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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지 Dec 24. 2022

한낱 꿈일 뿐이야

아름다운 이야기가 <허구> 임을 직시할 때

로맨스 작품의 성공 척도나 작품성에 대한 판단을 할 때 제일 먼저 고려하는 부분이 있다. 전에도 말했겠지만 '이 허구의 이야기가 실제로 있다고 믿고 싶게 만드는가?'이다. 전에 드라마 <온에어>에서 이런 대사를 본 적이 있다. 드라마는 달나라에 산토끼가 없음을 알고서도 '산토끼가 있다고 믿고 싶게 만드는' 것, 그게 허구의 즐거움이라는 대사를 들은 적이 있다. 이에 동의한다. 다른 작품은 몰라도 서로의 감정교류와 상호교류가 중요한 로맨스 작품에서의 작품성은 이 남녀가 어떻게 만나서 어떻게 사랑하는가, 이 서사구조에서 작품성이 판가름 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로맨스 작품에서는 부가구조가 중요하지 않다, 그들이 작품에서 어떤 교훈을 주는가와 어떤 가치관을 갖고 어떤 직업관을 표현하려고 하는가에 대한 여부보다는 남녀주인공의 얼굴합이나 케미를 중요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로맨스 작품은 위에 언급했다시피 '감정교류'에 초점을 두고 봐야 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통 드라마를 볼 때 여성이라면 여성에, 남성이라면 남성에 초점을 두고 볼 수밖에 없는데 여기서 드라마 작품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현상이 벌어진다. ​


이것은 과몰입과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이다. 드라마를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드라마 속 주인공과 자신을 은연중에 동일시하는데 여기서 드라마 남녀 간의 상호교류가 일어나거나 설렘을 주는 장면이 일어나게 되면 나도 모르게 상대방 주인공과 자신을 동일시 여겨 설레는 감정과 흥분이 일어난다. 만약에 드라마를 보다가 한 번이라도 자신도 모르게 같은 성별을 가진 주인공의 감정과 같은 감정을 느껴본 적이 있다면, 그것은 자신도 모르게 주인공과 '동일시'하게 되는 현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로맨스 드라마에서는 로맨스 서사가 중요하고 부가적인 것은 나중 문제다. 결국에는 남녀의 상호교류 과정이 잘 드러나고 두서 있게 잘 펼쳐진 뒤에 나머지 서사구조를 어떻게 처리하고 조연과 나머지 배경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상호의논을 거친 뒤에 드라마가 만들어지는 것이 맞다. 그렇기 때문에 드라마의 작품성을 파악할 때, 이 드라마의 커플이 정말 허구의 이야기가 아닌 실제로 일어난 이야기라고 믿고 싶게 되는 사람이 많다면 나름 선방하게 된 것이다.

인기 있는 로맨스 드라마는 결국 1차에 이어 2차 떡밥까지 추가되고, 종방 후의 이야기를 편집해서 따로 이야기 북을 만드는 사람들도 있다. 결국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그 드라마를 잊지 못하고 허구의 이야기임에도 그 드라마에서 잘 헤어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드라마에 몰입했기 때문이고 몰입하게 된 이유는 로맨스 장르 특유의 '작품성'이 잘 드러났기 때문에 드라마의 이야기를 진실로 믿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이런 드라마들은 결국에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이런 서사구조는 사랑의 판타지를 자극한다. 나도 이러한 판타지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드라마가 끝나고 허무함을 감출 수 없을 때가 온다. 바로 '아름다운 이야기'가 허구임을 직시할 때다. 예컨대, 출연진들의 인스타를 들어갔는데 주연 배우들이 비즈니스 자세로 사진을 찍고 있다든가, 동영상이 공개되었는데 둘이 정말 어색하고 안 친해 보이는 자세로 앉아있다든가 아니면 둘이 맞팔이 아니라던가 이야기는 다양하다. 결국 허구임을 완전히 직시했을 때 드라마에서 분리될 수 있으며 보통 시간이 지나면서 천천히 잊히게 되는데 한낱 꿈이라는 것을 알고 다른 드라마에 또 집중하기 시작한다. 사람 사는 과정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고 영화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몰입은 나 개인적으로는 되게 행복한 일이다. 과도하면 안 되겠지만, 로맨스 드라마 커플이 정말 실존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나름 여러 번 했기 때문이다. ​


여러분도 '허구'의 이야기가 진실이기를 바란 적이 있는가? 바란 적이 있다면 현실임을 직시하기 전에 꿈속에서 여러 번 되뇌자. 작품을 사랑하고 곱씹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 그저 새로운 설렘과 영감을 얻는 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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