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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지 Nov 20. 2022

드라마 <호텔리어>가 보여주는 삶과 애환

'호텔리어'라는 직업의 내면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춘 드라마

 내가 본 많은 한국 드라마가 있지만. 내 인생 드라마는 3개로 정리 할 수 있는데 바로 <시티홀>, <그들이 사는 세상>, <호텔리어> 이렇게 세 개다. 내가 오늘 소개 할 드라마는 인생 드라마 중 하나인 '호텔리어'다. 이 드라마는 2001년 당시에 화제였는데, 주연 배우인 송윤아와 배용준의 커플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동진추'라고 <서진영, 신동혁 결혼 추진 위원회>라는 단체를 만들어 종방연 때 이 소모임에 배용준과 송윤아가 실제로 와서 같이 축하해줬다는 일화도 있다. 그리고 원래는 김승우-송윤아, 송혜교-배용준의 러브라인이었으나 방영과 동시에 배용준의 인기가 상승하면서 자연스럽게 송윤아-배용준의 러브라인이 형성됐다. 커플들의 러브라인 외에도 내가 이 드라마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서 얘기해보려고 한다.

1. 직업군 드라마의 새로운 <지표>


 직업군 드라마 열의 아홉, 모두 주연배우들의 멜로전선에만 치중하여 직업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들러리 세우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런 '직업군' 드라마들은 사랑이야기 때문에 직업에 대한 이해가 흐지부지되어 본래 전하고자하는 바를 놓치고 마는데 이 드라마는 다른 어떤 드라마들보다 호텔리어 가 가진 신념, 진정성, 호텔리어들의 삶과 애환에 대해 잘 표현한 수작이다. 주연 배우들의 서사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닌 룸메이드, 주방보조, 하우스키핑 많은 호텔리어들의 모습과 고뇌를 담았고, 30년 전통의 특급호텔이 가진 일로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정, 호텔이라는 공간에서 살아숨쉬는 프로페셔널한 사람들의 일상과 에피소드까지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 큰 박수를 보낸다. 직업군 드라마라는 것은 개인적으로 리얼리티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직업군 드라마는 그 직업에 대해 다룬 것이기 때문에, 판타지 드라마가 아닌 이상 사실 그대로를 보여줘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호텔리어의 사람들은 모두가 다재다능하지 않다. 부족한 사람끼리 옥신각신하면서 서로 갈등도 해결하고 같이 호텔도 살리고 정도 나누고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인간 호텔리어의 숙명이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결코 포장하지 않는다.

2. 주체적이면서 자립적인, 여자주인공 <서진영>


 내가 호텔리어에서 가장 사랑하는 배역은 서진영이다. 호텔에 대한 굳은 신념 주관이 있고 힘들고 지칠땐 울고, 억울할땐 요구하고 사랑할땐 진심을 다해 사랑하는 배역이다. 우리는 쉽게 그러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 당당할때 당당하고 살아갈 수 있을 때 진심을 다해서 살아내는 모습은 인간적이면서도 우리가 되고픈 이상의 모습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진영의 호텔을 사랑하고 그런 직업관이 뚜렷한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리고 배용준과의 멜로에서도 자신의 뚜렷한 주관으로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자신의 의지가 꺾이는 일에 반기를 들며 사랑에 쟁취적이고 자신의 직업에 대한 프라이드가 있는 모습, 예컨대 선물이나 구두를 받았지만 부담스럽다고 정중히 거절하고, 호텔을 인수하러 온 신동혁에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라이벌이 됐음에도 자신의 신념을 쉽게 굽히지 않는다. 배용준과의 관계에 놓였음에도 호텔을 사랑하는 마음만은 소홀하지 않았다. 동시간대 방영했 던 드라마 <아름다운 날들>의 최지우가 맡은,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우는 캔디형 캐릭터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울땐 울고, 슬퍼할땐 슬퍼하며 다시 일어서고 사랑에 울고, 사랑을 하고 쟁취하고 서진영이라는 캐릭터의 자유분방한 감정선은 일상적인 사람의 심리를 그대로 투영해낸 모습 같았다. 당시에도 센세이션한 여성상으로 주목을 받았다. 최근에 국내외에서 인기를 뜬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에서 여자주인공 윤세리가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신세대 여성상을 보여준것과 같이 점점 유교에서 벗 어나 자신만의 틀을 갖추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런 '사랑의 불시착'의 조상격, 시초가 된 작품이 바로 2001년작 호텔리어라고 생각한다.

3. 이성적이고 냉철한, 그래서 멋있는 <신동혁>


 내가 배용준의 필모 그래피를 언급 할 때 항상 빠지지 않는 게 드라마 호텔리어다. 개인적으로 '겨울연가' 의 이민형의 캐릭터보다 훨씬 더 인간적이고 멋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번 '호텔리어'에서도 그의 특기인 귀공자 이미지를 탈피하지는 못했지만 냉철하고 이성적인 인간 신동혁, 그러고 내면에 지니고있는 입양아로서의 아픔까지 모두 다루면서 입체적인 신동혁이라는 인격을 잘 표현해냈다. 극중 <송윤아>와의 멜로라인도 빼놓을 수 없는데 냉철한 비지니스맨 신동혁이 한 여자를 향한 마음을 포현하는 모습은 본인만의 방식일지라도 당차고 멋있었다. 비지니스맨이지만 내면의 입양의 아픔을 가지고있는 사연있는 신동혁의 모습, 부모님을 원망하고 증오하는 다각면의 모습도 잘 표현해냈다. 송윤아와의 멜로라인도 빼놓을 수 없는데 냉철한 배용준이 송윤아를 만나고 나서 표현하기 시작하고 얼음장같은 그의 인격이 녹아드는 것을 보면 더욱 감동적으로 느껴지고 배용준의 사랑에 대한 정갈한 표현이 당차고 멋지고, 설레게 느껴졌다.

4. <호텔>이라는 무대 뒤의 사람들


 드라마 <호텔리어>의 1화 맨 첫 부분에, 보다시피 호텔 안의 모든공간을 돌아보는 바쁜 지배인의 모습과 많은 호텔리어의 모습을 한 번에 담은 연출씬이있는데 이 씬은 내가 제일 좋아하고 기억에 남는 씬이다. <내 이름은 김삼순>때 처럼 이런 카메라 워킹의 프레임은 사람들의 동선에 맞춰 카메라가 움직이는 구도인데 이는 생동감있게 파티셰와 호텔리어들을 적나라게 나타내주는 최고의 연출 기법이다. <무대 뒤의 사람들>이라는 말이 이 드라마를 대표할 수 있는 멋진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호텔의 고급스러움, 아름다운 이미지와는 대조되게 한 시도 쉴 새 없이 돌아가는 호텔을 위해 일하는 '무대 뒤의 사람'들의 리얼리티하고 사실적인 모습, 리얼리티한 모습을 통해 극의 잔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모든 인물들이 극 안에서 생동감있게 살아 숨쉬어, 극을 통해 우리 인간이 사는 모습을 신랄하고 정갈하게 표현 해 낼 수 있는 <호텔리어>는 참 좋은 드라마였던 것 같다. 이 드라마는 타 드라마처럼 주연배역의 서사에만 치중하여 조연들을 들러리 세우는 구조가 아니라서 좋았다. 주연보다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은 것 뿐, 조연들이 가지는 힘은 엄청나다. 소외되는 역할을 부여하지도 않고 모든 인물들이 각자 나름의 생각과 신념을 가지고, 굳세게 일하고 살아가는 인간의 많은 살아가는 과정들이 담겨있다. 주연배우들의 신선한 멜로부터, 조연들의 감초같은 역할까지 호텔리어의 일과 사랑을 정통해 잘 나타낸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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