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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지 Nov 16. 2022

인간이길 포기해야 했던 이유 <인간실격>

<인간실격>의 다자이 오사무

어릴 때부터 막연하게 생각했던, '왜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지?‘, ’왜 꼭 틀에 맞춰야만 하는 거지', 다른 아이들은 쉽게 받아들이고 생각하고 규칙과 질서를 따랐던 것이 나는 왠지 모를 반항심으로 표현되어 갔다. '왜?‘라는 질문으로, 인간은 왜 이러면 안 되지, 이래야만 하는 거지 다소 철학적인 질문으로 인생을 살아갔었다. 하지만 이런 바를 쉽게 드러낼 수 없었다, 천성적으로 여린 성격도 한몫할뿐더러 이런 속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친구들은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궁극적인 질문과 호기심은 억압시켜 두고, 나는 페르소나를 쓴 채 사람들을 대했고 밝은 면으로, 재미있는 면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사람들을 사귀는 것이 결코 어렵지 않았다. 어릴 때까지만 해도 그랬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나를 이해할 수 없었다, 남들과 다른 생각을 가진 나를.. 남다르고 특이한 개성이 존중되지 않는 사회에서 건설적인 호기심이나, 아이디어가 아닌 공상적인 쓸데없는 망상에 불과한 이런 호기심은 아무에게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나랑 비슷한 생각을 가진 친구가 추천해 준 <인간실격>이라는 책을 읽고, 나는 충격을 받았다. 세상에 나와 같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었구나 하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홀린 것처럼 모든 페이지를 정독했다. 순수하고 맑고, 호기심도 많고 감수성도 예민했던 한 청년이 다섯 번의 자살시도 끝에 결국 사망했는 데, 자신의 생애를 액자식 구성으로, 제 3자의 입장에 서 허구의 인물로 표현하고 드러내는 방식의 소설이다.


그런 비극적인 생애가, 결국 사람들의 위선과 이기심으로 더럽혀졌다는 사실에 분노하게 됐다. 왜 사람의 순수함. 있는 그대로의 모든 개성과 생각은 존중되지 않는 사회일까, 왜 일반적인 인식에 반하는 것이 나쁠까. 작가는 결국 사람들에게 맞추려 '위선'을 떨고, 인간의 잔인하고 악랄한 본성을 잊으려 유흥하고 마약까지 하는 범죄를 일삼았지만 결국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고 <낙인> 찍히게 되었다. 작가는 그것을 '인간실격'이라고 했다.


사람과 세상에 맞추려고 발버둥 치고, 사람을 사랑하려 노력했으나 모든 것이 원점으로, 아니 더한 구렁텅이에 빠진듯한 기분이 들 때 교도소에 갇혀서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배신감과 수치심에 몸 둘 바를 모를 때. 작가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싶다. 세상에 맞지 않는 것을 억지로 끼워 맞추려고 노력할 때. 그 청년이 배신감에 자살을 결심할 때까지의 모든 심경변화들이 적절히 녹아들어 있다.


물론 세상을 살아가려면 개인이 있고, 그리고 타인이 있어야 하고 공동체를 이루면서 비로소 사회통상적으로의 인간의 조건이라는 것이 갖추어진다고 한다. 하 지만, 규정이나 법적인 조건 외에 개인 심리적인 갈등이나 순수한 청년의 고민을 감히 헤아려 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결국 청년은 자극적인 것들과, 흘러가버리는 일회성 중독에 쉽사리 빠져 지옥 같은 삶이 계속되었던 것이다. 작가가 생애 전반에 걸쳐서 사람에게 구애하고, 몇 번을 데이면서도 인간을 단념할 수 없었던 포기할 수 없었던 것.. 하지만 궁극적으로 한 사람의 배신을 통해 다섯 번째 죽음이 성공하면서 그의 인생은 막을 내리게 되었다.


<인간실격>이라는 작품을 읽고 어릴 때부터 막연한 호기심에 고민했던 나의 심리적인 갈등 하나가 말끔히 치료되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좋았다. 사람의 각자의 개성을 이해와 사랑으로 품어줄 수 있는 성숙한 사회가 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눈에 보이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지만 이런 심리적 갈등을 빚고 있는 일반적인 사람들에게, 아니 사회를 통틀어서 개 인의 자유와 개인의 순수함과, 기질이 모두 반영되어 모든 사람의 개성이 존중되는 사회가 온다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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