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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기열 KI YULL YU Sep 06. 2020

땅에 꽂기만 하면 사는 하루살이 꽃, 루엘리아

유기열의 씨알여행 191

메콩델타에는 루엘리아가 정원은 말할 것도 없고, 가로수 아래 빗물받이의 척박(瘠薄)한 음지에도 많다. 꽃은 나팔꽃을 닮았다. 색깔은 청색과 보라색이며, 아침에 피었다 저녁에 지는 하루살이다. 그러나 꽃은 피어나는 아침엔 물론 생을 마감하는 오후 늦은 즈음에도 여느 풀꽃과 달리 막 단장한 듯 정갈하고 우아하다.  


어린 열매는 밑이 완만하고 위가 뾰족한 원뿔이나 총알모양으로 맺히나, 익기 전에 떨어진다. 때문에 익은 열매와 익은 씨를 찾지 못했다. 씨가 보기 어려운 대신에 삽목(揷木)이 잘 되어 흙에 꽂기만 하면 잘 산다. 루엘리아가 씨 생산에 목매달지 않는 까닭이다.


루엘리아는 쥐꼬리망초과 풀로 학명 Ruellia simplex, 영명 Mexican petunia, Mexican bluebell, Britton’s wild petunia, Purple shower다. 베트남어로는 Chiều tím이다. 한자로는 紫花蘆利草라고 한단다. 한국명은 공식적으로 정해진 것이 없어 나는 속명 루엘리아를 한글이름으로 했다. 일부는 우창꽃, 목나팔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꽃말은 ‘신비로움’, ‘사랑을 위해 멋을 내는 남자’라고 한다.


내가 근무한 한-베 인큐베이터 파크(KVIP) 뜰에 잡초와 어울려 핀 루엘리아 꽃

.키와 잎: 루엘리아는 키가 50~100cm인 열대 늘푸른여러해살이풀이다. 잎은 긴 피침형(披針形, Lanceolate))으로 길이15~30cm, 너비1.0~2.5cm다.


.꽃: 꽃은 꽃받침, 꽃잎, 꽃술이 있는 양성화다. 나팔 모양의 통꽃(合瓣花)이나 꽃잎 끝은 5개로 갈라져 있다. 크기는 길이6~9cm, 꽃부리(花冠) 지름4~8cm다. 색은 청색, 보라, 핑크색이다. 흰색도 있다고 하나 직접 보지는 못했다. 

꽃받침은 아래는 붙어 통을 이루나 중간부터 위는 5조각으로 깊게 갈라져 있다. 색은 녹색이다. 크기는 길이 1~2cm이다.


꽃술은 암술1, 수술4개인데 긴 것2, 짧은 것2개다. 길이는 암술과 긴 수술의 길이는 3~4cm로 비슷하다.

루엘리아 꽃 한 송이는 하루 살지만 꽃은 연 중 핀다. 매일 꽃이 지고 매일 새 꽃이 다시 핀다. 그래서 꽃이 오래 피어 있는 줄로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분명히 꽃 한 송이는 하루만 피어 있다.

꽃에는 넥타(Nectar)가 많아 나비와 곤충이 많이 꾄다. 


암술이 달린 초기의 어린 열매와 그것을 잘라본 안의 어린 씨 ,  왼쪽 5개 조각은 꽃받침

.열매: 초기의 어린 열매는 밑이 볼록하고 위 끝이 뾰족한 원뿔모양이다. 크기는 길이5~8mm, 지름1~2mm다. 색은 녹색이다. 익은 열매는 발견하지 못했다.


.씨: 어린 열매를 잘라 보았더니 십여 개의 씨가 들어 있었다. 이들 씨는 둥글고 희었다. 크기는 지름이 0.5mm미만으로 아주 작았다. 


.번식: 씨를 심어 번식한다. 이런 실생번식(實生繁殖)은 주로 연구를 하거나 씨를 쉽게 구할 수 있을 때 이루어진다. 그러나 대부분의 번식은 씨보다는 줄기를 잘라 삽목 한다. 땅에 꽂기만 하면 잘 살기 때문이다. 삽목 외에 포기나누기(分株)도 하고 뿌리줄기(Rhizome)를 이용하기도 한다. 


루엘리아는 생활력과 환경적응력이 강하다. 습지, 마른땅, 음지를 가리지 않고 잘 자라며, 강한 햇빛과 가뭄도 잘 견딘다. 새로운 지역에 들어가면 자생식물(自生植物)을 몰아내 생태계를 교란하는 골칫거리가 되기도 하는 이유다. 


루엘리아꽃은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고 마는 하루살이 꽃이다. 피어 있는 기간이 짧아서 그런지, 벌레를 먹거나 흠이 있는 꽃은 보기 힘들다. 꽃이 떨어질 해질녘이나 다음날 아침이 되면 꽃대가 절로 고개를 숙인다. 그러면 암술과 꽃받침만 남기고 꽃잎 전체가 수술과 함께 통꽃으로 떨어진다. 때문에 꽃이 떨어질 때도 다른 풀꽃들에 비해 싱싱하며 청아(淸雅)하다. 


생이 짧아서 더 아름다운 꽃이여! 더 사랑스런 꽃이여! 루엘리아여! 

    

필자 주     

1. 학명의 속명 Ruellia는 프랑스 식물학자 Jean Ruel를 딴 것이고, 종명 simplex는 잎이 겹잎이 아닌 단순한 홑잎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2. 동의어 학명은 Ruellia angustifolia, R. brittoniana, R.coerulea, R. malacosperma, R. tweediana, Cryphiacanthus angustifolius 등이 있다.

3. https://gardenerspath.com/plantshttps://en.wikipedia.org 를 참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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