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초등학교 3~4학년이 온라인 개학을 하는 날이다. 우리 큰 아들도 초등학교 4학년이라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들었는데 반응이 꽤 괜찮다. 학부모라면 당연히 "집에서도 아이가 공부를 잘할 수 있을까?" 궁금하기 마련인데, 오늘 학교에서 제공한 '온라인 수업'을 지켜보니 아이들 공부하는 데 큰 문제는 없었다.
"왜?"
"빨리 하고 놀 수 있어서요."(큰 아들)
- 정규시간은 14시까지이나 아침 8시에 일어나서 오전 중에 수업을 다 들음.
"학교 가면 게임을 못해요."(작은 아들)
- 하루 2번 EBS 방송을 봄.
물론 집이 더 좋은 이유는 내가 예상한 것과 맞아떨어지지만 말이다.
지금부터 오늘 시작된 자녀의 온라인 교육을 살펴본 아빠의 생각을 말해 보도록 하겠다.
온라인 수업 그것이 궁금했다.
1. 시스템이 잘 돌아갈까?
가장 궁금했던 사항은 " 400만 명이 온라인 수업을 동시에 듣는다는데. 과연 잘 돌아갈까?"였다.
'e학습터' 시스템에 접속해 보니 걱정과는 달리 연결도 잘 되고 수업도 잘 진행되었다. 1주일 전 중3, 고3 온라인 개학에 따른 시스템적 문제점을 많이 보완한 것 같았다. 역시 대한민국!!
(*학급 클래스팅은 접속폭주로 인해 접속이 안 되었다. 수업 듣는 데는 전혀 문제없으니 패스!!)
참고로 우리 집은 학교에서 교육용으로 빌려준 스마트패드로 수업을 들었는데 잘 작동되었다. 선생님 고마워요~ ^^
2. 초등학생 혼자서 잘할 수 있을까?
우리 집사람이 가장 걱정했던 것이 "어린아이 혼자서 잘할 수 있을까?"였다.
그런데 4학년 큰 아들은 사전에 엄마랑 연습을 해봐서 그런지 아들 혼자서 'e학습터'에 들어가서 로그인하고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노래도 부르고, 노트와 교과서에 필기도 잘했다.
"다음 주에 아빠 집에 없는데 혼자 잘할 수 있겠어?"라고 물어보니
쿨하게 "응"이라고 대답한다. 스스로 공부하는데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하지만 맞벌이를 하는 초등학교 1~2학년 자녀가 있는 집에서는 좀 걱정이 될 것 같다. 2학년인 둘째는 혼자EBS방송을 잘 찾아 보기는 하지만, 저학년이다 보니 집중력이 많이 떨어졌다. 종족 특성상 강력한 감시자(?)가 없다면 가만히 있지를 않는다. 만약 내가 맞벌이 가정에 아이를 맡길 데가 없는 학부모였다면 '사회적 거리 두기가 먼저니 아이 공부 포기'보다는 '교육방송을 보여주고 밥도 주는 학원'을 찾아보지 않았을까 싶다.
3. 교육 수준은 괜찮을까?
아들의 온라인 수업을 옆에서 지켜보며 든 생각은 "선생님들 수업 준비하시느라고 노력 많이 하셨구나."와 "역시 전문가! 방송으로도 하는 수업이지만 웬만한 유튜브 스타보다는 낫다."라는 생각을 했다. 이번 온라인 개학을 대비하여 학교에서 '교육자료 만들기'와 '강사 선정'에 꽤 공을 들였다는 것이 느껴졌다.
우리 아들의 경우에는 쌍방향 수업은 아니었지만, 교재의 내용이 방송에 나오면 선생님께서 학습 내용을 설명해주고, "생각해 보세요, 책에 적어 보세요"하면서 아이들의 학습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실제 수업을 하는 것과 유사했다. 집에서 학습지 풀고 노는 것보다는 이런 식으로라도 배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개인적인 생각에는 초등학생들은 쌍방향 수업보다는 단방향 수업이 더 적합하다고 본다.
초등학생들의 쌍방향 수업 감당할 자 그 누구인가? 만약에 한다면 상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초등학교 온라인 수업에 단점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이건 예측하기 어려운 초등학생의 생리와 온라인 수업의 한계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교장선생님의 할아버지도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다.
온라인 수업의 단점
1. 수업 중에 자꾸 딴짓을 해요.
이것은 누구도 막을 수 없다. 간혹 수업에 초집중을 하는 일부 축복받은 학생을 제외하고는 아이들의 집중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서로 얼굴을 보며 하는 '쌍방향 교육'을 했을 경우 선생님이 "자리에 앉아, 집중 집중!! 철수 어디 갔니?" 하면서 수업을 독려할 수 있겠지만 이것도 근본적인 대안은 못 된다. 초등학생은 초등학생이다. 초통령 뽀로로와 10살 펭수도 말하지 않았는가? "한국에선 노는 게 제일 좋아!"
2. 공부 제대로 했니?
아이들이 공부를 제대로 했는지 관리와 점검이 어렵다. 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살펴보고 개개인의 학습 성취도를 가늠하여 제대로 된 학습지도를 해 준다. 그런데 온라인 수업을 할 때에는 학부모들이 이를 점검해 주어야 한다. 집에 아이를 돌봐 줄 가족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저녁까지 일하고 들어온 피곤한 학부모가 저녁먹고 아이들 공부를 봐주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3. 학교에서 선생님 얼굴 보고, 친구들과 노는 것도 공부다.
학교에서 지식만 배운다면 그것은 학교가 아니라 학원이다. 학교는 선생님들과 소통하고 친구들과 함께 놀면서 삶을 살아가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인성과 사회성 등 주요 가치를 배우는 소중한 장소이다.
오늘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15층 5학년 은별이에게
"온라인 수업 재밌니? 집에서 공부하니까 좋아?"라고 물어봤더니
"온라인 수업 재미없어요. 학교가 좋아요. 학교에서 애들이랑 놀고 싶어요."라고 한다.
이는 활달한 성격의 은별이와 우리 애들과의 성향 차 일수도 있다.
하지만 학교는 지식만 전달받는 곳이 아니다. 교과공부도 공부지만 아이들과 놀면서 서로에게 배우는 것이 더 큰 공부가 된다.
실제로 나는 3주간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쌍방향 온라인 전문교육을 직접 체험 해 보았다.
경험상 공간의 제약 없이 화상으로 수업을 듣고, 심지어 실시간 소통도 할 수 있는 온라인 수업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 학습보다는 집합연수가 '한 사람의 성장'이라는 측면에서는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지식은 책에서도 유튜브에서도 배울 수 있지만 지혜는 동료들 선생님들과 직접 살을 부딪히며 살아가는 가운데 습득되기 때문이다. 나 역시 지식 전달식 강의보다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더 소중한 것들을 배워왔다.
학교 수업을 하고 싶지만 , 지금은 온라인 수업!!
많은 학부모들이유례없는 온라인 개학과 수업에 대해 걱정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나라와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온라인 개학을 통한 감염병 확산을 저지하는 것이 최선의 대안이다.
다행히 선생님들과 교직원들이 끊임없는 고민과 노력으로 양질의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고, 앞으로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개선이 될 것이다.
아무리 자녀 공부가 중요하다고는 하나 '학생의 안전'이 최우선이다. 지금은 많이 힘들지만, 하루속히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어 아침에 이런 말을 듣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