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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세행복수집러 Mar 23. 2020

천상에 있는 친절한 지식의 중심지(세계의 명문장 맛집)

책 속에서 찾은 작가의 부스러기들


[서평] 천상에 있는 친절한 지식의 중심지     

        

제목조차 평범하지 않은 이 책은

저자 이치은 작가가 10년이 넘는 그의 습관이 만들어낸.. 그가 책에서 주워 모은 명문장들인 <부스러기>들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절대 평범하다고 말할 수 없는 그 만의 방식대로 펼쳐 놓은 작품이다.    

 

* 부스러기: 작가가 책에서 만난 맘에 드는 문장을 만나면 당장 눈에 띌락 말락 접어 둔 후 다 읽은 후에 포스트잇에 옮겨 적은 문장들     


개인적으로 진입장벽이 좀 높은 책이었는데, 그건 아마 나의 문학 지식이 크고 넓은 작가의 역량에 한참 못 미치기 때문이니 나를 탓해보자!!     

 

<보르헤스, 카프카, 주제 사라마구, 코맥 맥카시, 페소아>.. 이름은 들어 봤지만 익숙하지 않은 이들의 작품 속 명문장들을 작가의 친절한 것 같지만은 않은(제목은 친절하다고 해 놓았다만..) 생각들과 함께 유영하다 보면 어느새 조금씩 침잠하여 이게 무슨 의미일까 생각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나는 근래에 책을 보다가 좋은 글이 나오면 바로 노트에 필사를 하는 독서법을 활용하고 있어, (완독 권수와 흐름을 중시하시는 분들께는 비추, 독서법에 대해서는 항상 고민이 따른다.) 이 책을 완독 하는데 꽤 많은 공을 들였다.  책과 함께 살아가고 더 많은 사유를 해나가야만 하는 작가가 모아 놓은 명문장들이니 응당 적어 놓고 생각해 볼 것이 많을 수밖에..  그래서 노트에 중간중간 적은 문장들만 8페이지. 내 기준으로 꽤 많은 편이다.


이 책을 보면서 인상에 남았던 부분은 “부활하고 싶지 않았던 라자로와 예수 이야기”(223P)와 평생 동안 “말하기-글쓰기를 업으로 삼았던 자들의 최후의 말”(269P) 부분. 이 부분은 따로 음미하기 위해 나의 부스러기들 목록에 저장!! (추후 별책 부록으로 글쓰기 도전!!)


“나자로여, 일어나라. 그것이 하느님의 뜻이므로 나자로는 죽음에서 일어날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막달라 마리아가 예수의 어깨에 손을 얹고 말했다. 누구도 두 번 죽을 만큼 죄를 지을 수는 없어요. 그러자 예수는 팔을 떨어뜨리고 밖으로 나가 흐느꼈다.” - 주제 사라마구, 「예수의 제2복음」     



여기서 소개하고 싶은 것은 이치은 작가의 ‘초심’에 관한 부스러기..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I write what I like, when I like, and in the way I like.”

나 역시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내가 원할 때(남이 원할 때가 아니고). 내 좋아하는 방식으로(그렇다, 나는 ‘where’에는 관심이 없다. 하지만 ‘how’는 중요하다) 계속 쓰고 싶다.  
   
나는 work and work 하지 않겠다. write and write 하지 않겠다. 하루키처럼 새벽에 달리기하고 수영하고 글 쓰지 않겠다. 정말로 쓰고 싶지 않으면 쓰지 않겠다. 쓸 만하다고 생각되는 것만, 쓰고 싶다는 생각이 넘칠 때만 쓰겠다.

나는 그럴듯한 일을 그럴듯하게 말뚝 박아 넣지 않겠다. 초심을 잃지 않는 것…… 내놓을 것과 내놓지 않아야 할 것을 구분할 줄 아는 것…… 조급한 확신에 불붙어 work and work 하지 않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과 다수가 좋아하는 것을 구분하는 것…… 누구에게나 쉬운 일은 아닐 거다.        


초심을 잃지 말 것. 조급한 확신에 붙잡혀 work and wok 하지 말 것. 보여줄 것과 숨길 것을 구분할 것. 자신만의 기쁨을 찾을 것.. 이건 아마 글쓰기만 해당되는 일은 아니라고 본다. 이건 '삶'에 관한 작가의 뼈 있는 충고이며 다짐!! 그리고 어리숙한 나에게 대 놓고 하는 경고!!  


하지만 이것은 작가도 잘 안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며 정신적 위안을 얻어 보는 나란 철없는 남자!!

 데헷!! <끝>




천상에 있는 친절한 지식의 중심지/ 저자 이치은 / 출판 알렙/ 발매 2020.01.30.


[덧붙임 글]

이해는 못할 것 같지만 왠지 꼭 봐야 될 것만 같은 작품들!!  

ㅇ 프란츠 카프카: 「성」, 「소송」

ㅇ 보르헤스: 「토론」

ㅇ 코맥 맥카시: 「핏빛 자오선」

ㅇ 주제 사라마구: 「예수의 제2복음」

ㅇ 페소아: 「불안의 서」          

 책속의 글

ㅇ 많은 책들은 자신의 성 안에 있는 어떤 낯선 방들에 들어가는 열쇠 같은 역할을 하네.- 카프카

ㅇ 정신은 그 어떤 결심에 의지하지 않았을 때 비로소 자유로울 수 있다. - 카프카, 「사랑의 형이상학」

ㅇ 내가 당신을 위해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절망이 아니예요.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도가 지나친 끝도 없는 희망이예요. -블랑쇼, 「아미나다브」

ㅇ 모든 상품은 그것의 소유자에게는 비사용가치이고 그것을 소유하지 않는 자에게는 사용가치이다. - 마르크스, 「자본론」

ㅇ 사람을 선악으로 구분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사람은 재미있거나 재미없거나 둘 중 하나다. - 오스카 와일드

있었던 것은 다시 있을 것이고/ 이루어진 것은 다시 이루어질 것이니/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이란 없다.
- 전도서(코헬렛) 1장 9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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