

래프팅 할 때는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따라서 여기 실리는 사진은  Nile River Explorers 회사에 부탁을 해서 얻은 사진이다. 협조해준 Mark와 David O'Hare 두 분에게 감사드린다.

<Nile River Explorers>T: +256(0)434 120236, web: www.raftafric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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