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열의 씨알여행226-벤자민고무나무
벤자민고무나무 꽃은 동그랗게 안으로 말린 꽃차례에 수백 개가 빼곡하게 들어 있어 그냥은 보기 어렵다. 콩알 같은 꽃차례를 잘라야 꽃을 볼 수 있다.
콩알모양의 녹색 꽃차례는 꽃이 수정되어 익어 감에 따라 노랑이나 오렌지로 변하고 더 익으면 붉거나 검붉은 색이 되고 완전히 익으면 검거나 짙은 흑갈색이 된다.
잘 익은 콩알모양의 꽃차례를 자르면 수백 개의 열매를 볼 수 있다. 열매는 아래쪽이 좁게 삐져나온 좁쌀 같고 길이1~2mm다. 얇디얇은 미농지(美濃紙) 같은 껍질에 싸여있다. 씨는 동그랗고 지름은 1mm이하다.
▴꽃: 벤자민고무나무는 암수한그루(Monoecious)며, 분명 꽃이 핀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벤자민고무나무는 꽃이 없다거나 보지 못했다고 한다. 사실 벤자민고무나무에서 꽃을 보려고 몇 년을 찾아도 그냥은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왜냐고? 무화과나무속(Ficus)이어서 꽃대축과 꽃받침이 변형되어 안으로 말리는 원형의 꽃차례이고, 그 안쪽에 수십 수백 개의 꽃이 피기 때문이다. 콩알처럼 생겨 열매라고 생각하지만 열매가 아닌 꽃차례의 변형으로 보는 게 맞다.
꽃은 수꽃, 암꽃, 퇴화한 암꽃 3형태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필자가 지름0.8~1.5cm크기의 콩알모양의 꽃차례를 잘라 육안으로 관찰했더니 수백 개의 꽃이 빽빽이 있었다. 하지만 암꽃과 수꽃을 구분하기는 어려웠다. 꽃잎은 끝이 3~4갈래로 갈라져 있거나 3~4개로 보였다. 꽃잎은 연노란 색의 얇디얇은 비닐이나 미농지처럼 보였다. 물에 담가서 보았더니 다소 볼록한 것과 홀쭉한 것이 있었다. 그 둘 중 볼록(씨방)한 것이 암꽃으로 추정된다. 꽃자루는 없는 것처럼 보였다.
열매로 보이는 꽃차례는 초기에는 녹색이며 꽃이 수정되어 열매와 씨가 익을수록 노란색이나 오렌지색으로 변하고 더 익으면 붉거나 검붉은 색이 되고 완전히 익으면 검거나 흑갈색이 된다.
▴수정(受精): 벤자민고무나무는 좀벌(Wasp)에 의해 꽃가루받이를 하여 수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좀벌은 꽃차례가 오므라들어 붙은 부위의 아주 미세한 틈으로 들어가 꽃가루받이를 도와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처녀생식(處女生殖, parthenogenesis): 벤자민고무나무는 수꽃이 없어 꽃가루받이가 안 되더라도 암꽃이 어떤 자극이나 충격 등으로 수정을 하여 열매와 씨를 생성하기도 한다. 이런 생식을 처녀생식이나 단성생식(單性生殖)이라고 하고 이렇게 생긴 열매를 단위결과(單爲結果, parthenocarpy)라고 한다. 식물의 경우 처녀생식은 생물종의 종족보존에 긴요한 역할을 한다.
식물의 경우 단성생식이 가능하더라도 수꽃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총각생식은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동물은 더욱 그렇다. 인간은 더더욱 그렇다. 여성이 위대한 이유다.
▴열매와 씨: 열매는 아래쪽이 짧고 좁게 밀려나온 좁쌀모양으로 길이1~2mm로 작고 얇은 미농지처럼 생긴 껍질에 싸여있다. 색은 흰빛이 도는 갈색이었다. 그 안에 좁쌀 같은 씨가 들어 있다.
우리가 술안주로 즐겨먹는 무화과(無花果, Ficus carica)는 꽃차례 안에 들어 있는 수많은 꽃들이 수정하여 생성된 열매와 씨의 복합체다. 벤자민고무나무 역시 무화과나무속 식물로 꽃이 피고 꽃가루받이를 하여 열매와 씨를 생산한다. 식물은 물론 사람을 평가할 때도 단순히 외모만 보지 말고 심성, 능력 같은 내면을 함께 보아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