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최문석 감독의 <충격적 서사 연출 기법>
발리에서 생긴 일이 명작인 이유는 한국 전통적 신데렐라 클리셰를 부스고 비극에서 희극으로 치닫는 전개를 비틀었다는 데에 있다. 단편적으로만 보면 가난한 이수정이 정재민을 잡아 졸지에 선분 상승하다가 죽는 어처구니없는 이야기지만, 그 이면을 살펴보면 수정과 재민, 인욱의 감정선과 주인공들의 서사를 감명 깊게 느낄 수 있다. 이 드라마는 단순한 신데렐라 스토리가 아니다. 생각해보자, 가난하고 되는 것도 없고, 오빠의 빚까지 져야 했던 20대 초반 여자가 제정신으로 살기란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두 남자를 만났다. 속물로 보이기도 하고 양다리로 보이긴 하나 쉽게 돈을 대주는 남자에게 사랑에 빠지고 자신과 비슷한 어둠을 가진 인욱에게 말을 건다. 이수 정이라는 캐릭터는 여러 결핍에 허덕이며 어떤 방식으로든, 돈이든 물질적인 것이든, 사랑이든 갈구하고 있었다.
어장 관리하는 듯한 이 상황이 정말 더럽고 추잡하면서도 이수정이라는 캐릭터성을 성으로 이해하자면 참 안타까울 다름이다. 재민을 사랑하면서도 자존심 때문에 내색할 수없고 자신이 발판 삼으려 한 남자를 사랑하게 돼버려 복잡한 심리가 공격적인 모습으로 때로는 우는 모습으로 그려졌기 때문에 그런 현실적인 캐릭터인 이수정에게 동정의 감정도 동시에 이해되기도 한다. 수정이는 결국 재민이를 사랑했지만 재민의 엄마 약혼녀에게 맞아 이별을 결심하나 이미 안타까운 사랑에 빠져 둘이 헤어지지도 만나지도 못하는 이 상황이 시청자들의 애간장을 다 녹게 만들었다. 결국 세 주인공의 죽음으로 이 안타까운 운명이 끝나는 결말은 그 당시에도 파격적이었다. 감정이 고조됐다가 파국으로 치닫는 전개가 신선하고 세 사람의 미성숙하고 어리석고 지질하고 인간 본래의 그런 더러운 감정들이 가식 없이 나오기 때문에 더욱 와닿았다.
<발리에서 생긴 일>에서는 대조를 통한 충격적 서사 기법이 특징인데, 주인공이 하는 대사가 나오고 바로 다음 씬에 중간과정이 생략된 채 그 대사와 정 반대의 상황이 나온다. 현실과 개인의 의지가 충돌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충격적 기법이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고, 우리 둘만 섬에 가서 살자"라는 대사를 한 다음, 중간 과정을 생략하고 갑자기 원치 않는 사람을 맞이하고 있는 장면이 나오고 재민과 수정이 동침을 한 뒤 직후 잘 되는 분위기에서 그 회 방송이 끝나고 다음 회 방송부터 재민의 아버지인 정 회장이 약혼자를 두고 다른 여자를 계속 만나는 재민을 골프채로 두들겨 패고는 6분 만에 서로 결혼식 장면도 생략하고 재민과 영주가 신혼여행을 갔다 온 장면이 나오는 식이다.
하루는 인욱과 하루는 재민이와 잠자리를 하는 수정이의 모습, 항상 정상의 자리에 서는 것을 꿈꾸며 히든 인생에서 버티기란 그런 방법밖에 없었다. 복잡하고 힘든 운명. 결국 세 사람의 죽음으로 끝나면서 결국 그런 삼각관계, 잠자리... 양다리, 성공을 위한 야망은 결국 세 사람의 것이 될 수 없기에 세 사람의 죽음으로 모든 것은 원점으로 돌아왔다.
이런 인생은 없다는, 신데렐라는 없다는 운명은 정해져 있다는 파격적인 서사는 지금 보아도 여전히 충격이다. 사랑이 사랑이 아닌, 동정 또는 내가 갖지 못한 동경에서 우러나올 때 우리는 결핍에 의한 사랑이라고 한다. '결핍'을 사랑으로 착각하는 행위이다. <발리에서 생긴 일>의 세 주인공은 모두 어두운 성장과정과, 비밀을 숨겨놓 고 살고 있다. 그래서 그런 서로가 서로를 사랑할 때, 그 사랑이 불건전하게 발휘된다.
게다가 수정이 진짜로 사랑했던 사람이 '재민'이라고 밝혀졌으나 인욱과 잠자리를 한 과정을 보자면, 그것 또한 진정한 사랑이 라 보기 어렵다. 게다가 정말로 사랑했다고 해도 주변 반대에 심해서 어차피 정리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었을 테니까. 결국 <신데렐라는 없다>하는 교훈을 주는, 안타까운 치정 싸움을 20화 동안 진행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