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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지 Jan 09. 2023

더닝 크루거 효과에 대하여

<모를수록 용감하다>의 유래

난 어릴 때부터 똑똑한 사람을 부지런히 동경해 왔다. 왠지 모르게 다른 이점이 있는 사람들보다 지적이고 아는 것이 많은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고 끌렸던 것 같다. 그 이유를 살펴보니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함으로써 '똑똑한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열망이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투사되어 나타났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나는 학교 공부에 열정적이지는 못했고 내가 동경하는 사람들의 글이나 논문을 주로 읽고 필사도 하면서 모방하는 식으로 그들의 지식과 논리를 내면화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나는 책을 좋아하지도 않고, 공부를 즐겨하지도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근거 없이 용감해져 갔다. 무식한 자가 용감하다는 말이 있다. 사실 논리적으로 모순되는 지점이 있지 않은가? 무식하고 알지 못하는 사람은 발설할 지식이 없기 때문에 용감할 수 없다. 사회 통념상 무지한 사람들은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무식한 자가 용감하다는 과거 속담과 일맥상통하게 나는 갖고 있는 전문적인 지식이 많지 않았음에도 세상 물정 모르는 말들을 자주 했었던 것 같다. '나도 열심히 책 읽으면 똑똑해질 수 있지', '공부 잘하면 시험 성적 잘 받는 거 쉽지' 등 이런 아이러니한 말들을 속으로 자주 했던 것 같다.


결국 똑똑해 보이고 싶어 얻은 잡지식들은 의미 없는 <자의식 과잉>이라는 것을 알기 전까지는 저런 삶을 살아갔던 것 같다. 내가 놀람을 감출 수 없었던 것, 내가 무모한 나르시시즘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깨우치게 된 것이 바로 위의 '더닝 크루거 효과'에서다.


더닝 크루거 효과라는 것은 '모를수록 무식하다'라는 뜻에서 유래되었는데 바로 공부도 못하는 친구들이 나 이번 입시에서는 "서울대 가야지" 이러는 게 바로 더닝 크루거 효과의 바로 0~1단계에 위치한다. 아는 게 없기 때문에 당당하고 자신감이 높다. 물론 사회적 지위가 필요한 공식적인 자리에서의 당당함은 기대하기 어렵겠지만 결국 0~1단계에서 개인 심리상 자신감이 높고 당당하게 된다. 하지만 진정한 공부를 시작하면 2번, 좌절의 늪에 빠진 단계가 오는데 이때부터 지식과 경험을 배워가면서 슬럼프도 찾아오고 자신감은 밑으로 뚝떨어지게 된다.


배우면서 자신이 얼마나 배움 앞에 무지했는 지를 절실하게 깨닫고 배움의 길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는 시점이 바로 2번이다.  이 2번을 겪고 나서 어느 정도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쌓인 3번부터는 점점 깨달음의 고행길에 오르기 시작하면서 배움의 지식이 자신의 머릿속에 응용되고 적립되는 순간이 오는데 이때 자신감이 높아지고, 이제 4번부터는 안정적인 지식 축적과 자신감까지 얻어 어떤 분야의 공부든 지식적이고 전문적일 수 있게 된다.


많은 학생들이 공부를 포기하는 이유, 많은 사람들이 배움을 포기하게 되는 이유가 그들은 항상 0~2번에 머물러있기 때문인데 배움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꾸준히 깨달음의 고행길을 오르면서 3번과 4번에 위치하게 된다면 자신의 페이스대로 지식을 축적하고 공부를 진행해나가기가 한결 수월해질 수 있다. 자신이 배움과 학문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2번의 슬럼프를 극복하며 3~4번의 안정화가 될 단계까지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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