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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기열 KI YULL YU Jul 02. 2018

거의가 평생 못 보는 플루메리아 씨

플루메리아 꽃을 보며 60평생을 살았어도 열매는 못 보았단다. 많은 사람에게 “열매를 보았느냐? 열매가 있느냐? 열매를 아느냐?”고 묻고 물었다. 그때마다 “모른다. 없다. 못 보았다.”는 대답만 들었다. 나 역시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활동하는 3년 동안 열매를 찾았지만 헛수고였다. 그런 플루메리아(Plumeria) 열매와 씨를 베트남에 와서 운 좋게도 찾았다. 그 뒤로는 한 개의 열매도 더 보지 못했다.


It is said that many  Vietnamese have not seen plumeria fruits for a lifetime of 60 years enjoying the flowers.  I have asked to many people that “Have you seen fruit? Is there fruit? Do you know fruit? " At everytime, the answer is that "I do not know. There is no fruit. I did not see it." I also tried to find plumeria fruit for three years in Rwanda, Africa, but it was in vain. I found such a plumeria fruit and seeds after all luckily in Vietnam. I did not see any more fruit after that.    


베트남에 온 이래 출퇴근하면서 플루메리아(Plumeria)를 매일 본다. 즐거움 중의 하나다. 연 중 그 꽃을 볼 수 있어 더욱 좋다.

나무는 키가 3~6m이며 밑줄기는 지름이 20~30cm이다. 낙엽성이기 때문에 잎이 다 지면 회백색의 줄기와 가지는 귀태(貴態)가 난다. 


좌-르완다 세레네 호텔(2013.11.08), 중-껀터 빅토리아 호텔(2018.05.09), 우-껀터 빅토리아 호텔(2018.03.21)


꽃은 아름답고 향기롭다. 꽃대는 가지 끝에서 1개가 나오고, 그 꽃대 끝에 여러 송이의 꽃이 모여 피어 꽃이 한 창일 때는 결혼 신부의 부케로 제격이라는 생각이 든다. 꽃이 피는 초기엔 꽃잎 5개가 바람개비처럼 붙어 있다가 시간이 지나면 펼쳐진다. 크기는 화관(花冠)은 지름 4~6cm이고, 하얀색에 화심(花心)은 노란색이다. 화심의 노란색이 진하고 넓은 꽃은 노란색으로 보인다. 핑크와 붉은 꽃도 있다. 


천 송이, 아니 그보다 훨씬 더 많은 꽃을 보았을 게다. 그때마다 꽃이 아름답고 향기로운데 왜 열매가 없을까? 궁금했다. 꽃이 아름답고 향기로운 것은 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그런 것은 아니다. 벌과 나비 등을 유혹하여 사랑하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분명 열매가 있을 게다. 이런 믿음을 가지고 나무를 보고 또 보고, 열매를 찾고 또 찾았다. 그러나 1달, 2달, 3달이 가도 열매는 보이지 않았다.


익기 직전 열매

베트남에 온지 4개월째인 2017년 12월 1일 아침이었다. 아름다운 플루메리아 꽃과 아침 햇살이 만나는 모습을 무심히 바라보았다. 하늘은 푸르고 높고, 햇살이 내려앉는 꽃은 유난히 아름다웠다. 눈을 못 떼고 있는데 무엇인가 가지 끝에 붙어 있는 것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 보았더니 막대모양의 물체 2개가 붙은 모습이었다. 출근차가 와서 더 확인을 못하고 출근을 했다.

퇴근해서는 어두워 물체만 확인하였다. 


다음날, 토요일에 아침 식사를 하고 나가서 보았다. 분명 열매였다. 순간 ‘아~ 열매가~’ 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이 기쁨을 누가 알랴! 돈 주고 살 수 없는 기쁨이기에 더 값지다. 익지 않은 녹색 열매 2개가 마주보기(대칭)로 붙어 달려 있었다. 사진을 찍었다. 의자를 갖다 놓고 조금이라도 가까이서 찍었다.


그 뒤 매일 한두 번씩 문안 인사하는 기분으로 가서 보았다. 혹시 폭우와 강풍에 떨어지지는 않았을까? 벌레나 날짐승이 헤치지는 않았을까? 12월 11일 한 개의 이음선이 조금 벌어졌다. 씨가 더 익도록 2일 더 지켜보다 씨가 보이는 13일에 열매를 조심스럽게 땄다. 베트남에 온지 만 4개월이 되는 날이다.


열매는 막대모양의 긴 타원형이다. 겉에 작은 돌기 같은 게 많이 나 있다. 2개가 마주보기로 붙어 있다. 색은 초기에는 녹색이며 익으면 암갈색~흑갈색이다. 크기는 길이 10~15cm, 지름 1.5~2.0cm이다. 


익어 벌어진 열매

열매는 익으면 이음선이 벌어지고 껍질이 옆으로 퍼져 결국엔 하나의 얕은 조각배 모양이 된다. 오래되어 2개의 열매가 벌어져 씨가 다 빠지면 영락없이 1개의 열매가 2조각으로 벌어진 모습이 된다. 이것은 2개 열매가 완전 대칭(구조)으로 달리기 때문이다. 열매 자루는 지름이 4~6mm이며 질겨서 잘 안 부러진다.



열매에는 10여개의 씨가 들어 있다. 씨는 열매 껍질 안쪽에 붙어 있고 날개부위는 열매자루가 달린 쪽으로 껍질 안쪽에 붙어 있다. 그러니까 씨 알갱이가 열매 끝 쪽에 위치한다. 열매 안에 얇은 막이 들어 있어 열매가 벌어지기 전 씨와 씨가 달라붙는 것을 막아줌과 동시에 씨를 고정해준다. 얇은 막에 씨 알맹이의 한 쪽 붙어 있어 빠져나온 씨에 얇음 막과 붙은 자욱이 남아있다. 씨가 다 빠지고 나면 껍질 안쪽에 씨가 들어 있던 자욱이 선명하다.


씨는 날개가 달리고, 전체는 한 쪽이 수평이고 끝이 무딘 꽃삽모양이다. 익은 씨의 색은 알맹이 흑갈색, 날개 흰 누런색이며 날개에는 흑갈색의 반점이 수백 개 있다. 크기는 길이 2~4cm이며 알갱이와 날개 길이가 반반이다. 너비는 날개 0.8~1.2cm, 알맹이 0.5~0.8cm이다. 두께는 알맹이 1~2mm, 날개 0.1mm정도로 얇다. 


껀터엔 여기 저기 플루메리아가 많이 자란다. 꼭 열매와 씨를 찾으리라고 다짐한 이유 중 하나다. 열매와 씨를 찾았으니 베트남에 와서 호기심어린 의문 하나 푼 셈이다. 매우 기쁘고 좋다. 아직 자료에서 사진으로도 본 적이 없는 열매와 씨를 찾아서 보고 만지고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Grown are lots of plumeria here and there in Can Tho. It is one of the reasons why I pledged to find the fruit and the seeds. I found the fruit and the seeds at last. So, I solved one of my curious questions coming to Vietnam. Glad and good so much. Because I could find, personally touch and feel the fruits and seeds that I have not seen  even as their pictures in the documents.    


필자 주

1. 속명 Plumeria는 프랑스 식물학자 Charles Plumier를 기념하기 위해 붙인 이름이다. 영어로 “Frangipani”라고 부르기도 하나 영미 권에서도 대체로 플루메리아로 부른다. 베트남어로는  Hoa Champa로 부른다고 한다. 

2. 야생 플루메리아는 열매를 맺으나 정원수로 심는 재배종은 거의 열매를 맺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3. 필자가 발견한 열매는 흰 꽃이 핀 나무에서다. P. alba일 가능성이 높다. P. alba 이외에 재배종으로는 P. rubra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4. 국립수목원 열대 온실에 있다. 열대식물이라 한국 같은 겨울을 노지에서 견뎌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5. 호치민(사이공)에는 호치민 시청광장 호치민 동상이 있는 곳에서 많이 볼 수 있고 껀터에서는 빅토리아 호텔과 TTC Hotel 앞 호치민 동상이 있는 공원에 많다. 물로 내가 사는 아파트 앞에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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