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감성도 아름답게 요리하는 <일드>
나는 오늘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라는 드라마를 정주행 했다. 1화부터 10화까지, 청춘멜로드라마에 빼놓을 수 없는 멜로라인의 전개와 뻔한 클리셰까지 총 동원한 작품이었지만 진한 여름내음이 나는 듯한 이 드라마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일본 드라마>에 왜 열광을 할 수밖에 없는지가 궁금했다. 과거에 막장의 흥행 요소 중의 하나를 포스팅한 적이 있었는데 막장 요소는 말초신경을 자극하여 시청자로 하여금 어떻게든 드라마에 몰입할 수 있도록 설치한 '장치'와 같다. 그렇기 때문에,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가 인기 있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나는 일본 드라마에 왜 이렇게 열광하는 것일까? 일본 드라마 특유의 <은유법>이 사랑스럽다. 한국 드라마가 미니시리즈여도 16부작 이상인 데에 비해 일본 드라마는 10부작 내외여서 전개도 한국 드라마 못지않게 빠른 편이고 그렇기 때문에 돌려 말하지 않고 말하는 직설 화법이 가슴을 설레게 만든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에게 하는 표현, 감정에 대한 표현 고맙다, 미안하다 이런 감정의 표현들은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누구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자신의 마음을 누군가에게 터놓고 표현한다는 자체가 쉽지 않기에 일본 드라마에서 이런 감정의 표현에서 드러나는 화법은 오직 두 사람의 대화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주고 이런 서로 주고받는 대사 덕분에 일본 드라마에서 '감정적으로' 몰입하기가 쉽다.
그리고 일본 드라마에서는 항상 <교훈>을 준다. 한국 드라마에서는 멜로라인에 치중되어 있긴 하나 감정선에 대한 부분이 부족하고, 교훈을 주는 서사가 들어있으나 직설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일본 드라마에서는 기승전결이 뚜렷하다. 결국에 주인공이든 주변 사람들에서 비롯되든 각자 나름의 대사로 '교훈'을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놓치지 않는다. 그래서 그 해당 인물의 갈등이 해소되는 식인데, 이런 결의 서사는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흥미를 돋우고 드라마를 더욱더 즐길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준다.
사실 드라마에서 <창의성>은 한국 드라마가 더 뛰어나다고 자부한다. '오징어 게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등 소재의 참신함과 캐릭터성의 변천사는 정말 두 말하면 입 아플 정도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넷플릭스 시장이 활기를 보이는 것이고 한국 드라마가 아시아 전체로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창의성보다는 상투적인 소재라고 할지라도, 그런 클리셰를 어떤 식으로 소화하고 드러내는가?이다. <일본 드라마>는 소재의 참신함은 떨어지는 편이라 한국 드라마와 같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일본 드라마 특유의 계절풍의 감성과 기존의 이야기를 주인공을 통해 대사로 내보낼 때 하는 대사 하나하나가 감정적인 몰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주인공을 통해 우리가 이 드라마의 세계에서 어떤 것을 얻어가야 하는지, 이 서사로 인해 어떤 결론에 도달했고 주인공은 어떤 심리를 가지고 있을지에 대해 몰입할 수 있게 해 준다.
이런 부분이 내가 일본 로맨스 드라마를 비롯해 많은 일본 드라마를 사랑하는 이유다. B급 감성이라고, 삼류 감성이라고 누군가는 말할지라도 끊을 수 없는 사랑스러움은 일본 드라마가 가진 큰 장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