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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기열 KI YULL YU Oct 06. 2020

꽃필 땐 꽃비 오듯, 열매 맺히면 발 드리운 듯

유기열의 씨알여행 195-인도참나무

인도참나무는 열대 낙엽활엽수로 꽃이 수백 수천 송이가 흐드러지게 핀다. 하여 꽃이 한창 필 때는 바람이 불면 나무 전체가 빨간 옷을 입고 춤을 추는 듯하고, 바람이 불지 않으면 붉은 꽃비가 내리는 듯, 빨간 발을 친듯하다. 열매가 익으면 초록색 문에 작은 호두알이나 하얀 곶감이 달린 발을 드리운 듯하다. 열매와 씨는 한 몸처럼 붙어 있으며 차돌처럼 단단하다. 


베트남 껀터에서 매일 출퇴근 때와 장보기 다닐 때 눈인사를 하던 낯선 나무가 있었다. 물어도 정확한 이름을 아는 이 없어 1년 이상을 이름도 모른 채 지냈다. 그러는 사이 꽃이 피었다 지고, 열매가 맺혔다 떨어졌다. 


1년 이상 한 생을 지켜 본 뒤에야 알게 된 나무는 인도참나무였다. 학명, 영명, 베트남명, 수형, 잎, 참고자료 등은 유기열의 씨알여행 194에 설명되어 있다. 


꽃이 만개한 인도참나무

.: 꽃은 꽃받침, 꽃잎, 암술과 수술이 있는 완전 갖춘 양성화다. 


꽃봉오리는 둥근 곤봉 머리 같고, 꽃받침은 녹색, 나머지는 빨강 또는 핑크색이다. 크기는 길이1cm, 지름2~3mm로 작다. 


꽃이 활짝 피면 꽃봉오리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꽃잎은 4개이나 아래는 띠처럼 붙어 하나의 원을 이루고, 한 잎 한 잎은 직사각형에 가깝다. 꽃잎 1개는 길이2.5~3.5mm, 너비2.0~2.5mm다. 꽃부리(花冠) 지름은 7~12mm다. 색은 연한 핑크색이다. 


꽃받침은 아래는 붙어 하나의 통을 이루고 위 끝이 4개로 갈라진 종(통) 모양이다. 크기는 길이2~3mm, 1조각 너비1~2mm다.


가까이서 본 꽃봉오리,  꽃술과 꽃잎, 열매

꽃이 피면 꽃술이 꽃잎을 덮고 있어 꽃술만 있는 냥 하다. 꽃술은 암술1, 수술 여러 개(10~30개)이고 모두 빨갛다. 꽃술 크기는 길이1.8~3.0cm, 지름0.5mm이하의 가는 실 같으나 암술이 수술보다 약간 길게 보인다. 대체로 암술은 곧은 편이나 수술은 곱슬머리 같기 때문이다. 수술이 곱슬곱슬한 것은 강한 햇볕의 차단과 통기를 돕기 위한 것으로 생각된다.


꽃차례는 총상꽃차례다. 꽃은 20~50cm의 긴 줄 같은 꽃대(花梗, 꽃줄기)에 수십 개의 꽃이 핀다. 꽃이 작아 멀리서 보면 꽃인 줄 모르고 지나기 쉬우나 꽃이 한창 필 때는 수백 수천의 꽃줄기가 붉은 줄처럼 늘어져 있다. 마치 빨간 꽃비가 내리는 듯하다. 그러다 바람이라도 불면 흔들리는 모습이 나무 전체가 춤을 추는 듯 장관이다. 이런 모습을 그냥 지나칠 사람은 없으리라. 궁금하여 가까이가면 조그만 꽃의 별난 아름다움과 향기에 쉬 떠나지 못하게 된다.


나무 아래 바닥은 수많은 꽃이 떨어져 빨간 카펫을 깔아놓은 듯하다. 


발 처럼 드리워 달려 있는 열매

.열매: 열매는 달걀형(卵形), 긴달걀형(長卵形) 또는 골프공보다 작은 럭비공처럼 생겼다. 겉에는 4개의 능각(稜角)이 있다. 학명의 종명 acutangula는 능각이 있다는 뜻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크기는 길이3~4.5cm, 지름(또는 능각과 능각 사이)1.5~2.5cm다. 색은 초기에는 녹색이며 일부는 약간 붉은 색이 있고 익으면 베이지색이나 흰색이다가 오래 되면 흑갈색, 적갈색이 된다.



열매껍질과 쪼개 놓은 씨 알갱이

열매와 씨는 붙어 한 몸처럼 되어 있으며 잘 안 벗겨진다. 열매살은 거의 없어 껍질과 모두 합쳐도 씨보다 양이 적다. 껍질과 열매살은 한 몸이 되어 실 같은 섬유질 성 나무껍질 같다. 강제로 벗겨 내면 안에 차돌처럼 딱딱한 씨가 나온다. 단단하여 돌로 두드려야 깨진다. 씨 속은 희거나 회백색이며 꽉 차있다. 


열매축이 길어 열매가 익을 때는 감을 깎아 긴 줄에 꿰어 높은 봉에 걸어서 곶감을 만드는 모습 같다. 또한 긴 열매축(果軸)에 흰색 열매가 듬성듬성 매달려 

치렁치렁 거리는 모습은 가리게 발을 처 놓은 듯해서 발을 걷어 안을 훔쳐보고 싶은 유혹이 생긴다. 혹시 열매를 들추어보면 그곳에 빨간 꽃 레이스(lace) 달린 옷을 입은 어여쁜 연인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 때문이다.


인도참나무 낙엽은 단풍처럼 곱다. 꽃은 귀엽다. 꽃이 한창일 때 바람결에 일렁이는 모습은 손에 손-잡고 춤을 추는 듯하다. 열매는 무덤덤하고 무심해 보이지만 익어 듬성듬성 매달려 있을 때는 발인 냥 보여 안을 엿보고 싶다. 열매와 씨는 왜 그리 단단한지?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인도참나무를 맘껏 즐기는 것만으로도 나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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