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별책부록

AI와 함께 쓰는 글, 정말 ‘내’ 글일까?

by 미세행복수집러

새벽녘 고요한 시간, 혹은 늦은 밤의 정적 속에서 글을 쓰던 풍경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손가락이 키보드 위를 맴돌며, 한 문장조차 떠오르지 않아 애태우던 시간은 이제 훨씬 짧아졌습니다.
바로, AI라는 똑똑한 도구 덕분이죠.


저 역시 업무에서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놀라운 편리함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머릿속에 어지럽게 맴도는 생각을 주제와 키워드로 정리해 AI에 던져주면, 꽤 그럴듯한 초안이 금세 나옵니다. 물론 이 초안이 완벽한 것은 아닙니다. 군데군데 어색한 표현이 있고, 제 의도와 조금 다른 뉘앙스가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중간 퀄리티’가 주는 파급력은 상상 이상입니다. 백지 위에서 첫 문장을 쓰기 위해 씨름하던 고통에 비하면, AI가 내어준 초안은 살아 있는 스케치 같습니다. 거기에 제 색깔을 입히고 비어 있는 부분을 채워 넣으면, 순식간에 ‘그럴듯한 글 한 편’이 완성됩니다.
전에는 며칠씩 고민하던 글이 이제는 반나절, 심지어 몇 시간 만에 끝나기도 합니다.




AI, 블로거와 작가를 대체할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글쓰기가 편해진 세상에서, 블로거나 작가라는 직업은 AI에 대체될 수 있을까요?


먼저 블로그를 생각해 봅니다.
요즘 우리는 무언가 궁금할 때 포털 검색보다 챗GPT 같은 AI에 먼저 물어보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AI는 방대한 정보를 빠르게 취합해 가장 적절해 보이는 답을 내놓습니다. 때로는 놀라울 만큼 잘 정리된 내용을 보여주기도 하죠. 물론 ‘환각 현상’처럼 잘못된 정보를 사실처럼 말할 때도 있습니다. 결국 그 정보를 해석하고 검증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몫입니다.

그런데도, 정보를 찾고 정리하는 수고로움은 확실히 줄었습니다. 이런 변화 속에서 ‘개인이 직접 정리하고 소통하는’ 블로그의 역할에 대한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작가는 어떨까요?
AI는 제 글을 에세이로도, 보고서로도 바꿔줍니다.
심지어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관점이나 글감을 제안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내가 이런 생각까지 확장할 수 있었나?" 하는 놀라운 경험을 주기도 하죠.
물론 AI의 결과물이 제 의도와 완벽히 일치하지 않을 때도 있지만, 조금만 수정하면 됩니다.
오히려 새로운 아이디어의 촉매제가 되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이건 ‘내’ 글일까?


그래서 우리는 근본적인 질문과 마주합니다.
“AI의 도움을 받아 완성된 글이, 과연 진정 내가 쓴 글일까?”

이 질문은 작가만의 고민이 아닙니다.
에세이든, 회사 보고서든, 시험 답안이든, AI가 깊이 개입한 결과물에서 ‘창작의 주체’를 어떻게 정의할지 고민은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함께’의 의미를 찾아서


저는 AI가 블로거나 작가를 완전히 대체하리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AI는 인간의 경험, 감정, 독창적인 통찰을 그대로 재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많은 데이터를 학습해도, 제 어린 시절의 추억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며 느낀 감정, 특정 사건에서 얻은 깨달음 같은 ‘오직 나만이 쓸 수 있는 서사’는 인간만의 영역입니다.

AI는 오히려 글쓰기를 새롭게 바라보게 만드는 조력자입니다.


불필요한 반복과 시간을 줄이고, 아이디어의 씨앗을 던져주며, 막힌 사고의 물꼬를 터주는 동반자죠.
우리는 AI가 내어준 글을 바탕으로, 제 이야기를 더 밀도 있게 다듬고, 생각과 감정을 설득력 있게 전할 수 있습니다.


아마 이제 글쓰기는 더 이상 고독한 투쟁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AI와 인간이 각자의 강점을 발휘하며 ‘함께’ 창조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이 변화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지켜야 하고, 무엇을 새로 배워야 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그 숙제는, 앞으로 우리 모두가 함께 풀어가야 할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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