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기열 KI YULL YU Jun 18. 2018

집 앞 긴 의자와 탁자, 왜?

껀터 외곽의 집 앞에는 빠짐없이 한두 개의 긴 의자와 식탁이 있다. 테이블 위에는 베트남 장기판이 그려져 있기도 하다. 그 이유가 뭘까? 

In front of houses outside the city, there are one or two long chairs and tables.  A Vietnamese chess is drawn on some of tables. Why?


집 앞 긴 의자와 식탁들

어느 날 산책을 하다가 궁금하여 물었다.

“Just sit and play. 그저 앉아서 놀기 위해서요.”

아파트 앞의 ‘Hoan My Cull Long’병원 의사라는 주민은 별걸 다 묻는 다는 듯이 웃으며 대답했다. 앉아서 놀기 위한 것 이외에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것이었다. 대다수 사람들의 생각이 다 비슷했다. 당연하고 일상적인 일이라 별로 관심이 없었다. 오히려 그런 것에 대해 궁금해 하고 질문하는 나를 이상하게 보는 눈치였다.



그러려니 하면서 잊고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사람을 만났다. 그 사람도 똑같은 대답이었다. 그래서 집 안에 소파, TV도 있는데 왜 집 안에서 놀거나 이야기하지 않고 집 앞 대문 밖에서 그러냐고 물었다.

“시원하고 자연풍경을 즐기며 음식도 먹고 음료를 마실 수 있어서 집 안 보다 밖이 좋기 때문이라.”고 했다.

수긍이 갔다. 30℃를 오르락내리락하는 찜통 날씨에 에어컨이 없는 방안 보다 밖이 낫겠다는 생각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분명 뭔가 다른 뜻이 있을 것 같아서 더 알려고 노력했지만 그 이상의 다른 이유는 얻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퇴근 후 아파트 주변을 산책했다. 조금 쉬고 싶었다. 마침 문이 잠겨 있는 집 앞에 의자가 있어 잠시 앉아 쉬었다. 오가는 사람들 구경도 하고 열대 나무들 모습도 관찰하고 그러면서 피곤함도 풀었다. 그냥 좋았다. 


또 어느 날이었다. 대문이 잠겨 있는 집 앞 의자에 한 사람이 앉아 있었다. 대문이 열리고 집 주인이 나오니까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같이 의자에 앉아서 환담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렇구나. 집 앞에 의자와 테이블을 만들어 놓은 것은 행인에겐 쉼, 집을 찾아온 손님에겐 편안한 기다림을 위한 배려였구나. 


집 앞 의자에 3대가 앉아  즐거워하는 모습

또 어느 날이었다. 집 앞 의자에 10여명의 사람들이 둘러 앉아 그저 차(茶)를 마시며 웃고 이야기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을 보았다. 어른은 어른대로, 아이들은 아이대로 스스럼없이 떠들며 하고 싶은 일을 하였다. 물었더니 가족이라 했다. 손자, 며느리, 아들, 그러니까 3대가 모여 쉬고 있었다. 젊은 부부는 조금 있다가 인사를 하고 오토바이를 타고 떠났다. 다들 행복해 보였다. 집 안의 협소함과 불편함이 자연스럽게 해결된 셈이다. 



도심의 손님들이 낮고 작은 의자에 앉아 식사와 커피를 마시는 모습

하지만 시내 중심가는 그렇지 않다. 식당과 카페, 상점이 많아 건물이나 집 앞은 손님들로 붐빈다. 등받이도 없는 낮고 작은 의자로 가득하다. 거기에 손님들이 앉아 커피와 차, 음식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도시의 변두리나 시골과는 전혀 딴 판이다. 


자연경치를 감상하며 자연과 가까이 하는 삶, 행인이나 방문객을 위한 배려, 작은 집 안의 불편함 해소를 위하여 집 앞에 의자와 테이블을 만들어 놓았다. 거기엔 쉼과 기다림을 위한 배려라는 의미도 들어 있다. 번화한 도심으로 변하지 않는 한 여기의 집 앞에는 의자와 식탁이 앞으로도 계속 있을 것이며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을 것이다.

Vietnamese, I think, placed a long chair and a table in front of their houses in order to enjoy the natural scenery, to live close to nature, to care for passers-by or visitors, and to relieve the discomfort in a small house, There is also the meaning to car for rest and waiting in a chair-table.. Unless this place change into a bustling city, there will be chairs and tables in front of houses here long, and they will be loved by many people.


베트남에 머물수록 나도 모르게 집 앞 의자와 테이블 예찬(禮讚)론 자가 되어 간다. 기회가 되어 집 앞 의자와 테이블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 자기들보다 내가 더 잘 안다고 칭찬을 한다. 재미가 있고 보람도 있어 좋다. 

The longer I stay in Vietnam, the more I become a praiser on a long chair and a table in front of houses. Talking about the chairs and tables in front of houses as an opportunity, Vietnamese used to say “You know better than we know them.” It is fun and rewarding.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