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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기열 KI YULL YU Jul 16. 2018

나는 매일 수채화를 즐긴다

껀터는 지금 우기(雨期)다. 비가 매일 한두 번 내린다. 강풍과 함께 30여분 짧게 온다. 비 오는 껀터는 한 폭의 수채화(水彩畵) 같다. 요즘은 매일 자연과 인간이 그린 수채화, 껀터를 즐긴다. 

It is rainy season now in Can Tho. It rains once or twice a day with a strong wind for around 30minutes. Rainy Can Tho looks like a watercolor. Nowadays, I enjoy a wet Can Tho like watercolors painted by nature and humans every day.


빗 속 오토바이 타고가는 사람들과 껀터 풍경

비가 온다. 세상이 다 축축해진다. 하우강과 그 위를 가로지른 껀터 대교도 젖는다. 땅도 건물도 다 젖는다. 다 젖는 데 사람들만 젖지 않으려 애쓴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사람들은 잽싸게 비옷을 꺼내 입는다.

It's raining. The world becomes all wet. The Hau River and the Can Tho Grand Bridge across it also get wet. Both the land and the buildings are dripping wet. People only try not to get wet when all things get wet. People who ride on motorcycles take raincoat quickly.


나는 오토바이도 비옷도 없었다. 마땅히 피할 곳도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빗속을 걸었다. 세상이 다 젖는 마당에 나도 한 번 젖어보자며. 흠뻑 젖었다. 이런 내 모습이 껀터 시민에게 어떻게 보였을까? 어떻게 보였든 나는 괜찮았다. 무엇보다 덥지 않아 좋았다. 빗속 풍경을 즐길 수 있어 즐겁기도 했다. 지갑과 스마트폰은 비닐봉지에 넣어 두었으니 옷은 젖어도 괜찮았다. 한두 번 경험삼아 해보는 일이라 여유도 있었다. 

I did not have a motorcycle and a raincoat. There was no proper place to escape from rain. I forced myself to walk in the rain thinking "Let's get wet once in the world where the world is wet". I was soaked. How did I as this look to the citizens of Can Tho? I did not mind how I looked to them. It was not hot, so that is better than anything. It was pleasant to be able to enjoy rainy scenery. My wallet and smart phone were in a plastic bag so it was ok even though clothes and others get wet. I could afford it leisurely because I was trying to experience once or twice.


오토바이는 껀터 시민에게는 발이나 다름없다. 직장에 출퇴근 할 때도, 장보러갈 때도, 친구를 만나거나 모임에 참석할 때도 오토바이를 타고 간다. 그러다 보니 오토바이 위에서 비를 만나는 것은 일상다반사다. 길 가다 갑자기 비가 오면 길섶에 오토바이를 세우고 비옷을 입는다. 비옷은 필수 휴대품이다. 오토바이 좌석 아래 소지품 함에 항상 넣고 다닌다. 


교통신호 대기중 오토바이 위에서 비옷을 입는 사람들

급하면 교통신호등 대기시간에 꺼내서 입기도 한다. 용감한 사람들은 그냥 비를 맞고 도로를 질주하기도 한다. 조금만 참으면 비가 그치고 햇볕이 쨍쨍거릴 것을 그들은 알기 때문일까? 아니면 나와 같은 생각에서였을까? 암튼 비에 젖는 사람들은 다소 안쓰러워 보였다.


잠시 후 비가 그쳤다. 언제 비가 왔느냐는 듯 비웃기라도 하듯 햇볕이 따갑다. 도로역시 곧바로 마른다. 사람 역시 얼른 비옷을 벗었다. 방금 전까지 비옷을 입은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비옷을 입고 빗속을 달리던 모습은 사라지고 언제 그랬냐는 듯 모를 정도로 말끔했다. 비와 사람 누가 빠른지 내기하는 듯했다.


비옷은 일반적으로 옛날 군대에서 입었던 판초우의와 비슷하다. 비닐 등의 긴 천(Textile, Fabrics) 한 가운데 구멍 하나가 있을 뿐이다. 입을 땐 구멍에 머리를 넣어 내밀고 앞뒤로 늘어뜨리면 된다. 모자, 소매, 후드 등 아무 것도 없다. 물론 모자, 소매 등이 있고 재질도 좋은 것이 있기는 하지만 보편화 되지 않았다.

비옷은 1인용이 보통이지만 2인용도 있다. 구멍이 좌우가 아닌 세로(위아래)로 2개가 있을 뿐 다른 것

은 1인용과 똑 같다. 2인 용이 없을 경우는 1인용을 2명이 이용하는 데 뒤에 앉은 사람이 비옷 속으로 들어가면 된다. 

습한데다 통풍이 안 되고 잘 보이지도 않으니 무척 답답했다. 그래서 손으로 끝을 들고 탔다. 1인용 비옷 속에 들어가 오토바이를 타보는 것이 껀터 삶을 제대로 맛보는 방법 중의 하나다. 잘 산다는 것은 사람과 유리되어 호화롭게 사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함께 사람냄새를 나누며 사는 것이 아닐까?


1년이 다 되어 가지만 우산 받고 오토바이 타는 사람은 못 봤다. 우산을 받고 거리를 걷는 사람도 거의 없다. 길 위를 걸어 다니는 사람 자체가 드물기 때문이기도 하다. 

비 때문에 습도는 높지만 비는 열대 무더위를 견디는 데는 더 없이 좋은 청량제(淸凉劑)다. 비는 더위에 지친 사람에겐 위로가 된다. 비가 오면 풀과 나무들은 신이 나 어쩔 줄 모른다. 대기는 미세먼지와 스모그가 없으니 맘껏 마시라는 듯 상쾌하다. 운 좋으면 무지개를 보며 눈인사도 한다.


무엇이든 떨어져 마주보는 것보다는 함께 어우러져 느끼는 것이 좋다. 비오는 날, 나는 비오는 거리를 걸으며 껀터라는 수채화의 한 부분이 되어보았다. 껀터와 가까워지고 친숙해지고 싶다. 마냥 이방인으로 머무르고 싶지 않다. 

It is better to feel it together than to face anything apart. On a rainy day, I walked through the rainy streets and became a part of the watercolor callend Can Tho. I want to get closer and get familiar with Can Tho. I do not want to stay as a stranger.    


필자 주

1. 판초우의는 군대 갔다 온 한국인은 입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원래 망토 모양의 페루 원주민의 전통 옷으로 스페인어 폰초(Poncho)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 스콜(Squall)은 태양열에 의해 지표가 가열되면서 나타나는 대류현상에 의해 갑자기 강풍과 함께 짧게 내리는 열대 소나기를 말한다. 이 스콜 때문에 나는 창문을 꼭 닫고 출근한다. 그렇지 않으면 강풍에 창문이 완전히 열어젖혀지고 빗물이 집안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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