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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기열 KI YULL YU Jun 02. 2020

기상천외한 대중교통.. 기다림과 인내의 미학

승용차에 8명이 타 본 일이 있는가? 버스를 4시간 기다려 보았는가? 우간다 여행 때 경험한 일이다. 이런 일이 다반사라는 것이 놀랍고 신기했다.


우간다 여행 첫날 기소로(Kisoro)라는 국경인근의 작은 도시에 갔다. 12시 30분이 안 된 시간인데 수도 캄팔라 행 버스가 없었다. 구경할 곳도 없고 시간을 아낄 겸 가까운 카발레(Kabale)로 이동하였다. 물론 그곳으로 가는 버스도 없어 승용차(인가받은 택시는 아니다.)를 이용했다. 거리는 75km정도이고 요금은 1인당 13,000실링(1달러는 약 2,500실링이다)이었다. 


차 안에 2사람이 앉아 있었다. 내가 탄 뒤 바로 또 한 사람이 탔다. 기사를 포함 5명이 되었다. 허나 택시는 출발을 하지 않았다. 우리나라 생각을 하고 정원이 다 탔는데 왜 출발을 안 하느냐고 물었다. 대답은 뒷좌석에 4명이 타야한다고 했다.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1명이 더 탔고 택시는 출발을 했다. 


택시는 조금 달리더니 조그만 가게 옆에 멈추었다. 거기서 2명을 더 태웠다. 앞좌석에 앉아 있던 뚱뚱한 손님을 뒷좌석으로, 뒷좌석의 호리호리한 손님을 앞좌석으로 옮겨 타도록 했다. 그렇게 하여 앞좌석에 기사를 포함 4명이 탔다. 기사는 오른쪽 창으로 몸을 기대고 운전을 했다. 승용차에 8명이 탄 셈이다. 황당했다. 그러나 내가 할 일은 딱 한 가지, 맘에 안 들고 위험하다고 여기면 내리는 것뿐이었다. 하는 수 없이 꾹 참고 꽉꽉 찡겨서 갔다.


8명이 탄 차는 매연을 엄청나게 뿜어대고 요란한 소리를 내며 해발 2000m를 넘는 산악지대를 곡예 하듯 달렸다. 길은 2차선이고 설악산의 한계령, 미시령 길보다 더욱 꾸불꾸불 했다. 그래도 낯선 초행길이라 차창 밖 풍경을 조금이라도 더 보려고 애쓰다 보니 목적지에 쉬 도착한 기분이었다. 약 1시간 40분이 걸렸다.

승용차에 8명이 타고 가는데 승객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기는커녕 한마디 불평도 하지 않았다. 경찰의 제지도 받지 않았다. 


우간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날이었다. 마라라(Mbarara)에서 기소로로 가는 버스를 타려고 버스파크(우간다에서는 터미널이라는 말 대신에 파크-Park라고 한다.)에 갔다. 오전 7시30분이었다. 매표소에 가서 기소로 행 버스를 알아보니 9시 30분에 첫 버스가 있다고 했다. 주변 구경이나 하려고 나가고 있으니 청년이 와서 버스가 곧 출발한다며 안내했다. 한 남자가 버스 앞에서 표를 팔았다. 출발시간을 물었더니 8시라 했다. 20,000실링을 주고 표를 산 후 버스에 올라가 앉았다. 버스 안에는 사람들이 쾌 많이 타고 있었다.


왼쪽부터; 문제의 버스,  마라라 정류장, 택시 앞좌석에 4명이 탄 모습


그런데 8시 10분이 되어도 버스는 움직이지 않았다. 버스안의 승객들은 모두 조용히 앉아 있었다. 9시가 되어도 출발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내려가 표를 판 사람에게 물었더니 9시 30분에 출반한다 했다. 8시에 출발한다 해서 표를 사고 버스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이가 없었다. 


문제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하는 수 없이 다시 버스에 올라가 앉아 있었다. 9시 30분이 되었다. 그 때 버스 한 대가 왔다.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의 거의가 내려 새로 온 버스로 갈아탔다. 이유를 물었더니 수도 캄팔라에 가기 위해서라고 했다. 캄팔라 행 버스는 손님을 태우고 반대편 방향으로 가버렸다.


화가 났다. 참으려고 했지만 참을 수가 없었다. 내려가 매표 인에게 항의를 했다. 주위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중년의 한 신사가 나왔다. 왜 그러냐고 물었다. “7시 30분경에 8시 버스라 해서 표를 사고 기다리는데 지금 9시 30분이 되어도 버스가 출발하지 않는다. 이럴 수가 있냐?”고 했다. 


중년신사는 버스 옆에 쓰여 진 글을 가리키며 말했다. “보세요. 여기 62명이 타야 버스가 간다고 되어 있잖아요? 승객이 다 차야 가요.” 가리킨 문제의 글귀는 "Licenced o carry 62 passengers"였다. 글귀의 o는 to의 t가 떨어져 나가고, Licensed 대신 Licenced로 표기한 것은 과거 미국보다 영국과 유럽의 영향이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말 어이가 없었다. 


숨을 고르고 나는 현지인들에게 빙 둘러싸인 채 중년신사를 향해 말했다. “My friend, What? This means, I think, this bus can carry 62 passengers, but does not mean it should depart after being full of 62 passengers." 내 말을 들은 중년신사가 머리를 긁적이더니 슬며시 떠났다. 그리고 모였던 사람들도 하나둘씩 떠났다. 그러나 상황은 나아진 것이 없었다. 버스는 그대로 정차해 있고 승객은 체념 한 듯 앉아 있었다.


이야기를 하고 화장실에 다녀왔다. 기다린 지 3시간이 되는 10시 30분경에 버스는 출발을 했다. 그래도 버스에는 빈자리가 많았다. 


허! 이건 또 뭐람? 한 5분정도 갔을까? 버스는 주유소에 정차를 했다. 처음엔 주유를 위해 그런 줄 알았다. 헌데 30분이 지나도 버스는 출발하지 않았다. 차장은 버스운전석 옆 빈  자리에 액체가 든 것으로 보이는 노란 플라스틱 통을 5~6개 실었다. 


시간이 약일까? 11시 30분경에 드디어 버스는 주유소를 나와 기소로를 향해 갔다. 표를 사고 기다린 지 4시간 만이다. 누구하나 불평하거나 뭐라고 하지 않았다. 물었더니 언제나 그런다고 했다. 이런 일이 일상적인 일이라는 것에 할 말을 잃었다.


대중교통수단이 발달되지 않은 우간다를 여행하다보면 버스를 1~2시간 기다리는 것은 예사다. 도시와 도시를 운행하는 직행버스도 출발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 손님이 버스에 만원이 되어야 출발한다. 승용차를 이용해도 정원초과 등의 무리한 운행을  감수해야한다.


여행 중 직행버스를 많이 탔다. 버스 안에는 피부가 검지 않은 외국인은 오직 나 한사람뿐이었다. 상식 밖의 일도 경험했지만 그래도 현지인과 살을 부비고 어울리며 그들의 삶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기다림, 느림, 불편함, 인내... 이런 말의 의미를 되새김질 하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I bought a bus ticket of 8am for Kisoro in Mbarara, Uganda. The bus did not depart at 8am. I waited for the bus to depart there for almost 4hours. No one said the reasons why the bus did not start at 8am and much late. It is normal in Uganda while only I who was used to keep on time in Koreawas nervous on non- punctuality. Also, a taxi that I took from Kisoro to Kabale carried on 8 persons.


The bus with "The bus licensed to carry on 62 passengers" departed 4hours later than departure time. 

One gentleman said to me "This bus starts when 62 passengers board." I told him and Ugandan surrounding  "This bus was licensed to carry on 62 passengers, so regardless of the number of the boarding passengers, the bus has to leave on time."

After hearing what I said, all the Ugandan surrounding me disappeared, but the bus did not left t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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