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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지 Nov 20. 2023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평범함은 가끔 뛰어남보다 비범하다

세상을 바라보고 인생을 통찰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은 매일 있을법한 햇살과 발걸음이 '행복감'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햇살에는 세금이 붙지 않는다는 사실과 이 바람은 절대 돈을 주고 살 수 없는 순결한 것이라고 생각할 때 문득 내면에 있는 에너지가 불끈 솟아올라 새로운 글의 영감으로 옮겨가곤 한다. 진정한 행복감은 엄청난 일상의 변화와 낙오 끝에 찾아오는 평안한 일상에서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다. 과도한 경쟁구도에서 사람들은 능력을 재단하는 이런 신물 나는 사회에서 자기 효능감을 잃어버리곤 한다. <소확행>이라는 단어도 복잡한 현대사회를 벗어나서 자신만의 자유와 평범한 일상에서의 행복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의 바람이 숨어있는 것이다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라는 영화에서 스즈메는 남들과 같은, 질서에서 벗어나지 않는 그저 그런 일상을 살고 있는 주인공이다. 자신의 안부를 걱정해주지 않고 거북이 밥을 줬냐고 전화하는 비정한 남편, 매일 청소와 빨래를 하면서도 일상의 즐거움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볼 수 없는 스즈메의 일상, 자신이 평범한 것을 알게 된 것은 한날한시에 같이 태어난 친구가 어릴 때부터 유별나게 뛰어난 인재였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그런 친구와 비교하고 남들과 비교하면서 세상엔 따뜻한 가슴보단, 능력을 재단하면서 정서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추락시키며 채찍질하기 바빴던 자신의 어두운 어리석음만이 남아있었던 것이다.


자신이 특별한 존재였으면 좋겠다는 이상적인 바람과는 반대로 자신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약속에 2시간씩이나 늦는 자신의 친구를 비교하면서 자신이 얼마나 평범하고 때로는 존재감조차 느껴지지 않는 하찮은 존재라는 것을 몸소 깨닫게 된다. 스즈메는 괴로움과 일상의 무료함을 느꼈지만 우연히 발견한 <스파이>를 찾는 포스터를 보게 된 이후에 스파이 역할을 자처하면서 평범함은 곧 스파이로서의 비범한 능력일 수 있다는 것을, 라면가게에서 오다가다 한 번씩 맛볼만한 그 어중간한 '라면의 맛'은 정말 맛있어서 다들 찾아오는 인기 있는 라면가게보다 더 하기 어려운 것이라는 것을 스즈메는 알 수 있게 된다.


공원에 앉아서 개미 밥을 주는 노인을 보며 줄넘기를 하는 것, 자신에게 목숨을 의지하는 거북이에게 밥을 주는 것, 충동적으로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하고 짧은 계단을 30초 동안 오르면 행복이 주어질 것이라는 하찮은 미신을 믿으면서 달리는 것과 같은 일상의 눈물 나게 평범한 행위들이 스파이를 자처하는 자신에게는 얼마나 특별한 것인지 다시금 깨닫는 계기가 되어간다.


때로 자신의 소소한 일상과 들리지 않는, 보이지 않는 너무나 평범해서 우리가 지나쳤던 것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어떤 금은보화를 손에 가득 안고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는 그 어떤 사람보다 아름답다. 우리는 주변의 소리에 귀를 기울임으로써 어제와는 또 다른 오늘의 평범한 일상을 살아낼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영화 같은 상업문학에서의 드러냄은 숨김보다 못하다는 것을 신봉하는 편이다.
이 영화감독은 시청자들의 니즈를 파악해 시청자들에게 어떠한 크나큰 교훈을 주려하는 화려하고 의도된 연출을 결코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의도하지 않은 일상생활의 아름다움을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 무절제적으로 움직이고 플롯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것이 오히려 시청자들로 하여금 어떠한 의미를 줄 수 있을지를 역설한다.

오히려 그런 보이지 않는 역설은 2시간이 채 되지 않는 영화를 감상할 때 영화감독이 숨겨둔 어떠한 의도를 찾아내는 데 매진하게 된다.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라는 영화를 보고 나는 어떠한 의도적인 연출과 교훈을 보여주는 드러냄보다 더 큰 감명과 일상에서의 자연스러움에 대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2006,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앞으로도 영화가 주는 유무형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영화를 만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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